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6.1℃
  • 맑음강릉 7.7℃
  • 맑음서울 7.4℃
  • 맑음충주 7.4℃
  • 맑음서산 8.3℃
  • 맑음청주 8.8℃
  • 맑음대전 10.1℃
  • 맑음추풍령 8.6℃
  • 맑음대구 12.0℃
  • 맑음울산 11.9℃
  • 맑음광주 11.2℃
  • 연무부산 12.6℃
  • 맑음고창 8.6℃
  • 맑음홍성(예) 7.7℃
  • 맑음제주 13.0℃
  • 맑음고산 11.0℃
  • 맑음강화 4.8℃
  • 맑음제천 6.9℃
  • 맑음보은 9.5℃
  • 맑음천안 8.5℃
  • 맑음보령 9.2℃
  • 맑음부여 9.6℃
  • 맑음금산 8.9℃
  • 맑음강진군 12.7℃
  • 맑음경주시 11.9℃
  • 맑음거제 11.9℃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4.02.04 14:53:29
  • 최종수정2024.02.04 14:53:29

박영순

'커피인문학' 저자

손흥민은 '탑 스페셜티 커피'(Top specialty coffee)이다.

스페셜티 커피 중에서도 '클래스가 다른 어나더레벨(Another level)'에게는 '탑'이 붙는다. 월드커피리서치(WCR)는 리모넨(Limonene)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지를 보고 탑 스페셜티 커피를 가려 낸다. 이 물질이 많으면 꽃과 과일의 향을 풍성하게 풍기며 커피 음용자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축구선수에게 리모넨은 타고 나는 속성이겠다. 대를 잇는 생명체가 지니는 정체성은 혈통에서 비롯된다. 고급 품질의 아라비카 종이 리모넨을 풍부하게 가질 수 있는 것은 100만년 전 두 혈통이 만나면서 부터이다. 1400만년 전 카메룬에서 자라고 있던 치자나무가 동아프리카 지질운동으로 사바나 초원과 같은 평지가 형성되면서 씨앗을 널리 퍼트릴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시간이 흘러 콩고의 열대 밀림에서 살아남은 치자나무는 병충해를 이겨내는 강한 카네포라 종으로 변모했고, 에티오피아 고지대에서는 카페인 대신 향기성분을 더 많이 품은 유게니오이데스(Eugenioides) 종으로 진화했다. 이 두 종이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가 되어 아라비카 종을 만들어 냈다.

손흥민에게는 밀양 손씨와 해평 길씨의 피가 흐른다. 손흥민에게서 강한 애국심이 느껴지는 것은 아버지 집안에서는 손병희 선생, 어머니 쪽에서는 길선주 목사와 같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두 분은 1919년 3·1 운동 때 발표된 기미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이다.

손흥민의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은 거슬러 올라가면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딴 손기정 옹이 지닌 DNA의 기원과 같다. 몸값이 치솟는 가운데에도 연봉을 쫓아 명문 구단들을 기웃거리지 않고 토트넘을 향해 굳은 신의를 지키는 것은 야은 길재에게 핏줄이 닿는 까닭이겠다. 야은은 고려 충신으로서 끝내 조선에 협력하지 않았다. 산골에서 초근목피로 연명할지 언정 이방원이 보낸 쌀과 콩 백섬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의 절의와 인품에 탄복한 이방원은 대신들에게 "야은을 본받으라"며 그를 갖지 못함을 아쉬워했다.

커피가 뛰어난 맛과 향을 갖기 위해선 혹독함을 견뎌내야 한다. 목이 타 들어 가는 가뭄 속에서 뿌리를 깊이 내려 비로소 풍성한 미네랄을 비축할 수 있다. 바람이 거세면 가지를 튼튼하게 키워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해발 고도 2천m에 달하는 고지대에서 얼어 죽을 듯한 추위를 수십차례 이겨낸 커피나무만이 씨앗에 경쾌한 산미와 꽃향, 그리고 감미로움을 담아낼 수 있다.

명품은 고난과 고통 속에서 빚어진다. 4년전 발간된 손흥민의 첫 에세이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은 그가 치러낸 역경으로 점철돼 있다. 국내 제도권 축구에 머물지 않고 아버지의 혹독한 지도를 받은 과정과 함브루크-레버구젠-런던으로 이어지는 타향살이…. 손흥민이 낯선 환경에서 치른 고독함은 '어나더레벨'을 이루는 토대가 됐다. 차범근-박지성을 이어 손흥민은 마침내 경지가 다른 '문도노보'(신세계)를 활짝 열었다. 그가 낸 길로 수많은 후배 선수들이 걸어갈 것이다. 역사의 발전은 인물을 통해 한 순간 도약한다. 긴 세월 속에서 수차례 멸종의 위기에까지 몰렸던 커피가 '돌연변이' 출현으로 난관을 돌파하며 끝끝내 진화해 온 것처럼….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도민들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은행으로"

[충북일보] "올해도 금융지원 본연의 역할은 물론 지역금융 전문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임세빈(55) NH농협은행 충북본부장은 취임 2년차를 맞은 소회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일반 은행과 달리 농협은행은 농민과 고객에 대한 서비스와 책임을 지고 있다. 100%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은행으로의 기업가치를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임 본부장은 "금융의 측면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인정받는 리딩뱅크 운영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농협의 기본 가치인 농업·농촌을 살릴 수 있는 지역사회 공헌과 농산물 소비촉진 등 공익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도시와 농촌을 연결할 수 있는 허브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농협은행의 목표는 '금융을 고객 성장의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원칙을 재정립하고 고객 신뢰를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임 본부장은 은행의 중점 추진사업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먼저 고객과의 동반 성장을 실현한다. 고객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맞춤형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둘째, 규정과 원칙을 확립해 고객이 믿고 거래할 수 있는 금융환경을 조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