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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관기초 교장

방학은 아이들에게 꽉 짜여진 생활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다. 종업식을 끝내고 집으로 홀가분하게 돌아가는 아이들의 얼굴이 세상 행복해 보였다.

교사시절, 나에게도 방학은 꿀맛 같았다. 학기말이 다가올 쯤이면 내 온몸의 에너지가 다 방전되어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어지곤 했다. 방학동안 배터리를 재충전한 후에야 또 힘을 내어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었다. 타고난 튼튼한 체력을 가진 나도 그랬는데 여리여리한 다른 선생님들은 어떠했을까 지금도 궁금하다.

사람들은 학교생활이 다른 직업에 비해 여유로울 거라고들 한다. 초등학교의 경우 늦어도 2시 40분이면 수업이 다 끝나고 퇴근시간도 빠르니 얼마나 여유롭겠냐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각자 자기 직업이 더 바쁘고 힘들다고 하지만 학교에 와서 하루만 지내보면 선생님들이 얼마나 바쁘게 생활하는지 알게 된다. 대부분 이렇게까지 바쁘고 힘든지 몰랐다고들 한다.

교사는 왜 이렇게 바쁘고 힘든 걸까? 일반 회사원들의 일과 무엇이 다른가? 아침활동, 수업, 점심시간, 수업, 업무처리, 수업준비, 부진학생 지도, 특기지도, 각종 행사들, 학생평가 등등 이 안에 다른 것이 뭐가 있을까?

내 교사시절을 돌이켜보면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종종거렸고 밥 한 끼 느긋하게 먹어본 적이 없었다. 수업이 끝나고 10분의 쉬는 시간에도 학습활동 마무리를 못한 아이들 챙기고 다음 수업 준비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그 짧은 시간에 30여 명의 아이들 숙제 챙기고, 일기장 검사를 틈틈이 해주며 집에 가기 전에 몇 마디라도 적어 주노라면 눈은 핑핑, 손은 삭삭, 다리는 후다닥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화장실 갈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던 탓에 지금도 화장실 참는 버릇이 고쳐지지 않는다.

점심시간도 마찬가지다. 밥 한 숟갈 뜨다 보면 아이들은 온갖 사연들로 담임을 불러댄다. 쏟았다. 누가 건드린다. 배가 아프다. 먹기 싫다. 고학년은 그런대로 알아서들 하지만 1, 2학년들은 정말 천방지축이다. 내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후다닥 먹던 버릇이 생겨 지금도 여전하다. 가정에서 한둘 돌보는데도 하루종일 정신이 없는데 열, 스물을 한꺼번에 가르치며 돌보는데 어떻겠는가· 돌봄에 방과후수업도 학교에서 도맡아야 하는데 어찌 여유롭겠는가? 그렇다고 이것만으로 기를 다 뺏긴 듯 넉다운이 되는 걸까 궁금했었다.

내 결론은 "선생님들의 학교생활"에는 가르치는 일과 더불어 맡은 아이들 수만큼 다양한 삶의 무게가 더해지기 때문인 것 같다. 교사가 날마다 만나는 아이들은 개성과 능력, 자라온 가정환경이 너무나 다르다. 이 말은 수업에도 생활지도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패턴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뜻한다. 각기 다른 아이들의 삶을 깊숙이 들여다보며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모든 학생의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며 인성까지 포기하지 않고 끌어안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힘들다. 아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맡겨놓고도 믿어주지 않는 학부모라도 만나게 되면 최악이다.

때론 감정이 과해서 때론 감성이 너무나 부족해서 언론의 뭇매를 맞는 교사도 있다. 정말 일부분이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 함께 하고 있다. 때론 부모의 빈자리까지 채워주면서 말이다.

방학이다. 신학기 계획수립, 예산, 각종 공모사업, 연구학교 계획서, 새 학년 계획 그리고 연수 등으로 선생님들은 여전히 바쁘다. 쥐어짜듯 에너지를 모두 뽑아내며 치열하게 학년을 마무리했으니 잠시 쉬어갈 시간입니다. 선생님들, 신학기 학교생활을 위해 충전기를 꽂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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