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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순

커피인문학 저자

지금 이 순간, 세계에서 가장 쎈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우크라이나 전장의 병사들인 듯하다. 키이우에서 '커피 인 액션(Coffee In Action)'을 운영하던 마흔 세 살의 바딤 그라노브스키(Vadym Granovskiy)는 러시아 침략을 받은 뒤 병사들에게 무료로 커피를 만들어 보내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전선에 투입된 단골손님들에게서 커피를 보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직접 커피를 가져다주기도 했는데, 점점 그의 커피를 찾는 군인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났다.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모금운동을 벌여 바딤의 커피를 C레이션처럼 커피보급품으로 만들고 있다.

전선의 병사들은 바딤에게 갈수록 더욱 더 강력한 커피를 요구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 하면서체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잠을 쫓고 집중력을 높이며,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솟구치게 하는 커피 효과가 절실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바딤은 제즈베 커피에 에스프레소 더블샷을 추가해 만든 최강의 커피를 보냈는데, 목숨을 걸고 싸우는 병사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커피가 됐다. 바딤의 커피는 한 잔 만으로도 하루 카페인 섭취 제한량은 넘어서는 극한의 커피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연이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전방의 우크라이나 군인에게 공급되는 고옥탄가 커피(The High-Octane Coffee Fueling Ukraine's Front Line Forces)"로 소개되면서, 국제적으로 커피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바딤을 돕기 위한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일명 '쎈 커피'는 특별한 분야에서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다. 2018년에는 국제우주정거장 '익스피디션 56' 승무원들에게 인스턴트 커피가 배송됐는데,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카페인 커피'라는 별칭을 얻었다. 카페인의 양을 농축시키는 비밀이 따로 있던 게 아니다. 인스턴트 커피는 한 번 추출한 커피의 물을 모두 날려 보내고 가루만 남긴 것이기 때문에, 추출기술이 아니라 사용하는 커피 자체가 고카페인으로 구성돼야 했다. 우주로 보낸 커피를 만든 당시 34세의 마이크 브라운은 로부스타 품종이 아라비카 종에 비해 카페인의 함량이 2배에 달한다는 점에 착안해 두 품종을 블렌딩했다. 우주에서 집중력을 높이는 용도로도 '쎈 커피'는 사랑받고 있다.

알코올과 화염을 동반하는 커피도 '쎈 커피'로 손꼽힌다. '카페 로얄(Cafe Royal)'은 커피에 알코올 20도짜리 브랜디가 들어가고, 더욱이 여기에 불을 붙여 각설탕을 커피에 녹아 들게 만든다. 명칭은 직역하면 '왕족의 커피'인데, 파랗게 타오르는 불꽃이 범접하기 어려운 존재인 듯 보이기도 하거니와 고급스럽기도 해서 붙여졌다. 나폴레옹이 즐겨 마셨다고 전해지는 데 정확한 출처를 알 수 없으므로 소문쯤으로 여기는 게 좋다.

커피에 알코올까지 넣어 강도를 높이는 방식은 사실 쎈 커피를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모친이자 오스트리아 최초의 여왕인 마리아 테레지아가 1740년대에 낸 아이디어였다. 계몽군주로서 개혁안을 추진하면서 스트레스가 심했던 그는 술을 가까이했다. 거의 중독에 가까웠다고 전해지는데, 낮에 업무 중에 술을 마시는 것이 눈치가 보였던지 커피에 술을 넣어 오도록 한 것이 커피 칵테일의 기원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쎈 커피는 또 운동선수들에게도 숨겨진 무기가 되고 있다. 지난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호주대표팀이 전담 바리스타를 동원해 출전 직전의 선수들에게 쎈 커피를 마시게 함으로써 경기력을 높인 데서 이 같은 사실이 꼬리를 밟혔다.

하지만, 강력한 커피를 필요로 하는 곳이 전쟁터라는 사실은 우리를 슬프게 만든다. 우크라이나 군인을 위한 쎈 커피는 러시아의 공격으로부터 목숨을 지켜내려는 절절한 도구이다. 전쟁 속에서 한 잔 커피가 병사에게는 구체적인 위로가 되고, 평화를 깃들게 하는 향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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