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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관기초 교장

제대로 시(詩)를 쓰거나 근사하게 지어 본 적이 없다. 운율, 라임, 의미부여등 모든 것을 생각하며 시를 짓는다고 생각하면 몸이 오그라들면서 멈칫 하게 된다. 그럼에도 난 자주 시를 읊는다.

주말 이른 아침 산행 길은 시를 읊조리기 좋은 시간이다. 숲 속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반짝이며 흔들리는 나뭇잎들 사이를 걷다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이렇게 예쁜 순간을 만나면 따뜻한 기억으로 붙들어두고 싶어진다. 그럴 땐 옆에서 묵묵히 걷는 남편에게 "내가 시 하나 지어 볼게요." 하며 그냥 떠오르는 느낌을 말한다.

이른 아침 산책길/올까말까 망설였는데/잘했어, 오길 잘했어!/떡갈나무 사이로/햇살이 손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재잘재잘 말을 걸어오네./그래그래~~/너희들도 내가 반가운 게로구나.

가파른 산길 오르는데/멀리서 산들바람 불어와 속삭이네./조금만 참아. 조금만 더 힘을 내./고개 오르면 산등성이에/땀 식혀줄 골바람이 기다리고 있어./그래그래~~/거기서 살얼음 동동 막걸리 한잔 마셔야지.

"음, 이 시(詩) 꽤 괜찮은걸!" 혼자 만족해보지만 사실 뭐 시랄 것도 없다. 빈둥거리며 주말을 보낼까 했는데 산행 가자는 남편에게 투덜대며 따라나섰다. 나와 보니 오기를 잘했다.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을 슬그머니 시의 형식으로 말한 것이다. 남편은 내 시를 듣고 말없이 씩~ 웃을 뿐이고 나도 그냥 산길을 계속 갈 뿐이다.

시라는 것이 꼭 작정하고 써야 되는 것은 아니라 내 느낌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아무 때나 시를 읊을 수 있다. 길을 가다 문득 만나게 되는 상큼한 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히는 느낌, 어디선가 전해져 오는 향기에 취하는 그런 순간을 표현하면 그것이 시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너무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말을 청산유수로 잘 하는 아이도 있고, 어쩜 이런 표현을 할까 싶을 만큼 글을 잘 쓰는 아이도 있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경험한 일을 말하게 하면 쭈뼛거리며 온 몸을 꼬면서 어~~어~~뭐뭐 했는데~~ 하며 끝을 맺지 못한다. 글에 자신의 느낌을 쓰라고 하면 있었던 일을 쭉~ 나열하고 맨 마지막 줄에 "참 재미있었다."로 끝내는 식이다.

'글짓기'가 아니라 '글쓰기'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이오덕 선생님의 『삶을 가꾸는 글쓰기』에서 답을 찾았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일기쓰기, 편지쓰기를 좋아했던 내가 평소에 쓴 글들을 그냥 끄적인 것이라 생각했었다. 진솔한 내 삶의 이야기가 담긴 그런 글들이 시가 되고 수필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얻었다. 글쓰기 교육을 함에 있어서도 든든한 배경이 되었다.

"얘들아, 멋진 말로 억지로 꾸며놓은 글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쓴 것이 시가 되고 산문이 되는 거란다." 라고 말하며 간단한 메모, 일기쓰기를 통한 글쓰기 교육을 참 열심히도 했다. 엄마, 아빠 발을 씻겨드리고 하신 말씀을 그대로 적어오게 하거나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놀 때와 같이 구체적인 순간을 떠올리며 글을 쓰게 하니 아이들의 글은 생동감 있고 풍성해졌다. 1년간의 일기장을 묶어 쭉 넘겨보면서 아이들의 어마어마한 성장에 놀라곤 했다.

가르치는 것은 배우는 것이다. 배워서 가르친다 생각하지만 가르치면서 배우는 것이 더 많다. 아이들을 위한 글쓰기 교육을 하며 내 글도 편안해졌다. 덕분에 나는 화려한 문장, 멋진 비유에 목메지 않고 말하듯 그냥 시를 읊는다. 진솔한 이야기 그 자체에 힘이 있음을 믿고 편안하게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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