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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순

'커피인문학' 저자

커피값이 자꾸 오른다. 참다 참다 4년만에 올린 커피전문점이 있는가 하면, 한국을 대표한다는 한 기업은 올 들어서만 두 차례나 커피값을 올렸다. 1월에 7%, 12월에 9.8%. 이 때문에 연초 1.2kg 커피믹스 1박스가 1만1천310원에서 1만3천330원으로 뛰었다. 한 해에 가격이 18%나 올랐다.

이 기업이 지난 1월에 값을 올리면서 댄 이유는 "국제 커피가격을 포함한 주요 원재료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부득이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였다. 이번에는 "연초 가격인상분 대비 원자재 및 유가, 환율 상승폭이 더 큰 폭으로 올라 추가 인상이 불가피했다"면서 또 올렸다.

커피는 이젠 '국민음료'이다. 항간에는 한국의 연간 커피 소비량이 평균 367잔으로, 세계 평균인 161잔보다 2배이상 된다 거나 소비량이 세계 2위라는 말이 떠돈다. 산출의 근거가 명확치 않지만,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것은 분명하다. 국제커피기구(ICO)가 집계한 '국가별 커피소비량'에서 한국은 최근 몇 년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2019년에는 17위에 올랐다.

사회활동이 왕성한 층에서는 "커피를 물보다 많이 마신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보니 커피값이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조사에서 성인 10명 중 7명 이상이 하루 1잔 이상 커피를 마시고, 한 달에 10만3천978원을 커피 사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경제 상황에 따라 커피 값을 올리는 회사를 탓할 순 없는 노릇이다. 소비자들은 '시장의 원칙'을 이해한다. 특히 커피는 문화를 누리려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수준에 걸맞게 대가를 올바로 치르는 행동에 대한 자긍심 역시 크다. 이는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같은 것이다. 기왕이면 공정무역 커피를 찾고, 출처가 분명하고 품질이 좋으면, 혹은 값에 합당한 역사와 사연을 지닌 커피에는 기꺼이 비싼 값을 치른다. 그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지속 가능하게 커피가 제공되기를 소망한다.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인스턴트 커피에도 이런 문화가 조성될 수 있을까? 문제는 소비자들이 속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시작된다. 내 돈을 주고 사 먹는 커피의 값이 비싸진 이유를 명확하게 알지 못하면 문화는커녕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다. 작금의 가격인상이 불매운동까지 번질 일이냐 반문하는 측도 있겠지만, 올바른 태도를 이끌어내기 위해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유의미하다.

커피애호가들은 커피값을 올린 기업들에게 질문한다.

첫째, 산지의 커피 생두 값이 떨어지면 가격을 다시 내릴 것인가? 뉴욕거래소에서 아라비카 커피의 선물가격이 최근 3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설탕과 코코아도 하락했다. 생두수입업체들이 지난 8월부터 가격을 인하했는데, 인스턴트 커피 값은 되레 올랐다. 기름값과 환율이 떨어지면, 기업이 커피값을 내릴 지도 의문이다. 이제까지 그런 사례를 거의 찾을 수 없다.

둘째, 어느 나라의 커피이며, 품질은 어떤 것인지를 밝힐 수 있나? 1년에 수 백 톤의 커피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정상적이라면 두 세 계절 커피 값이 오르는 것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커피를 입도선매 하고, 커피값이 오른 나라를 피해 다른 나라에서 커피를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스턴트커피는 더욱 그렇다. 실제 기업의 생두 구매비용이 올랐는지를 소비자는 알 수 없다.

끝으로, 기업들이 커피 생두가 아니라 엑기스나 가루와 같은 가공품을 사오는 것인지 밝힐 수 있나? 공장형 커피 수급의 안정화를 위해 생두 대신 중간가공품을 수입하면 뉴욕거래소 지수의 영향을 덜 받는다.

커피를 문화로 받아들이는 측은 소비자뿐인 듯싶다. 커피를 사 마시면서 속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커피가 사랑스러워 보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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