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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동광초등학교 교장

아침에 후문 건널목에서 교통지도를 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자원봉사자 담당 구역인데 지킴이 어르신이 편찮으셔서 정문으로 지원을 가셨다. 학생들이 몇 명 다니지 않는 길이지만 횡단보도 위치와 신호체계가 자칫 잘못하면 위험한 지역이라 비울 수 없는 곳이다.

학교 밖에 서 있으면 평소에 못 만나는 이들을 만나곤 한다. 인근 학교로 전근 간 행정실장이 운전석 창문을 열고 "교장 선생님, 안녕하셨어요?" 인사를 하고 부모님 차를 타고 오는 학생들도 손을 흔들며 반가워한다.

며칠 전에는 아주 특별한 친구를 만났다. 전임지에서 졸업시킨 수현(가명)이라는 학생이다. 6학년 수현이는 통통한 얼굴에 키가 컸고 몸집도 친구들에 비해 큰 편이었다. 착한 성품이지만 소극적인데다 말수가 적었고 잘 웃지도 않아서 걱정스러웠고 배우는 속도가 느려 담임과 선생님들이 힘들어했다. 아버님 혼자 아이들을 키우셨지만, 아버지는 늘 밝은 태도로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키려 애썼고 사랑을 가득 표현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졸업 후 중학교에 간 수현이가 학교에 한 번 왔었는데 조금 달라 보였다. 말수가 늘었고 발랄해진 느낌이랄까. 그리고 한참을 못 봤다.

키가 크고 늘씬하며 인물이 훤~한 학생이 건널목을 건너서 나를 보며 아는 체를 했다. "어어~어? 최귀숙 교장 선생님?" 성은 틀렸지만 이름을 알고 있는 것만 해도 어디냐. 뭐 문제없었다. 그런데 내가 문제다 누구지? 내가 몰라보는 것을 알아차리고 학생은 "교장 선생님, 저 수현이예요. 벌써 고3이 되었어요."라고 했다.

이름을 듣고서야 알아차렸다. 키는 나보다 훨씬 커서 170㎝가 넘었고 체육복을 입고 있는데도 늘씬한 모습이 돋보였는데 모델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웃으며 말하는 모습도 예전의 수현이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크면서 몇 번씩 변한다는 옛 어른들의 말이 틀리지 않음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날이었다.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수현이가 지나가고 1학년 학생 한 명이 엄마와 걸어왔다. "1학년이구나! 이름이 뭐니?" 별 뜻 없이 물었는데 "수현이요." 한다. 방금 수현이를 만났는데 또 수현이다. 엄마 옆에 꼭 붙어 수줍어 어쩔 줄 몰라 하는 수현이를 한참 바라봤다. 너는 어떤 모습으로 자랄 거니?

교통지도를 마치고 후문으로 들어서는데 뒤뚱뒤뚱 앞서 걸어가는 아이를 발견하고는 혼자 웃었다. 걷는 모습만 봐도 누군지 알겠다. "수현아, 안녕?"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면서도 불만 섞인 뚱한 표정으로 고개만 까딱하고는 제 갈 길을 간다. 여기저기 학교 곳곳을 누비며 친구들과 다투거나 불만을 터트리는 이 녀석은 교장도 이름을 익히 알고 있는 또 다른 수현이다.

공교롭게 하루 아침에 세 명의 수현이를 만났다. 모두 다른 모습이다. 걱정했던 수현이가 잘 자라 준 것을 보고 나니 수줍은 수현이도, 말썽꾸러기 수현이도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다. 몇 번씩 변하는 너희들이 바르고 예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우리가 좋은 교육환경이 되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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