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귀숙

관기초등학교 교장

수많은 만남으로 이뤄지는 우리의 삶은 만남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잘 산다. 잘 살았다 할 수 있다. 직업 중에 교사만큼 행복한 만남을 많이 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부모들이 바라는 자녀의 직업들을 보라. 교사, 의사, 판사, 변호사, 검사 등이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이 중에 가장 즐겁고 재미있는 만남을 많이 하는 것이 무엇인가? 나는 교사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아이들과 만나는 일은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소소한 상황마다 미소 짓게 되니 다들 인정할 것이다.

나는 교사로 매일 아이들을 만났다. 긴 교직생활 동안 매번 아이들과 잘 만났을까? 자신이 없다. 아이들에게 의미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고 재미있게 학급경영을 했다고 생각했다. 먼 길 지나와 보니 더 편하게 해 줄걸 그랬어. 지식을 가르치는 일보다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고 보듬어 주는 일을 더 많이 생각했어야 했어. 후회되는 장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이 땅의 교사로 변명의 여지는 수없이 많다. 때론 감당하기 버거운 일들로 어깨가 무거웠다. 때론 아이가 처한 개인이나 가정환경이 너무나 힘들어 어찌해 줄 수 없었다. 한 반에 서른 명도 넘는데 혼자 어떻게 그 많은 아이들을 다 잘 가르치고 마음까지 챙길 수 있었겠어. 부모들은 자녀 한둘만으로 힘에 부쳐하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력이 없어서 제대로 못해 준 것 같아 마음이 무거울 때가 참 많았다.

교장이 되면서 아이들과의 의미있는 만남은 힘들 거라 생각했다. 교실에서 직접 가르치지 않고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할 수 없으니 사적인 대화도 어려우리라 생각했다. 교장이 돼보니 의외로 아이들과 편안하게 만날 수 있었다. 직접 가르쳐서 실력을 키워야 하는 부담감이 없으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아이들과 만나는 방법은 다양했다. 아침에 등교하는 아이들과 첫인사를 하며 반가워하고 복도에서 운동장에서 식사하면서 만나 그들의 작은 변화에도 알은 체를 하고 예쁘다 새롭다 반갑다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을 눈여겨 관찰하고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좀 더 의미 있는 만남을 할 수 있었다. 눈빛으로도 만나고 미소로도 만났다.

아이들과 구체적인 상황에서 감성적으로 만나면 더 재미있어진다. 대부분은 지나가며 인사하는 정도로 가볍게 만나지만 때로 칭찬의 얘기를 들었을 땐 즉시 아는 체를 해준다. "○○야, 어제 선생님이 네 칭찬하시더라. 정말 대견해.", "○○야, 친구와 다퉜다며? 내가 좋아하는 ○○가 안 좋은 말 듣는 거 속상하더라. 조금만 더 노력해볼래?" 상황에 따른 적절한 반응과 칭찬, 격려는 아이들과의 거리를 가깝게 해줄 때가 많았다.

교장과 아이들의 만남에 비해 교사와 학생의 만남은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교과별 성취기준에 따라 목표를 달성해야 하고 바른 인성을 갖도록 해야 하며, 근면 성실한 습관, 깔끔한 주변정리, 바른 언어습관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거기에 아이들의 마음까지 품어야 하니 그 마음의 짐은 얼마나 무겁고 힘들겠는가? 그렇게 아이들을 만나며 교장인 나도, 교사인 선생님들도 또 한 학기를 끝냈다. 방학은 아이들과의 만남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들여다보며 에너지를 새롭게 충전하는 시간이다. 선생님들은 각종 연수에 참여해 새로운 교육방법도 배우겠다고 하시며 방학에 들어갔다.

선생님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아이들과 교감할 수 있고 마음까지 품을 수 있는 만남을 할 수 있답니다. 너무 많이 담지 마시고 비우고 또 비우고 오세요.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범죄피해자 대모에서 소상공인 대변인으로… 수십년 '봉사열정'

[충북일보]울타리밖 청소년과 범죄피해자들의 대모(代母)가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대변인으로 돌아왔다. 지난 14일 청주시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으로 임명된 신인숙(58)씨의 얘기다. 신씨는 2018년 NC백화점 청주점(옛 드림플러스) 1층에 '퀸갤러리'라는 프랑스자수·퀼트점을 열어 소상공인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신씨가 처한 장소와 위치는 달라졌지만, 지향점인 '사회를 위한 봉사'는 변하지 않았다. 신씨는 지난 2001년부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법무부 보호관찰소 특방위원·상담실장을 맡았다. 신씨는 마음의 문을 걸어잠근 울타리밖 청소년들을 만나 빗장을 열고 올바른 사회인으로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했다. 2011년부터는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사법보좌위원을 맡고 있다. 신씨가 소상공인의 벗으로, 대변인으로 설 수 있게 된 것은 범죄피해자 심리치료 활동을 하면서다. 신씨는 "범죄피해자들과 웃고 울면서 상담을 하면서도 딱딱한 분위기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의 마음을 치료하는데 걸림돌이 된다"며 "제가 할 줄 아는 바느질을 심리 치료에 접목해 '바느질 테라피'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