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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관기초등학교 교장

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예쁘게 물든 단풍을 찾아 전국 곳곳으로 유람을 다닌다. 나 또한 그랬다. 설악산으로 내장산으로 단풍이 예쁘다는 곳을 찾아 나섰다. 절정의 아름다운 단풍을 보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너무 이른 때에 찾아 아직 제대로 물들지 않았거나 너무 늦어 마른 잎이 되어 떨어지는 단풍을 보며 아쉬워하기 일쑤였다.

올해도 주말마다 산을 찾았지만 제대로 된 가을풍경을 보지는 못했다. 예년 날씨라면 충분히 단풍이 들었을 시기인데 올해는 추위가 늦은 탓인지 산이 채 물들지 않았다. 가끔 한두 그루 불그레한 빛을 발할 뿐 감탄사가 나올 만한 단풍이 없었다.

그나마 지난 주 토요일에 찾은 산은 제법 물이 올랐다. 산을 오를수록 울긋불긋 노랗고 붉어진 가을 산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찾던 샛노란 은행잎도 없었고 고운 다홍빛의 단풍잎도 못 찾았지만 이 정도가 어디야 하며 나름 만족했다.

월요일 출근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앞 가로수를 마주하고 할 말을 잃었다. 멋진 풍경을 찾으며 그토록 돌아다녔는데 정작 그렇게 찾던 가을빛을 우리 동네 가로수에서 만났다. 운전하며 달리는 동안 두 팔을 벌려 환영하는 느티나무의 울긋불긋한 향연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어쩜 그리도 고울까나! 아파트 숲으로 들어와 신호등 앞에 멈췄다.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는 사람들을 보내고 우회전을 하는데 이번엔 은행나무다. 노란 은행잎들이 저녁 햇살에 반사돼 반짝이는데 그 화사함이 클림트의 작품 속 황금빛 패턴 같았다.

파랑새를 찾아 떠났던 틸틸과 미틸이 파랑새를 집 안 새장에서 찾았듯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고 하더니 아름다운 단풍마저도 그랬다. 먼 산을 바라보고 높은 곳을 쳐다보아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이 아름다운 풍경이 내 곁에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느티나무도 은행잎도 마지막 불꽃을 피우듯 화사하게 도시 숲을 수놓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로 코앞에 있으니 일부러 살펴보러 나가지지 않았다. 출퇴근길에 변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 번씩 감탄하는 것이 다였다. 언제 어느 때나 볼 수 있다는 사실과 손이 닿을 듯 가까이 있으니 주말마다 기를 쓰고 찾아다녔던 열정이 사라졌다.

틸틸과 미틸이 긴 여행에서 돌아와 파랑새가 바로 내 집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다음엔 어땠을까? 안다고 해서 그 행복감이 지속되었을까?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다르듯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소중한 것을 아는 것이 먼저이고 그 다음엔 사랑과 정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따뜻한 눈빛으로 오래 바라보아야 하고 소중함을 느끼고 사랑스러운 마음을 마음껏 표현해야 한다.

가족을 대할 때나 가까운 사람을 대할 때 우리는 그 소중함을 몰라서 함부로 하는 것은 아니다. 알면서도 너무나 가까이 있어서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려니 하고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소중한 만큼 더 예쁜 말을 해야 하고 더 많이 아껴야 함에도 불구하고 멀리 있는 다른 것에 눈길을 더 많이 주고 더 애쓰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마치 파랑새를 찾아 떠난 아이들처럼 곱게 물든 단풍을 찾아 떠난 나와 같이 말이다.

은행잎과 느티나무 잎이 단풍비가 돼 떨어지기 시작했다. 잎이 다 떨어진다고 나무가 사라지는 것도 아름다웠던 그 순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름다운 그 순간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어떻게 마음에 담을 것인가는 내 선택이다. 소중한 이와의 시간도 그렇다.

단풍이 다 떨어지기 전에 계절을 담으러 산책이라도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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