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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동광초 교장

만남의 깊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사귀는 과정이 필요하다. 서로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관찰을 하고 공통점을 찾으며 공감하고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혹여 취미가 같거나 좋아하는 노래, 좋아하는 음식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면 훅~ 더 가까워지고 단짝이 되기도 한다. 그때부터는 같이 있는 시간이 늘게 되고 그 시간을 즐기며 그렇게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다 보면 우정이 쌓이게 된다. 그렇게 친구가 되어가는 거다.

3월이면 학교에서는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진다. 학생과 교사, 교직원과 교장, 교감, 행정실 직원 등 다양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학교에서의 만남은 좀 특별하다. 천천히 친구가 되어가는 관계가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것과 같다. 인사발령이라는 행정적인 절차에 의해 새로운 학교조직을 이끌게 된 교장도 업무분장으로 새로운 학급을 맡게 된 담임교사도 먼저 사랑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게 말이 돼?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그렇게 돼? 마음먹는다고 되는 일이야?"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지 않는가! 교장이라고 모든 교직원과 아이들과 금방 사랑에 빠질 수 있는가? 담임교사라고 아직 파악하지도 못한 학생들을 모두 사랑할 수 있는가? 맞는 말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교사도 교장도 참 어려운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교육은 학생들의 마음속에 행복의 씨앗을 심는 일이고 인재의 틀을 만드는 일이다. 경제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것이 교육이다. 투입예산과 산출성과가 명확한 수치로 드러나는 것도 아니며 금방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오랜 경험을 비추어 볼 때 교육의 효과는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사랑으로 품었을 때 교육의 힘이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울 수 있었다.

학생들은 무조건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다. 톡톡 말을 밉게 하는 아이도, 다소 행동을 거칠게 한다 해도, 공부에는 소질이 없는 아이도 조건 없이 사랑받아야 한다. 교사는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와 관계없이 아이들을 사랑으로 지원하고 챙기고 마음 써야 하는 것이다. 교사와 아이들의 관계는 그렇다. 마치 부모가 아이들을 무조건 사랑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교장과 교직원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교장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모든 사람을 처음부터 사랑해야 한다. 그 사람이 어떤 성향의 사람이든 나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상관없이 베풀고 한없이 배려해야 한다. 아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 학교에서 마음껏 교육열을 불태울 수 있도록 말이다.

요즘 직장에서 '가족 같은 관계'를 이야기하면 꼰대라고 한단다. 일로 만난 사이에 어떻게 가족이 될 수 있냐고 말이다. 그런데 가족이 별 건가? 서로 맛난 것 나눠 먹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좋은 일 있으면 같이 기뻐하고 슬픈 일은 함께 나누는 사이가 아닌가! 학교에서 교직원들은 어려운 일은 의논해서 함께 헤쳐 나가고 힘든 일은 손을 덜어주며 힘을 보탠다. 그러니 '살짝 가족 같은 관계'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한 학기가 지나가고 있다. 3월에 새롭게 만난 사람들이 이제 조금 익숙해지고 있다. 사랑해야만 하는 가족으로 만나 이젠 조금씩 친구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가족도 친구 같을 때 건전한 가족 관계가 된다고들 한다.

아이들도 제법 친근해졌다. 운동장에서 만나면 멋쩍게 지나가던 아이들도 달려와서 손잡아 주고 내게 잠시라도 시선을 준다. 시간이 지날수록 담임교사와 아이들의 친밀도 또한 한층 깊어진 느낌이다. 아이들도 아나 보다. 우리들의 조건 없는 사랑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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