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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6.20 17:19:54
  • 최종수정2022.06.20 17:19:54

박영순

'커피인문학' 저자

한 국가가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커피는 누구를 위한 것이어야 할까? '호국보훈의 달'을 보내면서 그 대상으로 조국수호에 여념이 없는 군인을 떠올렸다. 지난 베이징동계올림픽 때 호주가 바리스타를 국가대표팀에 포함시켜 자국 선수들에게 양질의 커피를 적시에 제공하는 것을 보고 "커피로 애국한다"는 말이 실감났다. 커피의 경쟁력이 단지 제품뿐 아니라 섭취한 국민들의 능력을 북돋우어 주는 측면에서도 고민할 만하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커피를 에너지를 빠르게 솟구치게 하는 묘약으로 활용한 지 오래다. 커피가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처음 전해진 것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이다. 남승룡 선수가 마라톤에 출전해 동메달을 획득한 대회였는데, 메이지대학 재학생으로 출전했던 그는 당시 대회의 모습을 기사로 타전해 국내 언론에 연재하기도 했다. 덕분에 커피가 마라톤 출전 선수들에게 제공돼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카페인 섭취는 올림픽 출전 선수들에게 경기력 향상을 위한 필수 공식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쳤는지, 1968년 올림픽부터 카페인은 스테로이드와 함께 1등급 금지약물로 지정됐다. 역설적으로 커피의 위력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카페인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몸에서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는 등 안전성이 입증되면서 커피는 2002년 이후 올림픽 금지약물에서 벗어났다.

이런 효능을 지닌 커피가 전쟁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1683년 비엔나전투에서 목격됐다. 오스만튀르크 30만 대군이 합스부르크의 수도를 포위했다가 그리스도교 연합군이 가세하자 퇴각했다. 얼마나 정신이 없었던지 병사들에게 보급하는 커피 생두를 산더미처럼 쌓아둔 채 사라졌는데, 이 커피가 오스트리아 커피의 기원인 '블루 보틀 커피'가 됐다.

구전에 따르면, 에티오피아에서 열매와 잎부터 먹기 시작한 커피는 홍해를 건너 아랍에 전해졌다. 에티오피아 전사들이 에너지를 높이기 위해 커피 열매를 동물기름과 섞어 끓인 뒤 당구공만하게 만들어 가지고 다니며 먹은 것을 이슬람 군인들이 따라했다. 오스만튀르크가 먼 거리를 정복하러 가면서 오래 보관하고 가볍게 움직이기 위해 씨앗만을 골라내 볶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졸음을 쫓고 에너지를 높여 전쟁에 이기고자 했던 간절함이 커피의 새로운 음용법을 만들어 냈다.

커피의 위대한 힘은 1860년대 미국남북전쟁에서 링컨이 이끈 북군이 전쟁에 승리한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앞서 나폴레옹이 유럽 최초로 커피를 군대보급품으로 삼았다는 말이 있지만 물증이 약하다. 어쨌든, 링컨은 1862년 남군 지역의 항구를 봉쇄해 커피가 남군에 공급하는 것을 막는 한편 북군에게는 하루에 1.8ℓ의 커피를 충분히 공급했다. 미국 공식문서에 커피공급이 북군 승리 요인의 하나로 적시됐다.

21세기에서도 커피의 위력은 달라질 리 없다. 우리 군대에서 소비되는 커피는 대부분 설탕과 크림이 섞인 가공커피이다. 건강에 유익하지 않다. 입대자들 가운데 바리스타 소질을 익힌 군인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바리스타 병과'를 만들어 좋은 커피를 자체 공급하면 어떨까? 군인에게 좋은 커피를 제때 제공하는 것은 유사시 매우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는 사실은 앞선 사례 외에도 여럿 있다. 전문특기병의 하나로 '바리스타 병'을 모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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