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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동광초등학교 교장

여름방학이 돌아왔다. 평가 담당 교사가 학생 생활 통지표 「나의 배움과 성장 이야기」를 가져왔다.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참여한 교과 학습 평가, 출결 상황과 가정통신을 학부모에게 보내는 성장 기록지다.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들여다보고 싶어 반별로 하나씩 넘겨 가면서 찬찬히 살펴보았다. 오늘은 특별히 가정통신이 눈에 들어왔다.

학급별로 읽다 보니 선생님들의 성격이 그대로 보였다. 학생 개인별로 잘한 점과 보충할 점에 대해 안내한 글이었다. 어느 선생님은 간결하고 간단하게 어떤 선생님은 세심하고 자세하게 적었다. 꼼꼼하기로 유명한 선생님은 과제를 하지 않은 횟수까지 정확하게 안내하고 2학기에는 좀 더 성실하게 과제수행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쓰셨다. 한 선생님은 학생의 행동 특성과 학습 태도를 다양한 나무에 비유해 시적으로 표현했는데 아이들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기도 했다.

어떤 방법이 더 낫다, 못하다 하기는 어렵다. 다만 생활 통지표에는 학부모가 궁금하게 여기는 학생의 학교생활을 최대한 친절하고 자세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학생의 현재의 모습을 과정 중심으로 객관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까지 살펴서 기술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교사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끌어내는 교육 전문가임을 여기서 보여주어야 한다. 교장인 내가 읽어도 담임교사가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지 느껴지는데 오직 내 아이만 바라보는 학부모는 어떨까? 정성을 다한 글 한 줄에서 교사의 깊은 고민과 아이들을 위한 사랑의 마음이 보일 것이다.

교사 평가와 더불어 학생들은 「나의 학교생활 돌아보기」를 별지로 작성했다. 학교생활과 학습 태도로 구분해서 자기 평가를 했다. 기억에 남는 학습활동과 이유, 내가 성장한 점과 2학기를 위한 나의 다짐도 적었다. 아직 글쓰기가 서툰 1~2학년은 간단하게 작성할 수 있도록 하였고 3학년부터는 더 구체적으로 이유를 밝혀 쓸 수 있게 두 가지 버전이었다.

아이들의 글을 하나씩 넘겨 가면서 읽으니 한 학기 동안 어떤 활동을 가장 즐겁게 참여했는지 어떤 순간에 감동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아이들도 성향에 따라 달랐다. 자신에게 아주 후한 아이와 대조적으로 충분히 잘하고 있음에도 자신에게 매우 엄격하게 점수를 주는 아이도 있었다. 짧은 문장으로 아이의 전부를 파악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좋은 기회가 되었다.

하나씩 넘기는데 3학년의 글씨가 눈에 띄었다. 또박또박 반듯하게 썼고 정성스러웠다. 얼마나 바르고 예쁘게 썼는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글씨는 자기의 얼굴이라고 했다. 예전보다 아이들의 필체가 많이 흐트러진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예쁜 얼굴이 어디 달라질까만 또박또박 쓴 글씨의 주인이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하는 태도를 지닌 아이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선생님들은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아이들은 한껏 들떠서 방학을 기다린다. 한 학기를 마무리하며 학생을 평가하는 교사도 자신을 돌아보는 학생도, 글과 글씨에서 지금까지 쏟아온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었기를 바란다. 글과 글씨는 자기의 마음이요 태도이며 얼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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