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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2.15 17:15:51
  • 최종수정2021.02.15 17:15:51

박영순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커피학과 외래교수

어린 아이가 골목길을 가로막은 웅덩이 앞에서 울고 있다. 뛰어넘을 수 없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한 아저씨가 다가가 웅덩이를 훌쩍 뛰어넘는 것을 보여주며 아이에게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아이는 용기를 내서 웅덩이를 힘껏 뛰어넘었다. 교육자의 역할을 거듭 마음에 새기게 하는 페스탈로치의 일화이다.

취업이나 창업을 위해 바리스타 기술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자가 몇 명이 되는지는 알 수 없다. 50만 명이 넘었다는 견해가 있고 20만 명도 안 된다는 말도 나온다. 바리스타가 국가자격증이 아니다 보니 도무지 집계가 되지 않는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이 200곳을 훌쩍 넘는 데다가 바리스타에 '급'(Level)이 있으니 복잡하기도 하다. 바리스타를 등급으로 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효용성도 없다. 바리스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시간, 돈을 낭비할 뿐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바리스타를 1급과 2급, 심지어 3급까지로 나눠 각각 돈을 받고 교육하는 것은 상술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바리스타 3급 자격증은 '페스탈로치의 웅덩이'를 타락시킨다. 웅덩이를 건너게 해주는 방법이 고약하고 사악하다는 말이다. 한 번에 건너 바리스타가 될 수 있음에도 굳이 2번으로 나눠 건너게 한다. 수법은 이렇다. 바리스타 3급에 등록해 일정 시간을 수강하면 자격증을 주고, 2급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유혹한다. 1급 자격증은 아무나 지원할 수 없다. 2급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만이 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진다.

바깥에서 보면 자격증이 매우 까다롭게 관리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노림수는 엉뚱한데 있다. 이를 상술로 보는 비판적인 견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바리스타 교육기관들간 수강생 유치 경쟁이 심해지자, 자격증을 쉽게 발급해주는 3급 과정을 만들었다. 3급 자격증은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고 수강 횟수를 지키면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론 공부에 약한 사람들을 유혹한다. 미끼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3급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에게는 2급 자격증에서 필기시험을 면제해준다. 또 1급을 따기 위해서는 반드시 2급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하는 '독소조항'이 있기 때문에, 대체로 1급을 등록한다. 수법이 마치 한 번 물으면 놓지 않는 피라미드 판매조직을 연상케 한다."

취업과 창업의 꿈이 간절해 학원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을 시쳇말로 이렇게 둘러치고 매쳐서 쌈짓돈을 다 털어내야만 하느냐는 한탄이 시중에 파다하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하면 바로잡을 수 있을까· 첫째, 교육 소비자인 수강생들이 깨어나야 한다. 한 과정에서 스스로 커피의 굵기를 조절할 수 있고, 카페라테와 카푸치노 거품을 차별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기본기를 모두 가르쳐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 굳이 급수를 둬 나눠 가르치는 것의 부당성을 지적해야 한다. 둘째, 바리스타 교육기관들이 스스로 3급 자격증을 폐지하고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바리스타를 고용할 때 1급과 2급을 따지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3급 과정을 별도로 두고 수강료를 받는 것은 민망한 일이다. 바리스타 자격증의 급수가 아니라 직무경험에 따라 커피관리보조-커피관리-수석커피관리-매장매니저로 구분해 고용하는 현장의 상황을 수강생들에게 알리고 바리스타 1급 과정만으로 기술과 지식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도록 내실 있는 강의를 진행해야 한다. 셋째, 정부가 바리스타를 국가자격증으로 지정하고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바리스타 3급 과정을 개설하면서 국가자격증 과정에만 적용하는 '과정형 자격제도'를 들먹인다거나 개설 취지를 "(학원의) 수익 증진을 도모하고자 한다."며 대놓고 장사하는 행위를 근절시켜야 한다.

바리스타 교육이 타락할수록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렇게 해선 커피로 행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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