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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1.13 15:39:57
  • 최종수정2023.11.13 15:39:57

박영순

'커피인문학' 저자

커피를 제대로 하는 사람들은 "고통 없이 변화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커피를 편하게 마시려고 할수록 그 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봉지를 뜯어 물에 타 마시는 '믹스커피'는 간편하지만 손수 커피를 갈아 성분을 추출하는 원두커피에 비해 몸에 유익하지 않음을 감수해야 한다. 설탕으로 인한 당뇨와 비만도 문제이지만, 식물성 기름을 고체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트랜스지방 유해성 논란의 찜찜함'도 견뎌내야 한다.

버튼만 누르면 수십 초 만에 한 잔의 커피가 완성되는 캡슐커피는 포장재 쓰레기 문제뿐 아니라 고압으로 쥐어 짜진 산패된 기름 성분이 몸으로 들어온다는 의심과 미세금속물질도 체내에 축적된다는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캡슐커피 낱개 포장에는 생산일이나 유통일과 관련한 어떤 정보도 적혀 있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내가 마시는 커피가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 모르고, 그로 인해 미세하게 분쇄된 커피가루가 얼마나 오랜 시간 캡슐안에서 산패된 지를 알지 못한 채 무심히 버튼을 누르는 장면은 사실 몸서리 쳐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캡슐커피를 마신 뒤 정기적인 혈액검사에서 금속물질의 수치가 올라갔다는 체험담이 이어지고 있다. 캡슐커피와 금속물질 체내 유입과 관련한 진실규명은 국민건강을 위해서도 시급하다.

커피를 즐기면서 음용법에 따른 건강상의 득실을 깨친 커피애호가들은 '대가를 치른 만큼 유익하다"는 삶의 원리에 눈을 뜨게 됐다. 이러한 가치는 커피애호가 사이에서 '환경보존을 위한 일회용품 사용 근절 운동'에 동참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일회용 컵만 국내에서 연간 300억 개가량 버려지고, 이로 인해 연간 70만 t에 달하는 일회용 폐기물이 쌓이는 현실은 끔찍하다.

자연환경은 후손들도 쾌적하게 누릴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하게 관리해야 한다. 당장 이 시대에 편하기 위해서 자원을 낭비하고 쓰레기를 발생시키는 것은 미래 세대가 누릴 행복을 빼앗아 소모시키는 이기적인 행동이다. 이런 점을 직시해서 "일회용품 사용을 근절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하나 둘 성과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갑작스레 멈추게 됐다. 더욱이 이를 앞장서 추진해야 할 당국에 의해 환경보호 운동의 거대한 열기가 느닷없이 찬물을 맞았다.

2003년 당국이 음식점이나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했을 때부터, 환경보호는 강제해서라도 이루어야 할 소중한 가치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2008년 소비자 불편을 이유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가 2019년 식당 종이컵 사용 규제가 다시 추진되는 등 진통을 겪기도 했다. 겉보기에 아무런 성과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 카페 현장은 서서히 변하고 있었다.

텀블러를 가져와 커피를 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카페도 인력과 장비를 늘리며 일회용품 근절에 참여했다. 주인과 손님들은 "그래도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면서 불편을 감수하자는 눈빛을 주고받는 경우가 늘어갔다. 부모의 손을 잡고 카페를 찾은 아이들에게 이런 광경이 펼쳐지는 공간은 산교육의 현장이 이기도 했다. 아울러 청소년들이 앞장서 일회용 컵을 거부하는 모습은 친환경운동의 성공을 확신케 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당국도 나름 어려움이 있겠지만, 카페를 이용하는 많은 소비자들이 요구하고 또 실천하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 금지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계속돼야 한다. 이견이 없는 옳은 길이기 때문이다. 당국은 번복하기 힘들다면,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는 사업자들에게는 이익을 주는 '포지티브 방식'을 도입해서라도 환경보호를 위한 국민운동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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