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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4.28 16:03:52
  • 최종수정2019.04.28 16:03:52

김나비

시인, 주성초등학교병설유교사

"바르게 줄서서 다른데 보지 말고 앞을 보고 걸으세요." 라고 말해 놓고 아차 하고 나를 돌아본다. 내가 지금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걸까. 나는 또 딜레마에 빠진다. 다른 곳은 보지 말고 앞을 보고 걸으라니. 옆도 보고 뒤고 보면서 주변의 사물들에게 눈도 떼어주고 꽃들의 향기도 맡아보고 걸음을 멈추어 바람의 살결도 느껴봐야 하는 거 아닐까.

해마다 현장학습을 갈 때 면 일주일 전부터 줄을 서보곤 한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사로서 안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목적지 까지 안전하게 가서 출발지로 안전하게 돌아오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현장학습에 가서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얻어올까도 고민을 하지만 그보다는 안전을 더 우려한다. 왜냐하면 정작 안전사고가 난다면 얻어오는 것보다 잃어버리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연 무엇을 위해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유목민들은 떠나기 위해서 정착하고, 농경민들은 정착하기 위해 떠난다고 했던가. 현대인들은 어디를 가든 목적지를 정해 놓고 간다. 중간에 무엇이 있든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잠시 스치는 것 일뿐. 목적지까지 가장 빨리 가장 안전하게 가는 것이 목표니까.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목적지만을 생각하다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잃고 있는가. 우리가 지나온 길에는 작은 제비꽃도 있었을 테고, 얼핏 스친 나무 가지에는 노랑 부리턱 멧새도 지저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오직 길만을 보았다. 곧게 뻗은 직선의 길 만을.

돌아보면 나는 늘 정착민의 사고 안에서 안온한 삶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정착민의 역사는 불과 6천년이다. 지금도 10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민자, 출장자, 여행자와 같은 형태로 산다고 한다. 인류가 600만년 동안 노마드로 살았다고 한다면 정착자로서의 삶은 아주 짧은 시간이다. 그런데 내 머릿속엔 정착민의 사고로 꽉꽉 채워져 있다. 자크 아탈리는 트렌스 휴먼으로 살 수 있는 시대가 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랜스휴먼은 "가능한 한 가볍게 살고, 재산 때문에 거추장스러워지지도 않으며, 사상, 경험, 지식, 관계 이외에는 아무것도 축적하지 않는 것"을 삶의 의무로 삼는다. 즉 그들은 노마드와 정착민들의 장점을 골라 선택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그들은 정착민인 동시에 노마드인 것이다.

바쁘게 바쁘게 목적만을 위해서 살아왔던 정착민의로서의 삶의 발자국들을 본다. 과정 속에 피어나던 세세한 것들을 놓치고 말았다.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잃어버린 채 한 방향으로만 찍힌 족적들이 쓰달프다※. 내가 정착민의 삶을 추구하며 앞만 보고 달리는 동안 가족에게도 서운하게 한 적이 있을 테고 친구에게도 소홀했던 많은 날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 잃어버린 순간들이 어쩌면 지금 이곳에 있는 순간보다 소중한 것일지 모른다. 가끔은 노마드로 사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곧 봄 현장학습을 간다. 아이들에게 걷다가 만나는 바람의 손도 잡아보고 햇살의 따듯한 숨결도 느껴보고, 잠시 키를 낯추어 화단에 핀 무스카리와도 눈빛을 맞춰보라 해야 겠다. 나는 노마드의 삶을 엿보는 정착민이고 싶다. 앞만 보지 말고 가끔은 뒤도 보고, 정착해서 열심히 일을 하다가 어느 날 훌쩍 유목민처럼 길을 떠나 나를 되돌아 보기도 하고 그리고 다시 정착하는 삶.

창밖으로 보이는 거리는 길의 물결이다. 길이 길을 끌고 길 위에 펼쳐져 있다. 햇살이 길 위로 하얗게 노래하며 걸어간다. 나는 때때로 그 길을 걷는 노마드이고 싶다. 또 때때로 그길로 돌아오는 정착민이고 싶다.

※ 쓸쓸하고 애달프다. (사전에는 없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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