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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숙

수필가, 원봉초등학교병설유치원교사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진실인가 허구인가' 가슴을 훅 치고 들어오는 문장에 나를 돌아본다. 밖으로만 향해있는 눈동자를 안으로 돌려 내 내부를 살펴본다. 세상이 지워지고 나만 남는다.

연극을 봤다. 오래전 책으로 읽어서 어렴풋이 줄거리만 남아 있는 셰익스피어 작품이었다. 언어의 빈틈으로 끝도 없이 밀려드는 의심, 진실과 진실의 옷을 입은 것들 사이에서 방황하는 오델로를 보며 전쟁보다 더 혼란스러운 마음의 전쟁 통을 본다.

나는 보여 지는 것을 의심하고 자괴감에 빠진 적이 있다. 내가 보고 듣는 것이 과연 진실인가. 세상의 그릇된 잣대로 만들어진 오해는 아닐까. 나의 언어들이 누군가를 아프게 하지는 않았는가. 내 혀에서 흘러나온 단어들이 다른 사람을 혼란스럽게 한 적은 없는가. 허공으로 흩어지는 나의 말들이 진실을 가리는 검은 안대가 된 적은 없는가.

몇 해 전이었다. 내게 중대한 시험이 있었다. 우리 직장에서는 H와 나 두 명이 치르는 시험이었다. K선배는 합격하라고 우리에게 엿을 사주었다. 나는 비록 합격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마음이 고마웠다. 그리고 얼마 후 K선배도 시험을 치른다고 H가 내게 귀띔을 해 주었다. 우리도 합격을 기원하며 엿을 사주어야 할 것 같다고. H의 말이 당연하다고 여기며 나는 엿을 사주었다. 그리고 잊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말들이 말을 달고 내 귀로 달려들었다. 내가 엿을 사준 것을 안 그녀가 말에 살을 찌워가며 흘리고 다녔다. 워낙에 말을 키우는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라 그녀에게는 엿 사준 것을 굳이 말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녀는 앞뒤 상황은 뚝 잘라버리고 이상한 방향으로 스토리를 만들었던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슬쩍 슬쩍 던지고 다닌 말이었겠지만, 그 말은 온 직장에 떠돌아다니며 눈덩이처럼 부풀려져 내겐 아픈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그때 나는 언어의 단단한 모순을 보고 말았다. 진실과 진실이 아닌 것의 간극을 넘나드는 언어의 허구를 절감했다.

난 그녀에게 말했다. 그렇게 근거도 없이 남의 말을 하고 다니는 것은 옳지 않다고. 그러자 그녀는 말했다. 그게 아니면 그만이지 그런 거 갖고 시비를 거는 것은 내 마음에 그런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냐고. 어이가 없었다. 그 후 난 그 일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를 향한 마음도 접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혀를 함부로 놀리지 않겠다고.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게 실수한 일이 있다면 오리발 대신 사과를 내밀거라고. 적어도 세치 혀를 잘 못 놀려서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없도록 살겠다고.

다산은 성인과 광인의 차이를 뉘우침의 차이라고 했던가. 사람은 누구나 과오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진실로 뉘우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성인과 광인을 구분한다고 했다. 비록 성인까지는 될 수 없을지언정 광인으로는 살지 말아야겠다. 눈이 흩날린다. 하늘의 살갗이 떨어진다. 떨어지는 살갗을 온몸으로 맞으며 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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