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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9.19 15:42:40
  • 최종수정2022.09.19 15:42:40

박영순

'커피인문학' 저자

커피 값과 관련해 생각이 깊어진다. "좋은 커피라서 비싼 것일까, 비싸니까 좋은 것일까?"

며칠 전 외신을 통해 '세상에서 제일 비싼 커피'가 새롭게 탄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센시블 커피(Sensible Coffee)가 주최한 경매에서 파운드당 6천 달러가 넘는 커피가 나왔다고 미국커피전문블로그 스프러지(Sprudge.com)가 전했다. 파나마 보케테지역의 엘리다 에스테이트(Elida Estate)가 재배한 게샤 아구아까띠요(Gesha Aguacatillo)가 파운드당 6천34달러에 낙찰된 것이다. 경매 당일 환율로 따지면 우리 돈으로 약 834만5천 원이다.

1파운드가 450g이므로, 1㎏으로 따지면 1천834만 원에 달하는 것이다. 생두 1㎏을 볶으면 무게 손실로 인해 800g 정도가 된다. 드립 한 잔을 만드는데 원두 20g을 사용한다고 할 때, 이 커피 한 잔의 값은 무려 45만8천700원이다.

한 잔에 45만 원이 넘는 커피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커피일까? 커피에서도 고가 와인처럼 소위 '1%의 부자들, 그들 만의 리그'가 만들어 지는 것일까? 이런 커피를 마시는 걸 말릴 순 없이만,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 턱 없이 비싼 커피가 나도는 데는 상술이 도사리기 때문이다.

엘리다 에스테이트는 지난해에도 게이샤 품종 1㎏이 268만 원에 팔려 눈길을 끌었다. 올해도 가격을 드높인 덕분에 이 커피는 로마네꽁티나 루이비통처럼 명품의 반열에 오를지 모른다. 사실 더 궁금한 것은 이토록 비싼 값을 치러 누가 커피를 샀냐는 점이다. 명품이라는 이름표를 달기 위해선 '헉' 소리가 날 정도로 엄청난 돈을 지르는 세력이 있어야 한다. 대체로 그 세력은 파는 측과 연계돼 있기 마련이다. 또는 사는 측도 같은 원리로 자신도 명품이라는 꼬리표를 달기 위해 이런 마케팅에 달려 든다. 스페셜티 커피 바람이 분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일본의 커피회사들이 비싼 값을 치르며 커피를 낙찰받는 방식으로 이름값을 높인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명품 커피가 되기 위해 돈으로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커피애호가들 사이에서 엘리다의 비싼 커피가 회자되고 관련 기사를 퍼 나르는 일이 잦아졌다. 그 사이 엘리다 커피는 샘플 생두 450g에 8만~9만 원을 받고 항공우편을 통해 전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가격이 그쯤 되면, 맛이 어떤 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식이다. 비쌀 때에는 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집단최면 증세가 새롭게 생긴 것인지…. 1㎏에 수백만원에 달하는 커피들이 항상 그 가격에 판매되는 것은 아니다. 그 값은 특정 경매에서 낙찰되는 가격이고, 그 사실을 앞세워 광고하면서 커피를 좀 더 비싸게 파는 전략을 구사한다.

커피가 이런 식으로 고귀함(?)을 치장한 것은 사실 오래된 이야기이다. 대표적인 것이 '영국 왕실의 커피'라는 문구이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을 엘리자베스 2세가 사랑한 커피인 것처럼 이미지를 만드는 데는 일본의 유명 상사들의 전략이 주효했다. 자메이카는 영연방국가로서 국가 원수가 엘리자베스 2세이기 때문에 '왕실의 커피'로 불린 것 뿐인데, 일본의 장사꾼들이 이를 오크통에 담아 귀한 것처럼 파는 수법을 써 세계적으로 바가지를 씌웠다. 커피의 품질에는 맛과 함께 그 속에 담긴 이야기도 중요하다. 하지만 순서가 바뀌면 마시는 사람들이 바보가 된다. 가격이 비싼 이유를 꼼꼼히 따지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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