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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충북단재교육연수원 기획지원부장

4월이다. 이제 학교는 새로운 학교 교육과정을 완비하고 준비 땅! 하고 한참 달리기 시작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출발점 수준을 진단하고 수준별로 맞춤형 지도에 들어간다. 지금의 교사들에게나 학생, 학부모에게 참 편리한 세상이 됐다. 학생 성장을 위한 다채움 플랫폼을 활용해 수업 설계와 자동 생성 맞춤형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고, 기초학력 진단 및 결과 분석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학생들의 시험지를 일일이 빨간 색연필로 동그라미 쳐가며 진단하던 우리 때와는 정말 다른 세상이다. 학부모로서도 참 답답했던 경험이 생각난다.

딸아이는 그림을 잘 그렸다. 남들은 엄마의 손재주를 닮았다고들 했지만, 사실은 아이의 관찰력이 남달랐다. 그림은 손재주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 삶을 받아들이는 감성을 도화지에 펼치는 아이의 이야기이다. 아이의 상상력과 표현력을 눈여겨보신 미술 선생님이 각종 미술대회에 아이를 데려갔고 아이는 기대 이상으로 큰 상을 받곤 했다. 이런 성과에 기뻐하는 와중에 부작용도 따랐다.

하루는 아이가 가느다란 쪽지에 적힌 과목별 시험점수를 보여줬다. 수학에서 눈길이 멈췄다. 헉, 40점이었다. 아빠가 수학 교사였고, 수학적 사고력이 그렇게 떨어지지도 않았었는데 어떻게 이런 점수를 받았을까 의아했다. 딸아이는 시험지 뒷부분은 아예 하나도 모르겠더라고 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선생님께 정중히 전화를 드렸다. 수학 시험지를 보여줄 수 있는지 물었더니 선생님은 기꺼이 집으로 보내주셨다. 1번부터 8번까지는 다 맞았는데 그 후로는 다 빗줄기처럼 빗금이 그어져 있었다. 아이는 배우지 않은 것이 시험에 나왔다고 했다.

사실을 유추해보니 아이가 미술대회 나간 날 새로운 개념 부분을 지도하셨고 마침 중간시험이라 시험을 내셨던 거였다. 아이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수학 문제 앞에서 망연자실했던 거였다.

그 후로 동료 교사에게 이 에피소드를 언급하면서 학급의 아이가 대외 행사로 빠졌을 때는 「새로운 개념」에 대한 진도는 하루 이틀 미뤄서 하면 좋겠다고 말하곤 한다. 딸의 사례처럼 한 영역을 놓치면 오랫동안 그 부분은 아킬레스건과 같이 늘 기초가 부족한 채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학원이나 학습지로 선행학습을 하는 아이들은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겠지만 학원이나 학습지에 아이의 학습에 대한 책임을 미뤄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다채움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었다면 전화를 할까말까 고민하지 않아도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금방 확인하고 도움을 줄 수 있었을 텐데 그 시절의 학부모였던 내가 지금의 학부모가 부럽다. 쉬는 시간도 없이 정신없이 빨간 색연필을 동글동글 쭉쭉 그어가며 학생의 학습 정도를 평가하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싶었으나, 역부족이었던 교사인 내가, 마음만 먹으면 아이의 학습 정도를 다 들여다볼 수 있고 코스웨어든 AIDT든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지금의 교사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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