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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8.10 16:33:48
  • 최종수정2020.08.10 16:33:48

박영순

<이유있는 바리스타> 저자, 서원대 교양학부 겸임교수

커피는 손님을 맞이하기에 좋다. 품위 있는 음료라는 인식 덕분에 상대가 대체로 섭섭한 마음을 갖지 않다. 내놓는 측도 비용 부담을 덜면서도 간편하게 정성을 표현할 수 있다. 커피 값이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졌음에도 이런 공감대는 여전하다.

커피의 진가를 처음으로 알아본 인물은 에티오피아의 정교회 또는 유대교 수도승이었다. 이들은 커피 각성효과의 힘을 빌어 밤새 기도하고 명상에 잠겼다. 이들을 존경하던 사람들도 고행자들에게 도움을 준 커피를 소중하게 여겼다. 커피가 홍해를 건너 아라비아 반도에 전해진 7세기 초, 동굴수행으로 죽음에 처했던 무함마드를 구해냈다는 소문이 퍼져 이슬람교도들에게 커피는 '신의 음료'가 됐다.

수행자들 사이에서 커피가 입맛을 떨어지게 함으로써 금욕주의를 실천하는데 유익하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에 따라 메카를 성지 순례하는 무슬림들을 통해 커피는 아랍 전역에 급속하게 확산됐다. 거의 1000년 동안 커피는 아랍 외부로 유출되는 것이 철저히 제한됐다. 예멘 고산지대에 농장을 만들어 커피를 본격적으로 재배를 했지만 수요를 따라갈 수 없을 지경이 됐다. 아울러 11세기 십자군전쟁을 겪으면서 집중력과 에너지를 높여주는 커피가 유럽 그리스도교인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꺼렸다.

커피의 몸값은 더욱 치솟았다. 한 때 무게를 따져 금보다 비싸게 거래되기도 했다. 이집트나 예멘점령지로 파견된 총독이 이스탄불의 술탄에게 보내는 최고의 진상품이 커피였다. 17세기 초 무슬림들이 마신다고 해서 커피는 유럽인들에게서 '악마의 음료'라는 비난을 받으며 베니스에 도착했지만, 교황 클레멘트 8세는 커피에 축복을 내려 마음껏 마시게 했다. 이 덕분에 커피는 유럽 귀족과 지식인들 사이에서 품격 있는 자리에는 반드시 제공돼야 할 음료가 됐다. 네덜란드가 합스부르크를 견제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프랑스 루이 14세에게 바친 선물이 커피 묘목이었다는 점도 커피의 위상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이후 영국의 명예혁명과 미국의 독립전쟁, 프랑스 대혁명 등에서도 커피가 모종의 역할을 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렇게 지루할 정도로 커피에 찬사를 보내는 것은, 며칠 전 대형마트에 겪은 상황을 빗대어 보려는 마음에서다. 커피애호가로서 커피코너를 종종 기웃거리게 되는데, 대기업들마저 커피원두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을 확인하고 걱정이 앞섰다. 커피를 볶아 파는 동네의 작은 카페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런 안타까움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같은 상표인데 포장지에 찍힌 유통기한 날짜가 '2021년 6월 29일'과 '2022년 7월 6일'이 섞여 있었다. 이 커피들은 도대체 언제 볶인 것들인가· 로스팅한 날짜를 표기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제재를 받지 않다 보니 묵은 커피를 마시게 되는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다.

커피애호가들은 커피를 볶고 12~24시간 이산화탄소를 날려 보내고 나면 되도록 빨리 추출해야 좋은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보관 중에 지질의 산패와 가수분해 등으로 인해 향미가 손실되고 보관 상태에 따라서는 악취가 나거나 건강에 해로운 성분도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동네 카페에서 볶은 지 한달이 지난 커피를 판매한다면 항의가 빗발칠 일이다. 대기업들은 무슨 자신감으로 이렇게 하는 것일까? '커피라고 하면 소비자들이 고상하게 받아들이겠지'하는 안이함과 '커피는 기호음료이니 묵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하는 얄팍한 상술이겠다.

커피를 선택할 때 '먹어도 되는 커피'인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최소한 언제 볶였는지 모를 커피에 건강을 거는 무모한 도박은 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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