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11.9℃
  • 맑음강릉 14.2℃
  • 맑음서울 12.3℃
  • 맑음충주 13.2℃
  • 맑음서산 11.4℃
  • 맑음청주 13.6℃
  • 맑음대전 14.2℃
  • 맑음추풍령 12.3℃
  • 맑음대구 15.6℃
  • 맑음울산 15.5℃
  • 맑음광주 14.0℃
  • 맑음부산 16.7℃
  • 맑음고창 12.4℃
  • 맑음홍성(예) 12.0℃
  • 맑음제주 16.7℃
  • 맑음고산 14.1℃
  • 맑음강화 10.5℃
  • 맑음제천 12.2℃
  • 맑음보은 13.0℃
  • 맑음천안 12.2℃
  • 맑음보령 14.1℃
  • 맑음부여 14.2℃
  • 맑음금산 14.1℃
  • 맑음강진군 15.3℃
  • 맑음경주시 15.5℃
  • 맑음거제 14.0℃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귀숙

동광초등학교 교장

겨울산은 의외의 풍경을 선사할 때가 있다. 이번 송년 산행이 그랬다.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을 만났다. 태기산에 핀 빙화, 얼음꽃이 그랬다. 겨울 산행을 갈 때면 늘 멋진 눈꽃이나 상고대를 기대한다. 태기산은 고도가 높은 곳에서 산행을 시작하기 때문에 상고대나 눈꽃을 잘 보여주는 산이다. 기대가 컸지만 얼음꽃은 상상도 못했다. 산대장도 평생 두 번째 보는 거라며 신기해했다.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만난 얼음꽃은 가지도, 열매도 얼음 속에 갇혀 있었고, 꽃눈도 투명한 얼음 속에서 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딱 요즘 길거리에서 눈을 현혹하던 과일 탕후루 같았다.

눈꽃, 상고대, 얼음꽃은 차이가 있다. 하얀 눈이 나뭇가지에 쌓이면 눈꽃, 서리가 찬 기온에 하얗게 얼면 상고대라고 한다. 얼음꽃은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녹다가 낮은 기온에 꽁꽁 얼어서 생긴 현상이었다. 눈이 많이 와야 하고 살짝 녹았다가 다시 꽁꽁 얼어야 한다. 바닥도 아닌 공중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산길을 접어드니 숲속은 얼음공주 엘사가 꽁꽁 얼려버린 듯 나뭇가지 터널 전체가 얼음이다. 이 동화 같은 장면에 여기저기서 튀어나온 말이 "대박"이었다. 이렇게 독특한 모습을 보게 된 것은 우연한 행운이었다. 매번 산을 갈 때마다 특별한 풍경을 기대하지만 기대가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한 번은 철쭉이 예쁘다는 산을 갔다. 버스에서 산대장은 SNS에서 어제 올라온 사진을 보면 절정이었다고 기대해도 좋다고 했다. 웬걸 도착하니 만개한 철쭉꽃은 고사하고 붉은 기운도 없었다. 밤새 태풍이 몰아쳐 꽃을 다 휩쓸고 가버렸단다. 상고대도 마찬가지다. 버스에서 바라볼 때만 해도 하얗게 서리꽃이 내린 풍경에 마음 설레며 올라갔는데 어느새 올라온 햇살에 다 녹아버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적도 많았다.

어떻게 하면 얼음꽃도 보고, 상고대도 만나고, 온 산이 지천인 진달래, 철쭉도 볼 수 있을까· 답은 쉬지 않고 꾸준히 가는 것이다. 꽃이든 단풍이든 해돋이든 눈꽃이든 우리가 최고의 풍경을 만나려면 가고 또 가면 된다. 자꾸, 자주, 꾸준히 가다 보면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을 만나기도 하고 최고의 설경, 붉은 꽃산을 만나기도 한다. 우리들의 묵묵한 걸음이 오늘처럼 얼음꽃을 만나는 행운을 안겨준 것처럼 말이다.

기대하던 일을 한 번 실패했다고 멈추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 가던 길을 조금 늦었다고 포기해 버리면 결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행운이라고 아주 쉽게 주어지거나 그냥 오지는 않는다. 눈 쌓인 길을 눈보라를 맞으며 걸었고, 점심도 눈 덮인 숲에서 컵라면으로 해결했다. 때론 발이 시려 동동거리기도 하고 끊어질 듯 시린 손을 비비며 오돌오돌 떨기도 했다. 다만 이렇게 만나게 되는 신비한 풍경, 함께 걷는 사람들과의 행복한 시간들은 그 어떤 고통도 수고로움도 충분히 감내할 만큼 멋진 일이다.

새해다. 새롭게 시작하는 갑진년의 내 길에는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여기저기 숨겨져 있는 아이템을 찾으러 부지런히 걸어보자.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작은 학교의 희망을 키우다, 나광수 단양교육장 취임 1주년

[충북일보] 2025년 9월 1일, 나광수 단양교육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학령인구 1천700여 명으로 충북에서 가장 작은 교육공동체인 단양은 인구소멸 위기를 가장 먼저 체감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양교육지원청은 지난 1년간 '에듀토피아 단양'이라는 명확한 비전과 "공감과 동행으로 지속 가능한 BEST 단양교육"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달려왔다. 나광수 교육장은 취임 직후부터 "작은 고장이지만 아이들의 꿈은 절대 작지 않다"라는 확고한 신념을 품고 학교 현장을 직접 찾아다녔다. 교사로 20여 년, 장학사와 장학관으로 10여 년을 보내며 교육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농·산촌의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미래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고 강조하며 변화를 끌어냈다. ◇Basic-미래 교육의 기초·기본을 다지다 단양교육지원청은 모든 교육의 출발점인 기초와 기본을 튼튼히 다지는 데 주력했다. 학생 개개인의 학습 격차를 줄이고 동등한 출발선을 보장하기 위해 기초학력 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 필수적인 창의·융합 역량을 기르는 데 아낌없이 힘을 쏟았다. △ 맞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