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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비

시인, 주성초등학교병설유교사

'귀한 자식 매 한 대 더 안기라.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다.' 이렇듯 자식에 관한 속담이 많은 것은 그만큼 부모에게 자식은 의미심장한 존재라는 것 아닐까.

군대 간 아들이 핸드폰을 보내 달라고 공중전화를 걸어왔다. 이젠 군에서도 핸드폰을 쓸 수 있다고. 주말에 면회를 하러 갈 계획이니 토요일에 갖다주겠다고 하자 택배로 보내 달란다. 전화기가 들어오면 내부에서 검사작업을 마친 후 본인에게 주기 때문에 우체국 택배로 받는 것이 가장 좋다고. 다음날 나는 전화기를 들고 출근했다. 오후에 잠시 외출을 쓸 요량이었다. 아침 돌봄 선생님에게 무심코 그 이야기를 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그녀가 본인이 퇴근하면서 보내주겠다고 한다. 감사한 마음으로 그녀에게 폰을 넘겼다.

다음날 그녀가 우체국 영수증을 줬다. 화요일에 보냈으니, 금요일이나 늦어도 토요일에는 들어간다는 말과 함께. 토요일, 면회를 하러 갔다. 그런데 전화기가 아직 도착을 안 했다고 한다. 혹시 주소를 잘못 적은 건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조금만 기다려 보자고 했다. 그런데 수요일이 되어도 도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보낸 지 열흘이 지난 금요일 아침, 걱정되어 아침 돌봄 선생님에게 말하자, 도와주려 한 것이 폐가 된 것 같다고 미안해한다. 보낸 우체국이 어딘지 물어서 전화했다. 담당 집배원의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집배원에게 전화하자 받는 사람 주소가 어떻게 되냐고 묻는다. 공군 비행단이라고 하자 자기 담당이 아니라면서 다른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다시 전화하니 사서함 우체국이라고 한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 택배는 도착해 있다고 한다. 그럼 왜 배달을 안 하냐고 물으니 사서함 우체국은 배달하는 곳이 아니라 보관만 하는 곳이라 한다. 그럼 언제 배달이 되냐고 하자 부대에서 가져가야 한단다. 그게 언제냐고 묻자 모른다고 한다. 그곳이 어디냐고 하자 부대 내에 있는 사서함 우체국이라고 한다. 그제 서야 모든 의문이 녹아내렸다.

저녁에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핸드폰을 받긴 했는데 군 정지 해지가 안 되어 슬프단다. 해지하려면 6시 전에 해야 하는데, 군인의 일과는 6시에 끝나서 통신사에 전화할 방법이 없단다. 다음날 통신사로 전화를 해서 직원에게 사연을 털어놓았다. 직원은 아들의 생년월일을 물었다. 주민등록증을 찍어 놓은 것이 있어서 그것쯤은 쉽게 대답을 했다. 이번에는 요금이 어디서 빠졌냐고 물었다. 농협 통장일 거라고 했더니 아니란다. 농협 카드에서 빠졌었다며 마지막으로 하나를 더 묻는단다. 주소를 대라고 한다. 난 자신 있게 우리 집 주소를 댔다. 그러나 이번에도 틀렸다고 한다. 충주로 되어 있단다. 아마 자취하던 곳의 주소를 입력한 것 같다고 하자 그 주소를 대라고 한다. 결국 전화기를 풀지 못했다. 순간, 아들이 살던 자취방 계약서를 핸드폰 사진으로 찍어 놓은 것이 있었다는 생각이 퍼뜩 머리를 스쳤다. 핸드폰을 뒤졌다. 없었다. 내 전화기를 얼마 전 바꾸었기 때문에 집에 있는 전화기에 있을 것 같았다.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달려갔다. 서랍을 여니 낡아서 쓰지 않는 핸드폰 네 개가 취침 중이었다. 그중 최신 제품인 것 같은 것 두 개를 골랐다. 기계를 켜니 켜지지 않았다. 방전된 것이다. 6시까지는 20분밖에 남지 않았다. 두 개의 핸드폰을 다 충전케이블에 연결했다. 십 분 후 하나의 핸드폰을 켰다. 그러나 비번이 생각나질 않았다. 이것저것 넣어 간신히 화면을 풀었다. 갤러리를 아무리 뒤져도 없었다. 5분이 남았다. 다른 핸드폰을 켰다. 갤러리를 뒤지자 그곳에 계약서가 있고 주소가 있었다. 2분이 남았다. 전화를 걸고 간신히 상담원과 연결이 되고 군 정지를 풀었다.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아들이 이제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부모의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자식이 좀 더 편안하게 생활하기를, 험하지 않은 길로 가기를. 세상의 모든 자식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땅을 포근하게 덮어줄 눈이 내린다. 새하얀 눈송이를 보며 새해에는 따듯한 일만 펑펑 쏟아지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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