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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2.12 15:57:20
  • 최종수정2023.12.12 15:57:28

김나비

시인, 한천초등학교병설유 교사

벌레가 견갑골 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파먹는 느낌이다. 풀숲에 조용히 숨어서 풀잎을 사각사각 갉아먹는 풀벌레처럼 내 어깨 속에도 분명 무엇인가가 살고 있다. 7개월째 보이지 않는 그 무엇 때문에 잠을 설친다. 밤이면 통증은 더 심해진다. 자다 깨어 왼쪽 어깨를 오른쪽 손으로 주무른다. 여전히 저릿하다. 다시 동그란 안마 봉으로 두드린다. 잠이 달아나버린다. 습관처럼 컴퓨터를 켜고 화면을 본다. 커서만 깜빡이고 시상은 떠오르지 않는다. 시를 쓴다는 것은 '마음 공부를 하는 일'이라고 말씀하시던 스승님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난 마음 공부를 잘하고 있는가. 나 자신을 돌아본다. 잘 이라는 단어에 대답할 자신이 없다. 그냥 마음공부를 하고 있다. 짝사랑하는 사춘기 소녀처럼 어둠을 자르며 시를 기다린다. 잠시 그가 오는 것 같은 기척이 느껴져 한 줄을 쓰고 나니 또 먹먹하다. 창밖에 겨울비만 추적추적 걸어오고 있다. 하늘과 땅을 비질하는 빗소리를 들으며 또 무작정 기다린다.

그대가 다녀간 행간 아픈 싹이 돋는다

비 오는 내 눈 속에 거미가 내려온 걸까

공막 속 핏발선 줄에 빗방울이 걸려있다

명치에 쌓이는 빗소리를 닦아 내며

그대를 불러내어 종이에 가둔다

초침은 째깍거리며 어둔 밤을 가위질한다

썩지 않는 기다림은 끝날 수 있을까

비의 창살을 뚫고 날아가는 그대 모습

도시의 엉킨 발소리 밤을 넘어 행을 지운다

어둠이 삼켜버린 길을 찾아 떠도는 슬픔

그대의 항아리에 피도 살도 다 풀어놓고

하얗게 녹아내린 채 흔적 없이 남고 싶다

─ 김나비, 「시시(時時)한 새벽」전문 (시집 혼인 비행)

내가 글을 대하는 자세가 삐딱해서 견갑골도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하다. 하도 시답지 않게 시를 쓰니 뼈도 나를 벌 하는 것 같다. 기다린다는 것은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리라. 그래서 이 이슥한 시간에 홀로 깨어 있게 하는 것이리라. 스승님은 늘 말씀하셨다. 마음공부를 하다 보면 사물이 말을 걸어오는 날이 있을 거라고. 그러나 사물은 아직 내게 아무런 말도 걸어오지 않는다. 어깨의 통증만이 툭툭 말을 건다. 뼈가 뾰족뾰족 일어나 살을 쑤신다. 더 생각하라고, 더 자신을 들여다보라고, 박힌 눈동자로 밖만 보지 말고 안으로 돌려 자신을 돌아보라고. 자신의 내면을 샅샅이 살펴보라고. 자신을 안 뒤에야 사물도 알게 될 거라고 나를 채찍질하는 것 같다. 사물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까지 마음공부를 하련다. 언젠가는 내게 말을 걸어오겠지….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는 폴 발레리의 시구가 떠오른다. 살짝 시구를 변주해 본다. 찬비가 온다.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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