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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동광초등학교 교장

겨울산은 의외의 풍경을 선사할 때가 있다. 이번 송년 산행이 그랬다.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을 만났다. 태기산에 핀 빙화, 얼음꽃이 그랬다. 겨울 산행을 갈 때면 늘 멋진 눈꽃이나 상고대를 기대한다. 태기산은 고도가 높은 곳에서 산행을 시작하기 때문에 상고대나 눈꽃을 잘 보여주는 산이다. 기대가 컸지만 얼음꽃은 상상도 못했다. 산대장도 평생 두 번째 보는 거라며 신기해했다.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만난 얼음꽃은 가지도, 열매도 얼음 속에 갇혀 있었고, 꽃눈도 투명한 얼음 속에서 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딱 요즘 길거리에서 눈을 현혹하던 과일 탕후루 같았다.

눈꽃, 상고대, 얼음꽃은 차이가 있다. 하얀 눈이 나뭇가지에 쌓이면 눈꽃, 서리가 찬 기온에 하얗게 얼면 상고대라고 한다. 얼음꽃은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녹다가 낮은 기온에 꽁꽁 얼어서 생긴 현상이었다. 눈이 많이 와야 하고 살짝 녹았다가 다시 꽁꽁 얼어야 한다. 바닥도 아닌 공중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산길을 접어드니 숲속은 얼음공주 엘사가 꽁꽁 얼려버린 듯 나뭇가지 터널 전체가 얼음이다. 이 동화 같은 장면에 여기저기서 튀어나온 말이 "대박"이었다. 이렇게 독특한 모습을 보게 된 것은 우연한 행운이었다. 매번 산을 갈 때마다 특별한 풍경을 기대하지만 기대가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한 번은 철쭉이 예쁘다는 산을 갔다. 버스에서 산대장은 SNS에서 어제 올라온 사진을 보면 절정이었다고 기대해도 좋다고 했다. 웬걸 도착하니 만개한 철쭉꽃은 고사하고 붉은 기운도 없었다. 밤새 태풍이 몰아쳐 꽃을 다 휩쓸고 가버렸단다. 상고대도 마찬가지다. 버스에서 바라볼 때만 해도 하얗게 서리꽃이 내린 풍경에 마음 설레며 올라갔는데 어느새 올라온 햇살에 다 녹아버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적도 많았다.

어떻게 하면 얼음꽃도 보고, 상고대도 만나고, 온 산이 지천인 진달래, 철쭉도 볼 수 있을까· 답은 쉬지 않고 꾸준히 가는 것이다. 꽃이든 단풍이든 해돋이든 눈꽃이든 우리가 최고의 풍경을 만나려면 가고 또 가면 된다. 자꾸, 자주, 꾸준히 가다 보면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을 만나기도 하고 최고의 설경, 붉은 꽃산을 만나기도 한다. 우리들의 묵묵한 걸음이 오늘처럼 얼음꽃을 만나는 행운을 안겨준 것처럼 말이다.

기대하던 일을 한 번 실패했다고 멈추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 가던 길을 조금 늦었다고 포기해 버리면 결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행운이라고 아주 쉽게 주어지거나 그냥 오지는 않는다. 눈 쌓인 길을 눈보라를 맞으며 걸었고, 점심도 눈 덮인 숲에서 컵라면으로 해결했다. 때론 발이 시려 동동거리기도 하고 끊어질 듯 시린 손을 비비며 오돌오돌 떨기도 했다. 다만 이렇게 만나게 되는 신비한 풍경, 함께 걷는 사람들과의 행복한 시간들은 그 어떤 고통도 수고로움도 충분히 감내할 만큼 멋진 일이다.

새해다. 새롭게 시작하는 갑진년의 내 길에는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여기저기 숨겨져 있는 아이템을 찾으러 부지런히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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