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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9.12 16:35:51
  • 최종수정2023.09.12 17:04:53

김나비

시인, 한천초등학교병설유 교사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까. 얼마 전 <보즈네센스키 시선>이 손에 들어왔다. 다문화 정책학교에 근무하게 된 나는 난생처음 러시아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그런데 마침 러시아 시집이 내게 날아든 것이다. 우리 반에 러시아 아이들 비중은 20퍼센트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러시아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의 문화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되었다. 그러나 돌아보니 내 삶 곳곳에 러시아 작품들이 있었음을 발견하고 놀란다.

고교 시절, 내 책상 위엔 푸쉬킨의 「삶」이라는 시가 넓적한 나무 판에 불로 새겨져 걸려있었다. 오빠가 수학여행을 다녀오며 사 온 것이었다. 푸쉬킨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외우고 또 외웠던 그 시는 아직도 내가 외는 몇 편 안 되는 시 중에 하나다. 어디 그뿐이랴. 그 시절 나는 오빠 방에 꽂혀 있던 『부활』, 『닥터 지바고』를 읽으며, 눈 덮인 러시아 자작나무 숲을 상상하곤 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마당에 자작나무를 열 그루를 심었다. 기온이 안 맞아서인지 관리를 못 해서인지 비록 나무는 고사하고 말았지만 자작나무 하면 왠지 편안함이 밀려든다. 최근에는 윤제균 감독의 영화 <영웅>을 보며 스크린 속의 새하얀 자작나무 숲을 다시 본다. 하얀 눈 위에 안중근을 비롯한 독립군들이 손가락을 자른다. 붉은 피로 물드는 차가운 자작나무 숲, 그 강렬한 첫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이렇듯 러시아 문화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삶의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톨스토이를 비롯하여 도스토옙스키, 고리키, 체호프, 레르몬또트, 고골. 푸쉬킨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작품은 내 삶의 자양분이었다. 보즈네센스키는 이번에 처음 접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을 읽으며 러시아 문학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생각이 꼬리를 물며 문학뿐 아니라 그림을 떠올린다. 화가 샤갈과 칸딘스키 그림도 다시 찾아보는 나만의 행복한 시간 여행을 한다.

우연과 필연 사이 그 간극에 당도한 시집을 편다. 보즈네센스키(1933∼2010)는 모스크바 출생이다. 그는 구소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인이었고 한다. 보즈네센스키는 인간에 대한 애정을 주된 관심사로 두면서도 전통적인 시 형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장르를 창조하고자 과감한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즉 다중 운율시, 산문시, 시와 산문의 혼합시, 그래픽시, 시각시 등 다양한 형식을 개발하게 했다. 그의 시를 보면 기존의 예술 형식에 도전하고자 했던 전위파 시인의 눈부신 개성을 느낄 수 있다.

책을 덮고 우리 반 아이들을 하나하나 떠올린다. 아이들이 더 친숙하게 다가옴을 느낀다. 어릴 적 접했던 시 한 편이, 나도 모르는 행복한 기억을 갖게 해 주었다. 그래서 나는 이 아이들에게 시조를 가르치고 있다. 훗날 러시아로 돌아가 한국을 회상할 때 시조가 그리움이라는 리듬으로 피어나길 바란다. 한국의 가락이 그들의 의식 속에 잔잔히 흐르며 아름답게 기억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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