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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5.14 14:15:55
  • 최종수정2018.05.14 14:15:55

박영순

커피비평가협회장

커피의 인기가 지칠 줄 모른다. 물보다 커피를 더 자주 마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커피와 관련한 직업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커피시장 규모가 약 11조 7천억 원으로 10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커졌다. 국민 한 명이 커피를 1년에 512잔, 하루 평균 1.4잔을 마시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커피가 주는 행복을 제대로 누리는 분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내 앞에 놓인 한 잔의 커피가 과연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를 따지지 않고 습관처럼 마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품질이 좋은 커피는 향미만 좋은 게 아니라 건강에 유익하다. 문제는 나쁜 커피이다. 맛만 나쁜 게 아니라 건강까지 해칠 위험이 있다.

그렇다면, 나쁜 커피를 가려내는 비결이 따로 있는 것일까?

먼저 커피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원산지를 분명히 따져야 한다. 이것은 중국산 참깨인지, 국산 참깨인지를 구별하는 것만큼이나 의미 있는 일이다. 어머니들이 김장용 배추를 살 때, 강원도 배추보다는 더 구체적으로 대관령 고랭지에서 재배된 배추를 찾듯이, 커피도 '브라질이다' '콜롬비아다' '에티오피아다' 국가만을 따져서는 좋은 커피를 만나기 힘들다.

품질이 좋은 커피는 이곳·저곳의 것을 섞지 않는다. 마치 '정부미'처럼 산지를 표기하지 못하고 한국의 쌀로만 표기되는 것이 한국에서도 충청도, 충청도에서도 충북, 충북에서도 오창의 쌀만을 담아서 판매하는 것보다 품질을 더 좋게 인정받을 수 없다.

같은 이치로 '에티오피아 커피'라고만 해서 파는 커피는 그 품질을 보장받기 힘든 것이다. 에티오피아의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의 11배에 달한다. 에티오피아라고만 해선 그것이 어느 지역 커피인지, 또는 좋은 커피를 다 골라내고 남은 것들을 여기저기에서 끌어 모아 파는 것인지조차 알 길이 없다. 예컨대,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페'라고 하는 커피는, 흔히 '예가체프'라고 불리는 커피를 말하는 것인데, 역시 그 범위가 너무 넓다. 이르가체페의 커피경작지 규모는 1천400헥타르, 다시 말해 420만평에 달한다. 따라서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페라고만 표기해서는 스페셜티 커피가 될 수 없다.

스페셜티 커피란 품질이 좋은 커피로서 출처가 농장단위, 적어도 한 마을 단위까지 추적돼야 자격을 얻게 된다. 우리로 치면 증평 장뜰 인삼, 보은 원평리 대추, 영동 아무개씨 농원의 포도라는 것처럼 작은 생산 단위까지 밝힐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커피는 농산물이기 때문에 커피나무가 자란 토양, 기후, 심지어 햇살과 바람 등 자연 환경의 면모를 맛을 통해 드러낸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가 자란 곳의 자연을 감상하고 그 정서를 느끼는 것이야말로 커피가 선사하는 크나큰 행복이다.

다음으로, 커피가 수확된 시기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사과나 대추, 딸기는 겉모양만으로도 신선도를 가늠할 수 있지만, 커피는 열매의 씨앗을 볶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알 수 없다. 더욱이 이를 가루를 내고 성분을 추출해 한 잔에 담긴 상태로는 원재료의 실체를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커피를 수확할 당시에 벌레 먹지 않은 열매를 수확하고 잘 여문 씨앗만을 추려냈다고 해도, 보관기간이 1년을 지나 길어지면 향미가 떨어지고 곰팡이로 인해 건강을 되레 해치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커피를 볶은 시점도 따져야 한다. 와인은 산지에서 병에 담긴 완성품 상태로 오지만, 커피는 생두 상태로 와서 로스팅하기 때문에 커피를 볶은 지 얼마나 지난 것인지도 따져야 한다. 대체로 볶은 지 2~3주가 지난 커피는 품질이 떨어졌음을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정보를 소비자가 일일이 확인하기는 사실상 힘들다. 커피를 파는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는 것인데,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사실 이를 알려달라고 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도 그리 강하지 않다.

이제부터는 소비자들이 요구해야 한다. 내가 마시는 커피의 정체가 무엇인지 따져야 한다. 마시는 사람이 품질과 맛을 구별하지 않는데, 판매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챙겨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좋은 커피를 가려 마시는 것은 마땅히 건강을 지키는 첫 걸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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