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0.9℃
  • 맑음강릉 24.1℃
  • 맑음서울 21.6℃
  • 맑음충주 20.3℃
  • 맑음서산 23.0℃
  • 맑음청주 21.5℃
  • 맑음대전 23.2℃
  • 맑음추풍령 22.2℃
  • 맑음대구 24.8℃
  • 맑음울산 25.3℃
  • 맑음광주 24.5℃
  • 맑음부산 26.5℃
  • 맑음고창 23.5℃
  • 맑음홍성(예) 22.3℃
  • 비제주 23.9℃
  • 맑음고산 24.3℃
  • 맑음강화 21.5℃
  • 맑음제천 20.6℃
  • 맑음보은 21.1℃
  • 맑음천안 21.6℃
  • 맑음보령 25.7℃
  • 맑음부여 21.8℃
  • 맑음금산 21.8℃
  • 맑음강진군 25.5℃
  • 구름많음경주시 25.3℃
  • 맑음거제 25.0℃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9.03.03 15:38:19
  • 최종수정2019.03.04 13:51:09

김나비

시인, 주성초등학교병설유교사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다. 새들도 재잘거리며 내 걸음에 박자를 맞춰준다. 새소리를 귀에 담으며 정동길을 눈에 담는다. 하루가 알레그로 템포로 열린다.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비가 보이고 나는 어느새 "이젠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햇살을 가르며 불어오는 바람이 아직은 차다. 어깨를 움츠리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는다. 초콜릿과 사탕이 한아름 만져 진다. 옆 좌석에 탔던 아주머니의 미소가 머릿속으로 스친다.

 

새벽 6시 40분 동서울 행 버스를 탔다. 5시에 일어나 눈꺼풀을 비비며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가서 정신없이 버스에 오른다. 창가에 자리 잡고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데 소박한 모습을 한 아주머니가 옆에 앉는다. 오창 정도 지났을까. 아주머니는 가방에서 텀블러를 꺼내더니 커피를 따른다. 그리고 내게 내민다. 얼떨결에 받아 마신다. 따듯한 온기가 입안에 감긴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까무룩 잠속으로 들어간다. 버스에서 내릴 무렵 아주머니는 내 손에 초콜릿과 사탕을 쥐어 준다. 비록 작은 것이지만 조건 없는 호의가 전해지면서 아침부터 상쾌함이 몰려온다. 강변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시청역에서 내려 2번 출구를 향한다. 정동길을 걸으며 사탕을 하나 꺼내 입에 물고 핸드폰을 꺼낸다. 핸드폰 네비게이션을 켜고 피어선 빌딩을 친다. 핸드폰은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라는 낭랑한 여자의 멘트와 함께 길을 보여준다. 네비를 겨고 걷는 내 모습이 이상했는지 누군가 자꾸 쳐다본다. 난 빙긋이 웃으며 시골에서 올라와  길은 몰라서 그런다고 하자 그는 어디를 가냐고 묻는다. 서울은 코도 베어간다지만 착하게 생긴 표정에 맘을 놓는다. 피어선 빌딩에 간다고 하자 본인도 그곳에 간단다. 본인은 목사인데 졸업식장에 가는 길이라며 그곳엔 왜 가냐고 묻는다. 심사위원으로 신문사에 가는 길이라 하자 어쩐지 분위기 있어 보인다며 진심 같은 빈말을 한다. 네비를 끄고 그의 발자국을 따라 나선다. 친절한 그 덕분에 길을 쉽게 찾아 가 시간을 번다.

 

새벽부터 움직인 탓에 일찍 도착한다. 투고된 작품들이 박스 가득이다. 얼핏 보기에도 500편은 넘어 보인다. 설핏설핏 원고들을 보며 다른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린다. 예심위원들이 하나 둘 도착하고 봉투를 개봉한다. 투고된 날짜별로 번호를 매기고 목록을 작성하고 겉장의 신상을 다 떼어내고 오직 작품만을 본다. 작품들을 하나하나 넘기며 그들이 지새웠을 밤들을 생각한다. 시를 쓴다는 것은 얼마나 오랜 시간 자신의 알몸과 대면하면서 고통의 순간을 보내야 하는지를 알기에 가슴이 뭉클하다. 보고 또 본다. 본심으로 갈 작품 20편을 고르고 나서야 저녁 같은 점심을 먹는다.

 

 어둠이 거리를 적신다. 다시 전철에 몸을 싣는다. 강변역에 내려 어둑해진 하늘을 머리에 이고 터미널로 향한다. 차가운 길바닥에 누군가 추위에 떨며 앉아 있다. 한쪽 다리에는 기다란 검은 고무를 끼고 바구니를 앞에 놓고 애처로운 시선으로 나를 본다. 이렇게 추운 날 살기위해 거리로 나와 있는 그가 고맙다. 다리 하나가 없이도 살아내려고 애쓰는 모습. 두 다리를 멀쩡히 갖고도 열심히 살지 않은 나를 반성한다. 주머니를 뒤진다. 지폐와 초콜릿을 꺼내주고 청주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검게 파도치는 창밖을 보며 오늘을 돌아본다. 많은 사람들과 많은 일들이 나를 훑고 간 하루다. 따듯한 눈길의 아주머니와 길을 가르쳐 주었던 목사님, 투고된 글로 만난 사람들, 그리고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해준 거리의 천사, 모두 고마운 사람이다. '남에게 무엇인가를 줄 때는 대가를 바라지 말고 남에게 무엇인가를 받았다며 그 마음을 잊지 말라'는 말이 뇌리를 스친다. 그 마음을 잊지 않겠다. 따듯한 손으로, 작은 친절로, 절절한 글로, 애절한 눈빛으로, 내게 다가왔던 사람들의 마음을 기억하리라. 열심히 헛되게 살지 않겠다. 열심히 참되게 살리라.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취임 100일' 이상식 충북도의장 "일 잘하는 의회 만들고 실행에 전력 다할 것"

[충북일보] 취임 100일을 맞은 이상식 충북도의회 의장은 "지난 7월 취임 이후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했다"며 "도민들이 의회에 바라는 게 무엇인지, 의회를 어떻게 잘 이끌어갈지 깊이 고민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도민 행복이라는 하나의 지향점을 향해 지역 사회와 발걸음을 맞추는 의회가 돼 도민 삶 속으로 더 깊이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의장과 일문일답. ◇ 취임 100일 소감은. "13대 충북도의회 전반기 의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지 100일이 지났다. 보람과 성찰이 함께한 시간이었다. 여야 간 원 구성을 큰 잡음 없이 마무리하고 주요 현안마다 의견을 폭넓게 모아 조율하며 의회가 도민을 위한 일에 한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반면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서 의회의 노력이 도민이 체감하는 속도에 미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남은 임기 동안 이런 아쉬움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 임기를 마치는 날 '미처 다하지 못한 일'보다 '도민과 함께 이루어낸 성과'가 먼저 떠오르는 의회가 되도록 늘 처음의 마음으로 성실히 달리겠다." ◇ 13대 충북도의회 출범 후 변화된 모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