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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동광초 교장

문득 제자들이 궁금할 때가 있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어떻게 성장했을까? 유난히 장래가 궁금했던 아이가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과 3학년 두 번이나 담임했던 학생이다. 아직 어린아이였는데도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고 배려심이 많아 친구들도 좋아하는 아이, 모든 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고 가족애가 남달랐던 아이였다. 그 아이가 몇 해 전 교육대학을 갔다는 소식을 듣고 대견했었다.

며칠 전 절친이 딸의 임용고시 합격소식을 전해왔다. 교대 졸업생이 되었을 그 아이가 궁금했다. 포털사이트에서 이름을 검색해봤다. 대학배구팀에서 맹활약을 했다는 뉴스에 그 아이의 이름이 있었다. 내 제자가 맞나? 한 장의 단체사진 속에서 금방 그 아이를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맞아, 운동도 잘했었지.

연관검색어를 따라가다 보니 작년에 책을 출간했다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이제 막 사회초년생이 될 그녀가 벌써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그 내용이 너무나 궁금했다.

연락이 닿았다. 임용고시에 합격했다는 소식에 얼마나 기뻤던지. 책을 보내주시겠다는 어머니께 꼭 내 돈으로 사고 싶다고 했다. 제자의 책이라니 얼마나 대견하고 감동적인 일인가!

드디어 책을 받은 날 그 자리에 앉아 책을 읽어내려갔다. 'Mubi Letter'라는 제목의 책이다. 그녀의 이름 '무비'를 영어로 풀어 썼다. 엄마 생일 선물로 한 권의 편지글을 썼는데 출판사로부터 출간하자는 제의를 받았다고 했다. 미래가 기대되었던 내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한 것 같았다.

그래~그래~ 네가 이렇게 살았구나, 아, 이럴 땐 정말 힘들었겠다, 그래 너라면 그랬을 거야 혼잣말을 읊조리며 14년의 세월을 더듬어 갔다. 제자의 기억 속에 나는 어떤 존재였을까? 무작정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책의 막바지까지 달려갔을 즈음 '기억의 조각'이라는 글에 잠시 그 시절 이야기가 등장했다.

"칭찬 스티커를 다 모아 김귀숙 선생님 집에 놀러 갔던 날, 학교에서 신문지를 깔고 직접 딴 진달래꽃으로 부쳐 먹은 화전, 손에 감각이 없어질 정도로 만졌던 함박눈"

칭찬 스티커 다 모은 아이들 몇 명을 토요일 집으로 데려와 떡볶이 해먹이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던 하루였었지. 못 온 아이들이 너무 부러워해서 3주에 걸쳐 주말마다 아이들을 집으로 데리고 와서 가족들의 원성을 샀던 일도 있었더랬다. 봄이면 학교 뒤편 울타리에 피는 진달래를 따다가 찹쌀가루 반죽해서 화전을 만들어 먹었던 우리들의 봄 이야기도 잊을 수 없지. "얘들아, 오늘은 눈이 펑펑 와서 체육수업을 밖에서 할 수가 없단다" 했던 날, 모자를 벗어 내 머리 위에 씌우고 작은 벙어리장갑을 내 손에 억지로 끼우고 바깥 체육수업을 하자고 간절한 눈빛을 발사했던 아이들도 거기 있었다.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 속에서 덜덜덜 떨며 피구를 하고 눈싸움을 하느라 손이 꽁꽁 얼었었다.

제자의 기억 조각들을 가져와 내 추억의 퍼즐에 슬쩍 끼워 넣었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간지러우면서도 마음은 뿌듯해졌다.

무비는 이어진 '가르친다는 것'이라는 글에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의 성장 과정을 함께 하고 그들에게 영향을 남길 수 있는 행운을 누리는 삶이 이 세상에서 몇이나 될까. 살아가는 내내 보람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길일 거야. 좋은 교사,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내 꿈을 응원해줘."

교사가 되어 누군가의 기억의 한 조각이 될 너의 꿈을 응원할게. 나와 함께 또 다른 아이들의 좋은 교사가 될 우리 선생님들의 꿈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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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