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3.09.11 15:46:40
  • 최종수정2023.09.11 15:46:40

박영순

'커피인문학' 저자

우리 정부가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에 3억 달러(약 4천억 원)를 공여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커피애호가들을 자못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우리나라는 GCF에 이미 3억 달러를 출연한 바 있으므로 추가 공여가 된다.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는 세계 최대 기후기금인 GCF의 본부를 2013년 인천 송도에 유치한 국가로서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우리도 먹고 살기 빠듯한데 밖으로 돈을 퍼 주냐'라는 볼멘소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감수하고 지구촌의 환경문제에 고통을 분담하겠다며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커피를 마실 때마다 자연에 빚지고 있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유식식량농업기구(FA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커피 한 잔'(120㎖)을 생산하기 위해 커피 생산과정에서 소모되는 물이 '10분간 샤워할 수 있는 양'인 140ℓ에 달한다. 커피 생산에 사용되는 물의 양을 측정하여 물 고갈 문제와 생물다양성 감소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 '물발자국(water footprint)'을 사용하고 있는데, 커피 한 잔의 평균 물발자국이 140ℓ가 되는 것이다.

커피 원두 1㎏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키우고 열매를 수확하며, 생두를 볶아 유통하는 데에 들어가는 물의 양도 무려 1만8천900ℓ에 달한다. 물소비로 악명 높은 소고기(1만5천415ℓ)보다도 많고 닭고기(4천335ℓ)와 돼지고기(5천988ℓ)에 비해선 3~4배나 많은 수치이다.

커피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전체 과정을 통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의미하는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도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유럽커피산업협회와 여러 환경단체들이 낸 자료를 종합하면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발생시킨 온실가스의 양', 곧 탄소발자국이 200~340g CO2eq(이산화탄소등가량)에 달한다. 자동차를 1.5㎞ 운전하거나 3~4개월 동안 냉장고를 켜고 있을 때 발생하는 탄소발자국과 맞먹는다. 또 비닐봉투를 10~15개 사용하거나 성인 두세 명이 하루 동안 발생시키는 일일 생활 탄소발자국과 비슷하다.

신음하는 지구 환경을 생각하면 커피를 마시는 마음이 무겁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GCF 공여 소식은 커피애호가들에게는 적잖은 위로가 된다. 동시에 환경보호를 위해 윤리적 소비를 실천해야 한다는 결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이러한 경험은 매우 소중하다. 각종 환경캠페인이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비난의 소리가 있지만, '가랑비가 옷을 적시는 효과'는 분명 발휘될 것이라고 믿는다.

일회용 컵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각종 시책이 계획대로 단행되지 못하고 늦춰지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거나 전시행정이라는 소리가 일각에서 나오지만 변화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고통 없이 변화가 없다. 이런 시도와 노력 속에 지구환경을 걱정하고 무엇인가 실천해야 한다는 의식과 도덕적 의무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회용컵을 가져가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커피를 나눠주거나 텀블러를 씻어주는 '에코 부스'를 설치하는 친환경 캠페인이 반복되면서 우리는 시나브로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 어느새 '전 국민 다회용컵 갖기 운동'을 벌여도 거부감이 없는 분위기가 됐다. 이제는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행사의 경품도 특정 커피전문점의 쿠폰이 아니라 다회용컵이나 에코텀블러 등 친환경제품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