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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동광초등학교 교장

큰 학교로 옮기고 난 후 지인을 만나면 괜찮냐고 물었다. 보은에서는 가장 큰 학교이고 아이들도 많으니 각종 민원이나 다양한 어려움이 있을 거라 예상하고 하는 말이다. 나는 대답 대신 큰 학교라 가장 좋은 것이 뭐냐고 물어달라고 요청하곤 했다. 대답을 정해놓아서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아이들이 전학을 가도 전학을 와도 매우 놀라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이고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농촌 소규모학교에 근무해본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잘 알기에 공감하며 함께 웃곤 했다.

작은 학교에서는 학생 한 명이 전학 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가슴이 철렁하곤 했다. 소문만으로도 전 교직원이 이야기의 진위를 따져가며 수군거렸다. 무슨 일인지 어떤 사정인지 확인하고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되었을 땐 모두 안도했다. 반대로 학부모가 사실이라고 알려오면 비상사태가 벌어졌고 일말의 여지가 있다면 어떡하든 문제를 해결해서 학생을 붙잡으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전학을 간다던 학생들이 지금까지 남아 있기도 하니 노력이 헛되진 않았다.

학생 한 명이 전학 가는데 웬 호들갑이냐고 말하겠지만 결코 만만한 이야기가 아니다. 다자녀 가정의 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학생 수가 적으니 2~3명이 한꺼번에 전학을 가면 학교에는 치명적이다. 학년에 따라 또 달라진다. 학년별로 학생 수가 고르게 분포되었다면 좋으련만 전혀 그렇지 않다. 어떤 학년은 10명이 넘어 우스개로 과밀학급이라고 말하는데 어떤 학년은 2~3명이라 학급수를 유지하는데 간당간당하기 때문이다. 6학급을 유지하는 것과 5학급이나 4학급이 되면 아이들의 교육환경도 달라지고 교사의 업무량이 훨씬 많아져 힘들어지게 된다.

학교가 작아지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었고 늘 신경이 곤두서곤 했다. 중소도시의 큰 학교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그 속도를 잠시 잊었었다. 학생 수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했는데 연말이 가까워지자 우리 학교도 예외가 아님을 깊이 깨달았다.

우리 학교는 최근 7~8년 사이에 인구 감소가 심각해지면서 학년별 4개 학급이었다가 6학년을 제외하고 모두 3학급이 되었다. 6학년 4학급이 졸업하고 나면 입학하는 1학년이 몇 개 학급이 편성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동광초는 모든 마을이 소규모학교 일방 공동 학구라 학부모의 선택에 따라 학급수가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3학급이 되려면 최소 51명은 되어야 하는데 예비소집 첫날, 달랑 5명이 왔다. 다시 가슴이 철렁했다. 이게 뭐지? 직원들 앞에서는 담담한 척했지만, 속마음은 타들어 갔다. 3일간의 예비소집 결과 3개 학급이 편성되었을 때 우리 모두 정말 기뻐했다. 선생님들과 모든 교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열심히 교육과정을 운영한 것을 학부모님들도 알아주신 것 같았다.

문제는 다른 학년에서 터졌다. 간당간당 3학급이었던 3학년이 세종으로 인천으로 전학을 가서 50명이라는 것이다. 아빠의 직장을 따라 전학 가는 것을 막을 방도도 없거니와 작은 학교에서 데려올 수도 없는 노릇이니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특별한 대처도 못 하고 한 학급이 줄어 버렸다.

농촌 작은 학교에서 6학급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고 떠나왔어도 계속 마음이 쓰였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큰 학교도 예외가 아니었다. 올해는 2개 학급이 줄었는데 내년에는 또 얼마나 줄라나. 자연감소에 의한 학급수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인구 감소에 대한 놀라움이 이젠 공포로 다가온다. 점점 작아지는 학교는 결코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가 작아지는 속도만큼 농촌도 도시도 나라도 점점 작아지고 있는데 막을 방법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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