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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6.12 17:08:46
  • 최종수정2023.06.12 17:08:46

박영순

'커피인문학' 저자

커피가 몸에 좋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처럼 커피를 대할 일이 아니다. 커피가 질병 예방이나 치료에 유익하다는 연구들에는 사실 전제가 있다. 설탕이나 크림이 들어 가지 않은 순수한 원두 커피이어야 한다거나 카페인 일일제한섭취량을 준수해야 한다는 등 건강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통제한 상황이다. 그러므로, 커피에 관한 연구 결과를 무작정 믿어선 안 된다. 커피를 만병통치약인양 파는 상술이 끼어들 틈을 준다면 위험하다.

과학과 의술이 발달하면서 분자 구조 단계의 특정 성분만을 가려내 효능을 규명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카페인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카페인의 각성과 에너지 증진 효과는 널리 알려져 있는데, 종종 통념을 벗어나는 연구내용이 전해진다. 예를 들어, 처방하는 농도를 같게 했더라도 순수 카페인만 적용할 때와 커피 음료로 섭취하게 할 때, 차로 마시게 할 때 각각 효과의 유무와 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과 차에서 나온 카페인의 화학구조는 모두 같다. 인체가 어디서 온 카페인인지를 구별해 달리 반응할 리 없다. 하지만 녹차에 있는 카테킨이라는 성분이 카페인의 흡수를 억제하기 때문에 커피를 마셨을 때와 반응정도가 다르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과 커피에 들어 있는 특정 성분만을 추출해 섭취하는 것의 효용성을 알기에는 더 많은 연구와 시간이 필요하다. 성분의 농도를 높임으로써 더 명료한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지만, 별 소용이 없거나 도를 넘는 강도로 인해 되레 해를 입을 수 있다.

인류가 오랜 세월 속에서 음용한 방식이 안전하다. 커피도 예외일 수 없다. 커피에는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이 있지만, 성분을 따로 섭취할 때 보다 커피 한 잔을 종합적으로 마실 때 건강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난 사례가 여럿 있다. 커피에는 과학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한 여러 성분들의 시너지 효과가 있다. 따라서, 약처럼 특정 성분만을 빼내 섭취하는 것은 권할 일이 못된다. 평소 좋은 커피를 적정량 마시면서 누릴 수 있는 효과를 굳이 농축해 짧은 시간에, 그것도 목적으로 보려 한다면 전문의 상담을 통해 약을 처방받을 일이다.

며칠 전 커피 생두 추출물로 만들어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주는 커피'가 출시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2012년 미국에서 시작된 '커피 생두 다이어트 소동'이 떠올랐다. 미국의 심장외과 전문의인 메멧 오즈 박사가 TV에 출연해 커피 생두 추출물이 살을 빼는데 좋다고 밝힌 뒤 한동안 생두를 삶아낸 물을 마시는 일이 유행했다. 이렇게 해서는 다이어트 핵심 성분인 클로로겐산을 올바로 섭취할 수 없다. 이 물질은 열에 약하고, 또 단일 물질로서는 체내 흡수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럴 진데, 이번엔 내로라하는 음료회사가 '체지방 감소'라는 모호한 표기를 내걸었다. 커피 생두를 볶지 않고 성분을 추출한 음료에서 커피 맛이 날까 싶어 성분표를 봤더니, 커피향을 내는 합성향료가 2종류 들어갔다. 사용한 커피 생두는 인도산인데, 품종이 고급 아라비카인지 저가인 로부스타인지 알 수 없다. 클로로겐산은 아라비카보다 로부스타에 더 많이 들어 있다. 건강에 유익함을 앞세우면서도 재료가 이렇게 선명하지 않은 것은 이외다. 지난 2월 에티오피아에서 수입한 생두 170여t에서 발암물질인 오크라톡신A 검출됐을 때, 이 회사의 계열에서 수입한 '오크라톡신 커피 생두'가 72t에 달했다. 오크라톡신 오염 정도도 기준치를 3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 해명이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나 다짐을 소비자들은 듣지 못한 상태에서 건강기능음료처럼 보이는 커피 음료가 나온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전문의들은 대부분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사람들, 어린이, 간과 신장 질환이 있는 사람들, 커피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커피 생두 추출물을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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