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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동광초등학교 교장

차를 바꾸기로 했다. 실용적인 전기차의 인프라가 구축되면 사야겠다 미뤘었는데 드디어 결정했다. 차의 다양한 옵션 중에 색상을 고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카 마스터는 원하는 색상을 고르라고 하면서도 나중에 중고로 팔 것도 고려사항이라고 했다. 신형차라 실물로 모든 색상을 다 볼 수 없어 인터넷 검색을 했다. 발 빠르게 소개 영상을 올린 유튜버들이 많았다. 차를 사는 일이 자주 있는 일도 아니고 차에 대해 특별히 관심도 없는 나로서는 며칠을 고민해야 했다. 쉽지 않았다.

의견들을 살펴보면서 사람들이 차에 대해서 정말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음에 놀랐다. 더 놀라운 것은 차를 고르는 최종 결정 단계에 다들 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중고로 잘 팔기 위해서는 무난한 회색이나 검정, 흰색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마음에 드는 예쁜 색이 있지만 무난한 색으로 결정했다고도 했다. 탈 차를 사는 것이지 팔 차를 사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11년 전에도 그랬다. 중고차를 선호하는 남편은 검은색과 버건디 색상 중에 어떤 것이 좋은지 물었다. 보자마자 버건디가 눈에 들어왔다. 신중한 남편은 나중에 팔 때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색이 아니니 값을 잘 못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잠시 고민을 했지만 나는 고급스럽고 예쁜 빨강인 버건디를 골랐다. 나중에 잘 팔기 위해서 10년을 원하지 않는 색으로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11년을 탔다. 눈에 띄는 차 색상 덕분에 사람들은 금방 나를 알아본다. '너 어디 있더라' 또는 '선생님 어디 지나가셨죠?' 라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간혹 급하게 운전할 때나 도로변에 차를 세울 때도 나는 조심스럽다. 눈에 띄는 색상 때문에 누가 나를 알아봤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다. 그런데도 나는 내 차를 볼 때마다 아직도 예쁘다는 생각이 들고 지금도 만족스럽다. 내가 정말 원하는 색을 고른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차를 오래 타지 않는다고들 한다. 자기가 원하는 차를 타다가 중고로 팔고 다른 차를 산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잘 팔릴 차가 중요하겠다 싶기도 하다.

차를 받으려면 몇 달을 기다려야 하지만 사람들이 그토록 고려해야 한다던 팔 시점이 다가온다. 나는 중고찻값이나 팔릴 것을 고민하고 있는가? 결론은 고민할 필요가 없게 됐다. 그새 딸아이들이 자라서 차가 필요한 시기가 되어 큰아이가 탐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색깔이 예뻐서 좋단다.

차를 고르며 우리는 너무 많은 고민과 고려를 하다 정작 본질을 벗어나 엉뚱한 곳으로 가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뭔가 본말이 전도된 것 같았다. 내가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족하며 잘 탈 수 있는 차를 고르는 것이니 다양하게 고려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팔 때를 생각해서 내가 원하는 것까지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중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담보하거나 과정을 즐기는 것을 미루지는 말아야 한다. 10년 후에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내 삶을 그렇게 살고 있지는 않나 반문해본다.

그런데도 내가 원하는 누가 봐도 예쁘고 멋진 차를 고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딸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아이들은 내 일인 양 이건 어때요? 저건 어때요? 함께 고민해 주며 말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엄마에게 어울리는 색을 고르는 것 같아요."

그래 나만의 색, 나만의 삶을 골라 살자. 남한테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너무 조심스러워하지 말자. 이름도 어려운 디지털 틸그린 펄을 골랐다. 이제 고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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