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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2.14 15:39:04
  • 최종수정2022.03.21 14:26:50

박영순

커피인문학 저자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동네 작은 카페들은 결단을 강요받고 있다. 가게를 계속 해야 할지 문을 닫아야 할 지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마지막이라는 간절한 심정으로 쌈짓돈을 끌어 모아 전단지를 만들어 돌리지만 찾아오는 이 한 명도 없다는 한숨이 터져 나온다.

"하루 종일 커피 열 잔 팔기가 힘들어요" "홍보 이벤트를 해도 우리 같은 작은 커피점은 별 효과가 없어요" "손님 얼굴이라도 보면 좋겠습니다" 비싼 임대료 때문에 골목 안에 둥지를 틀 수밖에 없는 작은 카페들은 하루 하루 연명해가고 있다. '카페가 있는 풍경'이 '고통의 현장'으로 바뀐 지 오래다.

이런 판국에 온라인에서는 스타벅스를 비롯해 대기업 커피전문점 쿠폰을 경품으로 주는 이벤트가 미어터진다. 커피값을 올린다고 했더니 기프티콘 사재기까지 벌어졌다. 기업의 목표, 심지어 기업의 본질을 '이윤 추구'라며 드러내놓고 장사하는 것을 용인해주는 세상에서 기업의 마케팅을 손가락질할 일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정부, 공공기관,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기관과 단체들이 '스타벅스 쿠폰'을 나눠주는 행사를 벌이고 있으니 속 터질 일이 아닐 수 없다.

하필, 소상공인 자활을 모색하는 강의를 하는 중에 스타벅스 쿠폰이 카톡으로 배달됐다. 한 공공기관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것에 대한 보상이었다. 이를 사용하기 위해선 스타벅스 매장을 굳이 찾아가야 한다. 마침 강의 주제와 관련이 있어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스타벅스 쿠폰'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질문과 대답이 오가면서 한숨은 분노로 번졌다. 시쳇말로 "'등쳐먹기'가 따로 없다"는 험악할 말까지 나왔다.

커피쿠폰은 설문을 진행한 공공기관이나 커피를 파는 기업들로서는 참으로 편한 장치다. 상품을 택배나 우편으로 배달할 필요가 없고, 스타벅스와 같은 거대 커피 기업들로서는 공공기관이 장사를 해주는 꼴이다. 너무 흔하게 일어나다 보니 스타벅스 쿠폰 돌리기가 별다른 거부감 없이 일상이 되고 있다.

소상공인과 서민을 상대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은행과 보험회사, 카드사들의 행사에도 스타벅스 쿠폰이 어김없이 경품으로 올라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따져 보면 허망하다. 예를 들어, 한 은행이 작은 카페를 고객으로 두고 매달 적금을 받으면서, 거기에서 나온 수익금을 스타벅스 커피 팔아주는데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벅스 쿠폰을 내건 자치단체나 정부 산하기관의 행사도 즐비하다.

소상공인 방역지원금을 준다, 골목상권을 살리자, 서민의 고통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구호가 요란하다. 하지만 세금은 엉뚱하게 스타벅스의 배를 불리는 데로 새고 있다. 서민카페들을 두 번 울리는 행태이다.

비단 스타벅스 쿠폰만 행사에 나도는 게 아니다. 의도했든 안 했든 경품의 대열에는 소상공인을 배려한 정신이 깃들여 있지 않다. 지난해 모바일쿠폰의 33%를 스타벅스 쿠폰이 차지했다는 조사결과에는 동네 카페 주인들의 마음을 후벼 파는 아픔이 서려 있다.

적어도 공공기관은 일상이 되어 버린 '스타벅스 쿠폰 돌리기'에서 거리를 두어야 한다.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면 특정 기업이 아니라 소상공인들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 위에서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 지난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 청와대가 금융위원회에 격려금을 보냈고, 금융위가 이것으로 커피 쿠폰을 구입해 전 직원에게 선물했다. 이것이 부디 스타벅스 쿠폰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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