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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2.05 14:51:19
  • 최종수정2025.02.05 14:51:18

김귀숙

동광초등학교 교장

이사 준비를 하면서 매일 30년을 오르락내리락했다. 하얗게 눈이 쌓인 날, 산책길에 계획에도 없던 집을 구경하고 첫눈에 반해 덜컥 계약부터 했던 집이다. 탁 트인 조망에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도 밝고 따뜻한 집이라 16년을 살면서도 날마다 설렜다. 이렇게나 좋아하는 집을 떠나기로 한 것은 둘만 살기엔 너무 크고 남편이 텃밭 근처로 가고 싶어 했다.

이사는 새로운 곳을 향해 가는 것인데 우린 계속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났다. 방을 정리해 나가는 동안 아이들이 내려와 도왔다. 딸들은 오래전 내 육아일기며 앨범을 찾아내어 연신 낄낄 웃어댔다. 작은 아이는 언니보다 자기 분량이 적다며 속상한 척해서 또 웃었다. 나도 오랜만에 딸아이들의 일기장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잘 보관만 하고 있던 것들이다. 그중 큰 딸의 첫 그림 일기장을 한 장씩 넘겨보다가 너무나 뭉클해서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일곱 살 초겨울부터 줄글을 쓰기 전까지 쓴 그림일기였다. 자세하게 읽지 않았던 건지 읽고도 잊어버린 건지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새로웠다. 딸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우리 가족의 일상이 그대로 표현되었고 잊고 있었던 사실이나 아이의 감정까지 상세하게 담겨있었다. 이제 막 한글을 익힌 아이가 쓴 글이지만 2권의 스케치북 그림일기는 딸아이의 성정을 그대로 담았다. 2000년 12월 19일에 시작된 일기는 단 하루도 빠짐이 없었고 그림도 글씨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림 한 장 한 장이 모두 완성된 작품이었고 글의 내용도 글씨도 정갈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도 일기 쓰기를 좋아했었다. 과거형이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기 쓰기를 좋아했던 나는 꽤 여러 권의 일기장을 가지고 있지만 한 권을 꽉 채워본 적이 없었다. 작심삼일, 마음처럼 잘 이어지지 않았다. 하루도 빠짐없이 뭔가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 이 꾸준함은 아빠를 닮았군!' 하다가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첫 그림일기는 유치원 겨울 방학 과제였다. 아이의 그림일기나 일기장은 우리 부부의 노력이 아니라, 유치원과 초등학교 담임선생님들의 열정과 성실한 교육의 산물이었던 거다. 이어지는 30권의 일기장에는 선생님들이 써준 사인이나 첨언, 격려의 글도 간간이 보였다. 감사한 마음이다.

나도 매일 일기 지도하고 검사를 하느라 화장실 갈 시간도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초등학생 일기 검사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한 후 잠시 주춤하다가 계속했다. 6학년 몇몇이 인권침해라며 따지길래 "일기장은 집에 두고 혼자 비밀로 쓰렴! 내일부터 선생님은 글쓰기 노트로 이름을 바꿀게."라고 했던 기억도 새삼스럽다. 담임교사로서 꾸준히 아이들의 글쓰기 지도를 했을 때 얼마나 폭풍 성장을 하는지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에 결코 멈출 수 없었던 거다.

한 해가 끝나는 2월에는 일기장을 모두 모아 꽁꽁 묶어 집으로 보냈다. 그 일기장들도 내 제자의 추억 길을 이어주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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