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5.8℃
  • 맑음강릉 0.3℃
  • 맑음서울 -2.0℃
  • 맑음충주 -5.5℃
  • 구름조금서산 -0.5℃
  • 맑음청주 -0.7℃
  • 맑음대전 -1.5℃
  • 맑음추풍령 -0.9℃
  • 맑음대구 2.3℃
  • 구름많음울산 2.4℃
  • 맑음광주 1.6℃
  • 구름많음부산 3.4℃
  • 구름많음고창 -0.2℃
  • 구름조금홍성(예) -1.6℃
  • 구름많음제주 8.5℃
  • 구름많음고산 8.4℃
  • 구름조금강화 -4.9℃
  • 맑음제천 -3.6℃
  • 맑음보은 -3.7℃
  • 맑음천안 -3.6℃
  • 구름많음보령 0.4℃
  • 맑음부여 -3.0℃
  • 맑음금산 -4.0℃
  • 구름많음강진군 0.3℃
  • 구름많음경주시 1.9℃
  • 흐림거제 5.0℃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4.11.03 15:34:17
  • 최종수정2024.11.03 16:15:18

박영순

'파란만장한 커피사' 저자

한 잔의 커피가 선사하는 행복을 표현하기 위해 더 이상 외국 서적을 헤매지 않아도 될 성싶다. 마음 깊숙이 퍼지는 정서를 정제된 언어로 묘사하기 위해 헤밍웨이나 카뮈의 작품을 서성거리지 않아도 되겠다. 우리에게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생긴 덕분이다.

커피 향에 설레고, 때론 되레 고독해지는 감성을 어찌 남의 언어에 의탁해 오롯이 담아낼 수 있을까. 나의 커피 맛은 나의 언어로 경험한 사건에서 비롯되는 까닭이다.

목을 타고 내려와 관능의 일부가 되는 커피, 그 커피가 내 안에서 일으키는 구체적인 현상을 타자와 공감하기 위해서 나에게는 한국어가 소중하다. 한강 선생의 문학적 표현은 커피 향미의 미묘한 뉘앙스마저 온전하게 드러낼 멋진 도구가 아닐 수 없다.

커피는 감각적이다. 향, 맛, 촉감, 표상과 고운 울림 등 오감이 작동된다. "눈이 내리면 모든 것이 멈춘다. 바람도 소리도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흰')는 표현에서, 커피애호가들은 '눈이 내리면'을 '커피를 마시면'으로 바꿔 깊이 사유할 수 있다.

커피는 정서적이다. 마시는 사람의 감정과 기억이 깊이 연관돼 있다. 커피가 위로가 되기 위해선 고통이 전제된다. 한 잔의 커피는 비로소 상처를 관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얀 꽃잎들이 허공에서 날아다녔다. 그것은 먼지가 아니라 죽은 사람들의 속삭임이었다." ('소년이 온다')는 '잊히는 아픔'을 위로한다. 정서가 되는 것만큼 깊이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나의 커피는 서정적이면 좋겠다. 시처럼 평화로움만이 내 안에 머물기를 소망한다. 즉각적인 감각보다 시간을 뛰어넘어 영원으로 이어지는 본질에 나의 커피 향기가 감돌기를… "아름다운 사물을 믿으면서 아름다움 자체를 믿지 않는 사람"('희랍어시간')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하며 커피 한 잔을 마주한다.

사실, 커피는 모든 호모사피엔스에게 인지적이다. 강렬한 신맛과 쓴맛은 감각을 일깨우고, 향기는 망각의 족쇄를 풀어내며, 온기와 냉기는 의식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로 인해 내면에 풍경이 펼쳐진다.

이제 추상은 감각 경험을 넘어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끌어 준다. 자목련은 왜 흉터 많은 꽃잎들을 떨구었으며, 바다를 본적이 없는 그의 눈 안에서 왜 파도가 출렁이는지, 그리고 인간의 몸이 본시 슬픔을 타고나 이유를….

역사적 사건을 통해 인간성을 탐구한 '소년이 온다'는 커피음용자로 하여금 노동, 환경을 염려하는 윤리적 소비의 당위성을 일깨우며 더 넓은 세계와 가치에 우리를 연결 짓게 한다. 존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려 했던 영혜의 몸부림은 서구 중심의 사고에 찌든 커피 문화에 변화를 촉구하는 실존적 질문을 던진다.

커피를 그냥 마실 순 없다. 의미를 곱씹으며 마셔야 한다는 다급함이 한강 선생으로 인해 생겨났다. 커피를 마실 때마다 고통과 고독, 아픔과 상처, 위로와 치유에 대한 정신적 순례를 자처하겠다는 욕구도 솟고 있다. 우리의 정서가 배인 우리말 표현으로 이웃과 소통하며….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정대철 헌정회장 "개헌 방향 '정쟁 해소'에 초점"

[충북일보] 대한민국헌정회(회장 정대철)는 2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 대강당에서 '정치선진화를 위한 헌법 개정 대토론회'를 개최한다. 헌정회는 지난해 11월부터 헌법개정위원회를 구성해 개헌의 방향에 대한 연구를 통해 국가 100년 대계 차원의 조문을 만들었다. 이 연구에 이시종 전 충북지사도 참여했다. 정대철 회장은 "정쟁을 해소하는데 개헌의 방향의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헌정회가 개헌안 마련에 나서게 된 배경은. "헌정회는 오늘날 국민적 소망인 정치권의 소모적 정쟁 해소와 지방소멸·저출생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 적극 대처하는 것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헌법에는 이러한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구 유럽처럼 정쟁을 중단시키는 장치인 내각불신임·의회 해산제도 없고, 미국처럼, 정쟁을 중재·조정하는 장치인 국회 상원제도 없다보니, 대통령 임기 5년·국회의원 임기 4년 내내 헌법이 정쟁을 방치 내지 보장해주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헌법개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서 헌정회가 헌법개정안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동안 헌법개정은 여러 차례 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