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6.0℃
  • 구름많음강릉 28.0℃
  • 구름많음서울 24.5℃
  • 맑음충주 25.4℃
  • 맑음서산 21.4℃
  • 맑음청주 25.4℃
  • 맑음대전 25.8℃
  • 맑음추풍령 26.0℃
  • 맑음대구 26.1℃
  • 맑음울산 22.5℃
  • 맑음광주 25.0℃
  • 구름조금부산 21.0℃
  • 맑음고창 25.3℃
  • 맑음홍성(예) 23.7℃
  • 구름조금제주 18.9℃
  • 구름조금고산 18.1℃
  • 구름조금강화 22.5℃
  • 맑음제천 23.9℃
  • 맑음보은 25.4℃
  • 맑음천안 24.9℃
  • 맑음보령 22.5℃
  • 맑음부여 24.9℃
  • 맑음금산 26.8℃
  • 맑음강진군 22.8℃
  • 맑음경주시 28.3℃
  • 맑음거제 21.0℃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4.06.04 14:29:41
  • 최종수정2024.11.06 14:03:08

김나비

시인, 한천초등학교병설유 교사

벨이 울리고 핸드폰 화면에 '엄마'라는 글자가 뜬다. 무심코 수화기를 든다, "엄마! 밥 먹었어?" 수화기 너머 엄마가 더듬거린다. "야! 미안하다." "왜? 뭐가?" 조심스럽게 엄마가 말을 잇는다. "내가 요즘 다리가 떨리고 힘이 없어서 약을 좀 지었어. 그런데 약값을 누가 훔쳐갔다." 혹시 엄마가 착각한 것은 아닌지 차근차근 말해보라 한다. 노치원에 가기 전에 바지 주머니에 분명 50만 원이 있었고, 바지를 갈아입으면서 미처 주머니에서 꺼내지 못하고 차가 오는 바람에 바지를 치우지도 못하고 나갔다 한다. 친정은 시골이라, 대문이며 현관문까지 잠그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외국인들이 농장에서 일을 돕기 때문에 수시로 드나든다. 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본다. 그러나 자주 엄마가 깜빡감빡하기 때문에, 온전히 믿지 못하고 엄마에게 한의원 전화번호를 알려달라 한다. 그리고 엄마를 안심시킨다. "엄마 걱정하지 마. 내가 한의원에 돈 보낼게." 엄마는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오빠에게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오빠 왈, 바지까지 뒤져서 돈을 훔쳐 갈 사람도 없거니와 엄마가 혼자서 한의원에 가서 약을 지었을 리도 없단다. 혹시 일하는 중국인 소행이 아닐까라고 하자, 그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란다. 동네 사람들이 반찬을 해서 갖다주면, 사람들이 간 후에 물건이 없어졌다고 해서 사람도 오기를 꺼려한단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가도 한의원 전화번호를 불러주는 것을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했다. 한의원에 전화를 걸었다. 직원이 받더니 늘 다니던 곳이라 통화를 통해 약을 지어서 택시로 배달하기로 했다고 한다. 엄마를 의심한 것과 어디가 아픈지 살피지 못한 죄책감이 비 온 뒤 쑥처럼 고개를 들었다. 문득 마당귀퉁이에 있는 낡은 의자가 눈에 들어온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던 걸까. 다리 한 짝은 없어지고 세 다리로 벽에 기대어 있다. 몸통엔 버섯이 피어있다. 늘 그 자리에 있었기에 난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다. 늘 곁에 있었던 엄마처럼.

월문리 감나무 아래 웅크린 낡은 의자

패이고 긁힌 다리는 거미에게 내주고

가슴엔 구름버섯을 층층이 들여놓았다

먹구름이고 의자에 앉아 먼 하늘 보던 어머니

한 손에 염주 알 쥐고 무엇을 기원했을까

감잎이 빈 의자 위에 독송讀誦처럼 떨어진다

자신을 다 내어주고 한 생을 사는 것은

가슴 속에 손톱달 하나 키우는 일이라서

저무는 서쪽 하늘에 당신을 불러내는데

자식 앞길에 맑은 햇살 기원하던 당신의 자리

의자가 소리 없이 구름 경전을 키우고

삐거덕, 바람 한 올이 살며시 내려앉는다

-김나비, 「구름버섯 키우는 의자」전문

한의원에 돈을 보내고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엄마 다음에는 나에게 아프면 전화해. 약을 진맥을 하고 지어야지. 전화로 해서 돼? 내가 엄마 모시고 가서 좋은 약으로 지어줄게." 엄마는 연신 미안하다고 한다. 미안한 건 나인데.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가 어디가 아픈지, 뭐가 필요한지 전혀 알려고 하지 않았다. '한 부모는 열 자식을 키우지만 열 자식은 한 부모를 모시지 못한다.'는 말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날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기술을 넘어 협력으로" 성장 네트워크 구축하는 충북이노비즈

[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