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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스테롤이 두려울 때 커피를 즐기는 법

밖에서안으로

  • 웹출고시간2019.11.25 16:05:38
  • 최종수정2019.11.25 16:05:38

박영순

<이유있는 바리스타> 저자, 서원대 교양학부 겸임교수

커피가 몸에 좋다는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카페인 하루 섭취량(성인 하루 400mg)만 잘 지킨다면 커피가 보약처럼 보일 정도이다. 커피애호가들은 커피의 효능에 열변을 토하지만, '고지혈증' 앞에서는 이내 기세가 수그러지는 모양새이다. 커피의 기름 성분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고지혈증을 유발한다는 연구보고들이 적잖게 나오기 때문이다.

커피에는 사실 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지 않고 콜레스테롤도 없다. 하지만 오일 성분인 카페스톨(cafestol)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 물질이 간에서 콜레스테롤로 전환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게 된다.

커피 생두를 진하게 로스팅하면 세포벽에 있는 지질 성분들이 녹아 겉면으로 나온다. 커피를 타지 않게 하면서 오일 성분을 잘 이끌어내도록 로스팅하는 것이 난이도 높은 기술이기도 하다. 오일은 향기 성분을 잘 붙잡아 둔다. 장미에서 향을 잡아두기 위해 장미오일을 추출하고 참깨에서 고소한 향을 끄집어내기 위해 기름을 짜 내는 것이 이 때문이다. 커피를 볶을 때 생두에서 오일을 잘 이끌어내면 향미가 보다 풍성해진다.

생두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섭씨 200도를 전후해 커피원두에서 오일이 배어 나온다. 이 커피오일(Coffee Essence)을 미국의 화학자 번하이머가 처음으로 카페올(Caffeol)이라고 불렀다. '볶은 커피에서 짜낸 기름'이라는 의미였다.

카페올은 에스프레소 향미를 좌우하는 크레마(Crema)의 핵심 성분이다. 한 잔의 에스프레소에서 맛을 내는 물질은 가용성과 불가용성으로 나뉜다. 가용성은 용액에 녹아 든 카페인, 단백질, 유기산, 당, 폴리페놀 등이다. 불가용성은 주로 용액에 녹지 않는 휘발성 향기 성분인데, 이들이 공기로 날아가지 않고 에스프레소에 깃들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크레마이다.

섭씨 95도의 뜨거운 물이 9기압의 압력으로 가해지면서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과정에서 카페올은 커피가루에 있는 섬유질과 함께 콜로이드를 형성한다. 콜로이드가 바로 크레마이며, 에스프레소에 기름진 바디감과 풍성한 향미를 부여한다. 크레마는 미각세포를 감싸면서 에스프레소의 쓴맛을 관능적으로 낮게 감지하게 해줌으로써 여운을 길게 이끌어준다. 카페올은 크게 카페스톨(Cafestol)과 카와웰(Kahweol)로 나뉘는데, 그 자체는 디페르펜계 화합물로서 쓴맛을 유발한다. 그런 물질이 부드러움을 준다는 것이 신비롭다.

카페스톨과 카와웰은 로부스타보다 아라비카 종에 더 많이 들어있다. 따라서 로부스타가 크레마를 형성하는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재고돼야 한다. 이는 로부스타를 사용할 때 대체로 아라비카에 비해 로스팅을 진하게 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카페올 성분 자체를 많이 함유해 크레마를 더 잘 형성하는 것은, 같은 정도로 볶였다면 단연 아라비카 쪽이다. 이런 사실을 커피애호가들은 꽤 흥미롭게 여긴다. 간혹 크레마를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향미가 떨어지는 로부스타를 넣을 수밖에 없다고 변명을 늘어놓는 상인들이 있는데, 사실 그렇게 하는 것은 로부스타가 아라비카에 비해 대략 절반 정도로 값이 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커피의 기름성분이 건강에 해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카페올은 항산화-항염증 생리활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이어지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럼에도 주의가 필요한 것은 카페스톨과 카와웰이 혈중 콜레스테롤의 농도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이다. 네덜란드연구팀은 아메리카노 한잔에 카페스테롤이 4mg정도가 들어있으며, 이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1% 가량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행스럽게도 카페올은 종이필터에 걸러 마시면 손쉽게 제거된다. 따라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거나 심혈관 질환이 있다면, 또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라면 에스프레소나 프렌치프레스처럼 종이필터로 걸러내지 않은 커피를 자제하는 게 좋겠다. 종이필터로 걸러 마시는 드립커피는 카페올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고, 대부분 로스팅을 진하게 하지 않기 때문에 원두 자체가 카페올의 생성량이 적다. 커피를 자신의 건강상태에 따라 추출법과 로스팅 정도를 달리해 즐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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