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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1.09 17:25:55
  • 최종수정2024.01.09 17:25:55
[충북일보] 2024년 갑진년(甲辰年) 용의 해가 시작된지 벌써 여러 날이 지났다. 신년벽두가 되면 누구나 지난 1년을 돌이켜 보고 새해 설계를 한다. 해는 바뀌었지만한 그동안 잘살아 왔는지, 아쉬움은 없는지, 가족들은 무탈했는지, 남한테는 폐를 끼치지 않았는지 두루두루 반추해 보면서 자신의 인생 대차대조표를 구성해 본다. 그러다보면 늘 상 느끼는 것이지만 생각한대로 술술 풀리지 않고,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살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오죽하면 인생살이 앞에 '팍팍한' 이라는 수식어가 관용적으로 따라 붙을까. 이런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의 단초가 자신의 문제일 수 도 있고, 또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주변의 여건 때문일 수도 있다. 여하튼 돌아온 1년을 되돌아 보면서 그래도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애써운 스스로를 토닥이며 올 한해도 열심히 살아보자는 마음을 다짐하는 것이 일반적인 신년 풍경이다. 하지만 이런 각오를 새롭게 다지면서도 구체적인 삶의 이정표를 세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지 총론은 있되 각론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가령 수험생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상급학교 진학을, 몸이 아픈 사람은 건강회복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연히 '묵은해 보다는 나은 삶' 정도로 막연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필자 역시 이런 범주에서 예외가 아니다. 부끄럽지만 과연 어떻게 지난해보다 나은 삶을 살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목표를 찾지 못했다. 이렇게 우물쭈물하는 사이 지난 연말 접한 가슴 먹먹한 두 사연은 적어도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방향성을 던져준 것 같다.

먼저 서울 강동구의 한 약사분에 관한 얘기다. 39년 동안 동네 주민들에게 친절을 베풀던 약사분이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자 생전 고인이 운영했던 약국 앞에 애도의 포스트잇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고인은 약국을 운영하며 평소 아침 일찍 문을 열고 늦게까지 영업하면서 주민들에게 많은 친절을 베푼 것으로 알려졌다. 생전에 고인의 행동이 어떠했길래 동네 사람들이 그를 잊지 못해 추모의 포스티잇을 빼곡하게 약국 유리창에 달았을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속에서 나눔의 기쁨을 실천한다. 그런 선행에 대해 일반적인 사회의 반응은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대놓고 감사의 마음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 일반적인 상황을 감안할때 동네 사람들이 그 약사분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저마다 자신의 색깔로 표현한 것은 결코 흔치 않은 풍경이다. 정확인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단순한 베품을 넘어 사람냄새 나는 정(情)이란 선물을 이웃에 나눠준 약사분에 대한 고마움의 반응이 아닐런지.

인천의 한 지하철에서 발생한 70대 노인분의 아내 유품 분실 사연은 존재의 고마움을 잊고 지낸 소중한 사람을 되돌아 보게끔 했다. 내용인즉 70대 노인분이 인천의 한 지하철역에서 2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의 유품이 들어있는 가방을 잃어버렸다며 돌려달라는 애타는 글을 올렸다. 노인분은 "(분실한)내용물 노트북, USB 여러 개. USB 속에는 먼저 세상 떠난 집사람 관련 내용 모두… 제발 살려주십시오"라고 썼다. 이 사연은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사연을 접한 사람들은 "먼저 간 아내분에 대한 절절하고 애틋한 사연에 가슴 뭉클했다"는 댓글을 올렸다. 다행히 노인분은 지하철 유실물분실센터서 유품을 도로 찾게 되면서 오랜 세월 아내와의 추억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그렇다. 세상은 물질없이 살 수 없지만 물질이 전부는 아니다. 강동구의 약사분이나 인천의 70대 노인분의 삶에는 물질로는 설명할 수 없는 따뜻한 배려와 정(情)이 녹아있었던 게 아닐까. 두 분을 통해 소중하지만 그동안 존재의 고마움을 잊고 있던 가족, 이웃과 살가운 정을 나누는 그런 한 해를 보내리라 다짐해 본다. 인향만리(人香萬里)라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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