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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1.17 16:20:46
  • 최종수정2022.01.17 16:20:46

박영순

커피인문학 저자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온 세계가 난리가 났다. 오미크론의 빠른 확산으로 인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도 물가를 잡기 위해 각국은 금리를 올리며 애를 쓰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는 이런 상황에서 이해충돌 양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수입이 줄어든 소비자들로서는 가격인상을 피하거나 늦춰 달라는 간절한 시선을 기업이나 당국에 보내고 있다. 기업으로서도 원료비, 물류비, 인건비 등 가격인상 요인의 압박으로 속앓이가 심한 상황이겠다.

요즘 세상에 '거상의 미덕'을 기대할 수 있겠냐는 자조섞인 말들이 많지만, 어려울 때 일수록 훈훈한 이야기를 기대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1792년 임자년 이후 제주도의 기근이 극도로 악화됐을 때 재산을 털어 뭍에서 쌀을 사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준 김만덕, 팔려가는 여성에게 큰 돈을 내놓아 삶을 바꿔 준 임상옥의 일화가 더욱 따스하게 느껴진다.

코로나19는 '제주도 기근'만큼이나 심한 어려움을 주고 있다. 그 피해가 전 국민에게 미치는 상황에서 일부 기업들이 가격인상에 눈치를 보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를 슬프게 만든다. 자본주의에서 기업이 상황에 맞춰 상품 가격을 올리는 것은 눈치를 볼 일이 아니다.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도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커피값 인상에 여러 기업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무엇인가 떳떳하지 못한 구석이 있다는 의심을 품게 한다.

얼마 전 커피분야에서 '맏형'으로 대접받는 스타벅스가 커피값을 올리자 기다렸다는 듯 커피값이 오르고 있다. 스타벅스의 한국내 위상을 보여주는 현상이지만, 맏형으로서 격에 맞는 도덕적 책임에 관한 논란을 부른 사건이기도 하다. 스타벅스 이용자들은 가격인상에도 꾸준히 매장을 이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난국에 국민들을 위해 가격을 견디어 내야 한다"며 고통을 분담하려 애를 쓰는 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지난 7월 브라질의 기상이변으로 원료비가 오르는 바람에 커피값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측면은 뉴욕거래소에서 선물거래를 하는 규모의 스타벅스가 말하기에는 궁색하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 본사는 멕시코 베라크루즈에 있는 한 커피농장에서 생두를 '입도선매'한다. 수확하기 훨씬 전에 나무상태에서 가격을 치름으로써 구매단가를 낮춘다. 그런 방식으로 기상이변, 병충해와 같은 위협요소에 헤지(hedge)를 한다.

지난 2011년 7월 스타벅스 코리아는 "국제원두의 가격이 오르는 등 원가 압박 요인이 있지만 이를 내부적으로 흡수하겠다"며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이후 스타벅스의 원두구매 정책이 특별히 바뀐 게 없는데, 이번에 입장을 바꿔 가격을 올린 것은 수상하다. 요즘 외신을 보면, 스타벅스 본사는 "브라질에서 이상기후가 발생해도 선물거래로 인해 1년간은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있다. 물론 코로나로 인한 물류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문제는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만 스타벅스 커피값이 올랐을까? "한국 커피애호가들이 봉이냐"는 불만이 나올 법도 한데, 그것은 스타벅스 미국 본사에 따질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스타벅스 커피는 소위 '물건만 떼어다 파는 것'이기 때문이다.

묘하게도 브라질 이상기후 발표가 난 지난해 7월 스타벅스 미국 본사는 합작회사이던 '스타벅스 커피 코리아'에서 지분을 모두 빼 나갔다. 현재 한국에서 스타벅스의 주인은 이마트(지분 67.5%)와 싱가포르 투자청(32.5%)이다. 이에 따라 대주주인 이마트는 '스타벅스'를 사용할 수 없어 회사 명칭을 'SCK컴퍼니'로 바꿔야 했다.

이름이 바뀌면 정신도 바뀐다고 했다. 스타벅스를 즐기며 글로벌한 마인드를 즐겼던 소비자들로서도 생각을 바꿔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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