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4.0℃
  • 맑음강릉 24.5℃
  • 구름많음서울 23.2℃
  • 맑음충주 23.2℃
  • 맑음서산 23.7℃
  • 맑음청주 24.5℃
  • 맑음대전 24.5℃
  • 구름많음추풍령 23.3℃
  • 구름많음대구 25.5℃
  • 맑음울산 24.6℃
  • 맑음광주 26.6℃
  • 구름많음부산 27.8℃
  • 맑음고창 26.0℃
  • 맑음홍성(예) 24.0℃
  • 맑음제주 27.8℃
  • 구름많음고산 24.4℃
  • 맑음강화 23.2℃
  • 맑음제천 20.7℃
  • 맑음보은 23.7℃
  • 맑음천안 23.3℃
  • 맑음보령 25.8℃
  • 맑음부여 24.3℃
  • 맑음금산 24.5℃
  • 맑음강진군 26.7℃
  • 맑음경주시 25.4℃
  • 맑음거제 26.8℃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0.11.02 16:16:28
  • 최종수정2020.11.02 16:16:28

박영순

커피인문학 저자,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외래교수

향을 즐기며 커피를 마시는 것은 멋진 일이다. 꽃, 과일, 아몬드를 감싼 캐러멜, 부드러운 초콜릿을 떠올리게 하는 맛들이 품격 있는 문화를 향유하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맛이란 곧 멋이다"는 말이 특히 커피에서 실감나는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커피는 배 부르려고 찾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생사보다는 문화 향유의 도구에 가깝다. 게다가 한 잔의 커피는 예술작품처럼 우리의 관능을 공감각적으로 어루만져 주기까지 한다. 입동을 며칠 앞두고 있는 요즘 같은 늦가을에, 커피는 잔을 감싼 손을 따뜻하게 데워주며 다정하게 다가온다. 경직된 몸이 눈 녹 듯 스르르 풀릴 때의 감각은, 찬바람을 피해 들어간 카페에서 벽에 걸린 고흐의 해바라기를 본 순간 온몸에 퍼지는 나가는 따스한 기운과 다르지 않다.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커피를 사랑했던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은 특히 커피애호가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다. 그가 1824년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에서 작곡했음에도 결점 하나 없이 관능적으로 완벽할 수 있던 것은 그의 커피를 보면 알 수 있다. 베토벤은 한 잔을 이루는 60알의 커피 가운데 불쾌하거나 자극적인 맛을 내는 원두가 반쪽이라도 섞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이취는 한 잔의 커피가 입안으로 들어와 불러 일으키는 향미의 선율을 깨뜨리는 비명 같은 자극이기 때문이다. 커피 향을 즐기는 것은 코나 혀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통로일 뿐이다. 교향곡을 감상하는 주체도 귀가 아니다. 귀는 뇌가 감지할 수 있도록 전기신호를 발생시키는 장치일 뿐이다.

맛이나 미술작품, 음악을 감상하는 곳은 뇌이다. 오감이 감지한 감각(sensation)을 지각(perception)하고, 이를 인지(cognition)해 감성을 만들어내는 부위가 같은 뇌이다 보니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맛에 민감하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뇌는 감각되는 전기신호를 물리적으로 종합하고 계산하는 컴퓨터에 그치는 게 아니다. 향미와 예술의 세계에서 뇌의 우수함은 감각을 감성으로 빚어내는데 있다.

슬픈 일을 당했을 때, 흔히 마음이 아프다고 하는 것은 신체의 특정 부위인 가슴이 아픈 게 아니라 뇌의 작용으로 부정적인 감성이 형성되는 것이다. 기원전 4~5세기 고대 그리스의 대철학자들도 이 점에 관한 고뇌가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플라톤은 뇌의 감각 중추가 맛을 느낀다는 의학자 알크마이온의 주장을 뒤엎으면서까지 맛은 심장에서 느낀다고 일갈했다. 인간의 감각을 본격적으로 사색한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맛을 뇌의 작용이 아니라 심장의 작용으로 이해했다. 그리스 비극의 감동이나 한 잔의 좋은 커피가 불러 일으키는 행복이 뇌 보다는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현상이 빚어지는 영향을 받은 것이기도 하겠다.

심장의 입장에서 보면 울컥하는 감동이 한 잔의 커피에서 왔건 명화나 교향곡에서 왔건 상관이 없다. 생각할수록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감성을 보듬는 행복이 늘 가깝게 두고 지내는 한 잔의 커피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고단한 일상에서 '한 잔의 커피로 누리는 행복'을 역설적으로 사치라고 부르는 것은, 그 행위가 곧 문화의 영역에 들어갔음을 방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아름다운 모습은 우리 겨레에게는 멋이다. 한 잔의 커피가 맛을 넘어 멋으로 승화할 수 있는 것이 한국인의 정서이다. 커피를 마실수록 감성이 깊어지고, 그 자리가 더욱 멋스러워지는 것은 우리 고유의 미의식이다. 우리에게 멋은 항상 미숙함을 지나 원숙해질 무렵 사골처럼 우러났다. 서구의 문화인 커피가 진정 우리의 것이 되고 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철탑산업훈장 수상' 곽인학 ㈜광스틸 대표이사 인터뷰

[충북일보] ㈜광스틸이 2026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영예의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2000년 설립 후 20년간 건축자재 제조 외길을 걸어온 곽인학 ㈜광스틸 대표이사는 이번 수상에 대해 "지난 20여 년간 오직 '더 안전하고 견고한 건축 자재를 만들겠다'는 외길을 걸어왔다"며 "그간 숱한 난관 속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기술 혁신과 품질 향상에 매진해 온 광스틸의 고집과 정직함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회가 매우 깊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년이 이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수훈을 계기로 향후 100년을 이어갈 지속가능한 건축 자재 리딩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광스틸은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대표 대기업 산단 현장과 공공기관에 자재를 납품하며 독보적인 신뢰를 쌓아오고 있다. 안전과 품질에 있어 단 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가운데 광스틸은 '철저한 품질관리'와 '현장 맞춤형 솔루션 제공'으로 꾸준히 선택받고 있다. 광스틸의 시그니처인 '스피드블록메탈패널'은 세계 최초로 실리콘을 쓰지 않는 Non-Caulking(논 코킹) 방식이 적용됐다. 기존 패널의 외벽 오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