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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8.04 14:05:04
  • 최종수정2024.08.04 14:05:03

박영순

'커피인문학' 저자

커피 분야에서 새로운 용어의 등장이 잦아지고 있다. 기존의 언어로는 담아낼 수 없는 개념을 지닌 존재와 가치가 생겨나고 있다는 말이다. "새로운 언어는 신선한 종자와 같다"는 비트겐슈타인의 일갈에 기대어 이런 현상을 커피 문화의 발전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커피가 씨앗에서 잔에 담길 때까지 전 과정의 단계마다 신기술과 지식이 형성돼 확산되고 있다. 커피 열매를 따는 방식에 따라 손수확, 기계수확으로 나누던데서 열매를 나무에서 매달린채 건포도처럼 건조시킨 뒤 수확하는 레이진(raisine) 기법이 널리퍼져 커피애호가들은 톡특한 향미를 추가로 즐길 수 있게 됐다.

로스팅에서는 생두를 드럼에 투입한 직후 버너를 끔으로써 되도록 생두 깊숙히 열이 퍼져 향미를 고르게 발현케 하는 소크(soak)와 생두를 빠르게 볶아 유효성분을 많이 남기는 노르딕(nordic) 로스팅이 사랑받고 있다. 여기에 생두를 마이야르 반응 직전까지 볶아 두었다가 하루 이틀 뒤 처음부터 다시 로스팅함으로써 단맛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소위 '옐로우 로스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방식은 맛 뿐아니라 생리활성물질을 생두에 많이 남긴다는 평가를 받아 '건강한 로스팅'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수확한 커피 열매에서 씨앗을 가려내는 가공 과정에서는 보다 활발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망고나 복숭아, 파인애플을 함께 버무려 특정 과일의 향미를 부여하는 절임커피(infused)는 논란이 여전함에도 되레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여기에 생두를 동물의 장기와 환경이 비슷한 장치에 넣어 발효함으로써 루왁커피와 같은 성분을 낸다고 주장하는 커피도 시장을 넗혀나가고 있다.

커피가 아닌 재료를 사용해 커피처럼 만든 대체커피(alternative coffee)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 유형은 역사가 260년이 넘었다. 1763년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오스트리아와 7년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페허가 된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수입에 의존하는 커피 음용을 금지시켰다. 프로이센 사람들이 혈안이 돼 커피를 대신할 수 있는 재료를 찾아낸 것이 치커리였다. '커피 대체물(Coffee substitutes)' 또는 '대용 커피(Ersatz coffee)'는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지구환경을 보호하고 카페인 중독을 예방한다는 취지에서 빈리스(beanless)커피가 개발돼 양산되고 있으며, 세포배양(cultured) 커피도 시판을 앞두고 있다. 전자는 치커리 뿌리와 버려지는 야자대추 씨, 포도껍질, 해바라기씨 겉껍질 등에서 추출한 성분을 조합해 커피 맛을 낸 제품이다. 나무를 키울 필요가 없어 자연을 해칠 일이 없고, 후자는 커피나무의 조직을 실험실에서 배양한 것이다. 이들 유형은 또 로스팅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공기오염을 유발하지 않는다.

커피 문화의 진화는 여기에 멈추지 않았다. 건강을 위한 블렌디드 커피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인삼커피가 일부 계층에 유행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와 유사한 방식이다. 건강에 유익하다고 소문난 버섯, 모링가, 가시오가피, 음양곽 등을 커피와 섞은 소위 '혼합커피'이다. 이들 커피에 들어간 재료들이 몸에 좋다고 알려져 스토리텔링은 근사하지만, 실제 약효가 있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반면 '뉴트라수티컬 커피'(Nutraceutical coffee)는 단순한 혼합커피들과는 결을 달리한다. 뉴트라수티컬은 '영양'(nutrient)'과 '약(pharmaceutical)'을 합성한 신조어이다.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는 대표적 사례가 버섯종자를 커피생두에 접종해 고체발효 등의 기법을 거쳐 약효를 낸 '이뮤니카(Imunika) 커피'이다. 세계의 커피전문가들이 제 1호 뉴트라수티컬 커피로 손꼽는 이 커피가 한국인이 만든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K-커피의 바람이 생두 소싱 부문에서도 일어날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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