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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9.02 17:01:42
  • 최종수정2019.09.02 17:01:42
 일본이 남긴 흔적들, 특히 일본식 명칭을 없애고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제 강점기가 끝난 지 70년이 넘도록 집요하게 이어지는 이 땅의 일본식 명칭들을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는 다급함이 생겼다. 무심코 일본식 용어를 내뱉어온 것이 '아베 신조'로 상징되는 일본제국주의자들에게 '근본 없는 우월감'을 선사한 꼴이 됐음이 확인됐다.

 망둥어가 뛰니 꼴뚜기도 뛴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마침내 내부에서 빚어졌다. "일제 식민 지배 덕분에 한국이 근대화되고 잘 살게 됐다"고 주장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이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까지 내고 겨레의 영혼을 작정하고 오염시키고 있다.

 스멀스멀 일제의 기운이 배어 있는 용어들이 주변에 수두룩하다. '기라성 같은 인물'에서 '기라'는 '반짝이다'는 일본어를 한자로 취음한 것이다. 일제 때 작명된 유치원도 '수준이 낮거나 미숙하다'는 뜻이 담겨있다. 경남 밀양시 '천황산(天皇山)'은 일제가 '재악산'을 개명한 것으로 더 늦기 전에 없애야 한다. '아베의 폭거'을 떠올리며 이들 용어를 되뇌다 보니 소름이 끼친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음흉함 때문이다. '황국신민의 학교'라는 뜻이 밴 '국민학교'을 '초등학교'로 바꿨듯이 민족정기회복차원에서 바로 잡아야 할 일이 산적하다.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일본식 용어를 사용하는 가운데 서서히 일본식 세계관이 정신에 스며든다. 훔볼트는 "한 언어를 쓰는 민족은 그 언어가 부여하는 공통의 세계관을 획득하게 된다"고 역설했다. 에드워드 사피어가 간파한 "인간은 모국어가 그어 놓은 선을 따라 자연을 분석한다"는 말은 작금의 상황에 비쳐 섬뜩하기까지 하다.

 일본식 용어를 쓸수록 그들이 지배권을 강제하는 영역은 커지게 마련이고 그만큼 우월감도 팽배해진다. 우월감이 인류를 파멸로 이끈 사례를 찾기 위해 굳이 성경을 펼치지 않아도 된다. 일본제국주의자들이 발발한 태평양전쟁이 그랬다.

 걱정스런 마음으로 커피문화에 스며든 일본식 용어를 뒤졌다. 더치커피(Dutch coffee), 사이폰(Syphon), 핸드드립(Hand drip), 칼리타(Kalita), 고노(Kono) 등 애써 찾을 필요 없이 툭툭 튀어나온다.

 더치커피, 사이폰, 핸드드립이라는 일본식 용어를 따라 부르는 가운데 이것들을 그들이 처음 만들어냈다는 오해가 생겼다. 이로 인해 일본식으로 커피를 추출해야 문화적으로 고급스럽고 전문가답다는 인식까지 깊게 새겨졌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더치커피는 세계 커피계에서는 콜드브루(Cold brew) 커피로 소통된다. 찬물로 성분을 추출한 커피를 더치커피라고 부르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 밖에 없다. 더치가 지칭하는 네덜란드조차 왜 그렇게 부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한 일본커피체인점이 1970년대 정한 음료 명칭이 더치커피였다. 찬물로 내리는 방식을 일본이 처음 개발한 것도 아니다. 1960년대 미국인이 남미 커피산지에서 배워 가 퍼트린 것이 콜드브루이다.

 사이폰의 사연은 더 황당하다. 스코틀랜드의 해양학자인 로버트 네이피어가 개발하고 프랑스가 시판한 버큠포트(Vacuum pot)를 1924년 일본이 가져가 사이폰이라는 이름으로 대량 생산했다. 이 명칭을 따라 부르는 사람들이 사이폰 원리가 작동되는 커피 추출법이라고 소개하지만, 사이폰의 원리가 전혀 적용되지 않는 잘못된 명칭이다.

 커피 성분을 종이필터에 거르는 여과법(filtration)도 1908년 독일의 멜리타 벤츠가 생각해낸 것이다. 이것을 50년이 지난 뒤 일본이 특허를 피하기 위해 구조를 조금 다르게 해서 '칼리타'라고 내다팔았다. 그 명칭이 '멜리타를 흉내 낸'이라는 의미를 지닌 '가라 멜리타(가짜 멜리타)'에서 유래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우리는 조선 말기에 프랑스, 독일, 러시아, 미국, 영국을 통해 커피 문화를 받아 들였다. 일제 강점기 일본에게서 배운 게 아니다. 1883년인 고종 20년에 재물포를 통해 커피 생두를 수입한 기록이 있으며, 앞서 1840년대 헌종 때 김대건 신부가 신학공부를 하면서 커피를 마셨다는 정황도 있다. 일본보다 앞선 조선의 커피 문화가 일제 강점기를 통해 왜곡됐다.

 일본식 용어에 문화적 우월주의를 퍼트리려는 일제의 속셈이 깔려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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