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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4.06 17:03:01
  • 최종수정2020.04.06 17:03:01

박영순

<이유있는 바리스타> 저자, 서원대 교양학부 겸임교수

덩그러니 놓인 커피 한 잔에게 물어본다. "너는 누구냐(Who are you)?"

"내 고향은 하와이 빅아일랜드, 그 중에서도 서쪽 태평양에 접한 코나(Kona)라는 곳이야. 경사를 따라 가로 3.2km, 세로 32km에 걸쳐 비옥한 땅이 펼쳐져 있는데, 여기서 자라기만 하면 품종을 따지지도 않고 '코나 커피'로 불리지. 미세기후와 토질, 강수량이 커피 재배에 탁월하게 좋기 때문이야. 오죽하면 마크 트웨인이 세계 최고의 커피라고 찬사를 보냈겠어."

출처를 알 수 없는 커피는 향미를 논할 자격이 없다. 향미는 성품처럼 자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스페셜티 커피에게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덕목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 정도의 답변으로는 윤곽만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질문을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코나 커피에 대한 이야기이고, 너만의 이야기를 해 줄 수 없을까"

"나의 혈통은 티피카(Typica)인데, 조상들은 먼 옛날 에오피아에서 출발해 예멘, 프랑스, 카리브해, 기아나, 브라질을 거쳐 19세기 초 코나에 도착하셨지. 내 몸에는 원종의 피가 흐른단 말야. 여기서 코나의 첨단기술을 만나 워시드(Washed) 가공방식을 통해 보다 산미가 깨끗하고 단맛은 시럽과 같으며, 향미는 입안 가득 풍성하고 여운은 기막힌 균형미 덕분에 한없이 길게 이어질 수 있게 됐지. 최고의 커피라는 명성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해."

한 잔의 커피가 가치를 가지려면, 정확한 출처와 함께 어떻게 가공됐는지도 중요하다. 물론 로스팅과 추출도 영향을 미친다. 커피는 결점두 피킹을 거쳐 아그트론 수치가 53~58 범위에 들도록 신중하게 로스팅 됐으며, 정성스레 종이필터를 거쳐 한 잔에 담긴 사연을 들려줬다. 하지만 아직 대답은 본질(Essence)에 다가가지 못했다. "그런 우유성(accident)을 모두 덜어내고 오로지 너에게만 속하는 것을 말해줘."

"우연(Contingency)을 뺀 필연적인 것(Inevitability). 나를 커피이게끔 하는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구나."

질문을 바르게 한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학문(學問)은 결국 '질문을 배우는 것'이리라. 이렇게 바꿔 물었다. '너는 무엇이냐(What are you)?'

"우리 아라비카 커피들은 1400만년 전 카메룬의 치자나무가 동아프리카 지구대를 따라 에티오피아에 도착했을 무렵, 커피의 본성을 얻게 됐어. 그것이 예정된 것이었는지, 진화의 결과였는지, 커피가 되고픈 열망이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인지는 알 수 없어. 다만 나는 본성이 담긴 DNA를 후대에 전하기 위해 나무로 자라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사실을 선험적으로 알고 있어. 하지만 한 잔에 담겨 너 앞에 있는 거야."

꽃을 피워야 할 커피가 과육과 파치먼트를 해체당한 채 사물로 놓였다. 더욱이 거센 불에 볶이면서 생명을 잃었다. 다시 물었다. "너는 이제 사라지는 것이니. 이렇게 허무하게. 도대체 너는 무엇이었던 것이지?"

"배아(Embryo)를 생명으로 키워낼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아름다운 향과미감으로 승화했어. 너의 관능을 어루만지며 사유로 이끌고 있지. 그렇다고 나의 존재가 관념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야. 나를 이루던 탄소, 수소, 산소, 질소는 너의 일부가 돼서 생명을 만들어낼 것이야. 내가 무엇인지는 너에게 달렸어."

커피 잔의 온기가 손을 통해 전해진다. 그윽한 향은 마음을 어루만지고 목을 타고 내려가 나의 관능이 된다. 나의 일부가 된다. 인류를 마주한 대상(Gegenstand)으로서, 커피의 실체는 뉴턴의 판단처럼 우리의 외부에 있는 게 아닐 수 있다. 칸트가 직관했듯 그것은 우리 두뇌의 시공간에 나타난 현상(Appearance)일지 모른다.

우리가 커피의 향미를 어떻게 인식(Cognition)하느냐에 따라 커피의 본질이 정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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