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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7.21 14:30:56
  • 최종수정2019.07.21 14:30:56

김나비

시인, 주성초병설유치원교사

간절히 원하는 것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만약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간절함이 덜했기 때문이라고 했던가. 내가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조회대 위의 깃발처럼 펄럭이고 있을 때, 함께 근무하던 교장 선생님께서 내게 해 주셨던 말이 문득 스친다.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답니다. 왜냐하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그만두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들은 기우제를 지내러 산으로 갈 때 가재도구를 챙기고 가축들도 데려간다고 하네요. 비가 내리지 않으면 내려오지 않을 작정을 하고 떠나는 거니까요."

내 생에 가장 간절한 소망은 무엇인가. 생각할 여지도 없이 아이가 홀로 제 길을 걸어가는 일이다. 비단 나만의 소망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아마 모든 부모의 소망일 것이다. 오늘은 사원과 성당을 방문하는 날이다. 어떤 신이든 상관없다. 내 간절한 소망을 마음을 다해 빈다면 신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까. 내 소망을 들어만 준다면 난 내 영혼을 다 바쳐 기도할 각오가 되어있다.

아침을 먹고 비밀의 사원이라는 영응사(靈應寺, Linh Ung)를 향한다. 멀리서부터 해수 관음상이 눈에 들어온다. 기도할 준비를 마쳤다. 바다를 굽어보고 있는 해수 관음상을 만난다. 그것은 패망한 자유 월남을 탈출하다 죽은 보트피플들의 영혼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것이라 한다. 무려 30층 빌딩의 높이에 버금가는 67m의 불상은 단아하고 온화한 미소로 바다를 굽어보고 있다. 불상 앞에서 손을 모은다. 그리고 아이를 위해 기도한다. 침향 법당과 옥 법당에서도 침향불상과 옥불상에게 기도를 한다. 숲길을 따라가자 마야부인 상이 한쪽 팔을 들고 서 있다. 일 곱 발자국의 연꽃 족적 앞에 한 손은 하늘을 향하고 한 손은 땅을 향한 어린 석가상이 서 있다. 나는 마야부인상 앞에서도 어린 석가상 앞에서도 기도를 한다.

점심을 먹고 호이안으로 가는 길. 오행산을 오른다. 돌계단을 올라 동굴로 들어서자 곳곳에 불상이 있다. 불상을 보며 또 손을 모은다. 조금 걷다 보니 천국 길과 지옥 길이 보인다. 내 생의 족적을 되짚어 본다. 아무래도 나는 천국은 못 갈 것 같아 지옥 길 관람을 선택한다. 천국 길은 오르막이지만 지옥 길은 내리막이다. 깎아지른 듯한 오르막은 내리막보다 훨씬 가파르고 힘들어 보인다. 그만큼 천국 가는 길은 어렵다는 뜻이 아닐까. 생을 살다 보면 선한 일 착한 일만 하며 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내키는 대로 살기는 그리 어렵지 않은 듯하다. 나는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구석이 많다. 그래서 내 마음 시키는 대로 나부끼던 날들이 많았다. 그러므로 내가 천국을 간다는 것은 자못 힘든 일 일터, 난 오늘 미리 지옥 길을 한발 한발 내디딘다. 지옥 길은 예상했던 대로 어렵지 않다. 내리막길이라 땀도 나지 않는다. 곳곳에 험악한 죄인들의 피 흘리는 상들을 보는 것만 제외한다면 제법 걸을 만하다. 소리 없이 고함을 치고 온몸으로 고통의 표정을 그리며 울부짖는 그들을 보며 남을 일 같지 않다. 지옥 길을 관람하고 올라오면서 손을 모은다. 이런 길은 내가 갈 테니 우리 아이는 천국 길로 가게 해달라고.

이제 아이가 사회에 나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졸업반이니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상에 발을 들이고 그곳을 홀로 걸어가야 할 나이다. 꽃길만을 바라지는 않는다. 때론 험한 산길도 있을 테고 때로는 잘 닦인 도로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을 혼자의 힘으로 걸을 수 있었으면 한다. 넘어지면 스스로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그런 힘을 주길 세상의 모든 신에게 빌어 본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인디언들의 기우제처럼, 나도 마음속으로 기우제를 지내본다. 아이가 홀로 설 수 있는 그날까지 기도하고 또 하리라. 간절히 원하는 것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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