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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관기초등학교 교장

학교장이 된 이후로 정기 인사철이 되면 마음이 살짝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학교를 옮겨야 하는 분이 있나? 갑자기 발령이 나는 직원이 있으면 어떻게 할까? 근무 만기인 사람은 원하는 곳에 잘 갈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진다.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 때는 더욱더 그렇다.

작년 8월 초 일찌감치 9월 1일 자 교원 인사발령이 났다. 생각지도 않았던 교감 선생님의 승진발령 소식에 깜짝 놀랐고 연이은 교직원들의 발령 소식에 또 놀랐다. 교감 선생님의 승진은 모두 온 마음으로 바랬던 일이고 당연히 축하할 일이었다. 다만 이번은 아니고 다음 학기라고 생각했었기에 며칠간 망연자실했다. 마음의 준비가 안 된 탓이다.

공공기관에 사람이 오고 가는 일이니 내가 기한을 정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좋은 학교로 가게 되셨으면 함께 충분히 기뻐해야 한다. 알면서도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에 한동안 마음이 힘들었다. 그만큼 교감 선생님의 역할이 컸고 선생님들과의 호흡도 좋았다. 남다른 에너지로 학교를 밝게 하셨고 업무 추진력은 속이 시원하게 하는 능력을 갖춘 분이셨다. 다른 교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가야 하는 사람도 보내야 사람도 서로 쳐다보기만 해도 아쉬워 어쩔 줄 몰라 했다.

알고 있다. 가는 사람은 새로운 곳에 가서 금방 적응해서 또 잘 지낼 것이고 또 좋은 분이 오리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도 몇 년을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마음 나누며 살다 보면 헤어짐이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 조금만 더 같이 근무하면 좋으련만 하는 아쉬움이었다. 정말 잘 살았다는 증거다.

7월이 다가온다. 또 보내야 할 사람이 생겼다. 우리 학교에서 단 한 명만 남게 한다면 주무관을 뽑고 싶다고 선생님들이 말했다. 교장도 교감도 아닌 시설직 대체 주무관님을 말이다. 그 말에 반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분이다. 얼마나 잘했으면 그럴까? 궁금해질 거다.

주무관님은 학교에 출근하자마자 밤새 마을 사람들이 어질러놓은 학교 운동장을 깨끗이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신다. 그림같이 정리해놓은 창고의 농기구를 보더라도 그 성품을 알 수 있다. 고장 난 시설 수리에도 적극적이시고 보다 효율적인 학교 관리를 위한 제안 등도 가감 없이 해주신다.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친절하기까지 하셔서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근무하시는 동안 온 학교를 종횡무진하며 깔끔하게 정리하고 정비하셔서 흐트러졌던 학교시설을 깔끔하게 해놓으셨다. 교실의 학습 기자재도 쏜살같이 나타나서 수리해주신다. 못하는 게 없는 분이시다. 보물도 이런 보물이 없다.

계약기간이 끝나가고 보내야 하니 어쩔 수 없으면서도 주무관이 없는 후를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이다. 언제나처럼 새로운 분이 오셔서 또 잘할 거지만 그래도 그 떠난 자리가 너무나 클 것 같다. 주무관님이 누구보다도 잘살아오셨다는 증거다.

함께 근무했던 많은 사람 중에 헤어지기 싫었고 보내기 싫었던 분이 참 많았다. 반면 언제 떠나나 기다리던 사람도 있었다. 떠나니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남들의 평가로 내 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회이니 나 스스로 잘살고 있나 물어볼 필요가 있다. 특별한 것을 많이 요구하지도 않는다. 내가 맡은 역할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는가, 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공직윤리를 잘 지키고 있는가, 함께 근무하는 사람을 마음으로 배려하고 있는가? 학교이니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어른인가도 생각해 볼 일이다.

누구한테 물을 일은 아니다. 스스로 자문해보면 금방 알 일이다. 나는 잘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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