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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동광초등학교 교장

12월의 첫날, 어쩐지 서글프고 아쉬움이 남으며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달력의 마지막 장처럼 교직 생활의 시작보다 끝이 가까워지니 흘러온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그동안 만난 수많은 사람과 제자 또한 그들의 시간과 공간에서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토요일 갑자기 대학 친구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교육대학생들은 모두 초등교육이 전공이고 한 교과씩 심화 과정을 밟는데 우린 미술교육 심화반이었고 그래서 미술교육 전공이라고 했다. 4년 내내 미술관에 모여 작품을 하면서 늘 하하 호호 떠들면서 지냈던 친구들이라 돈독했었다. 모두 충북에 발령이 났지만 결혼하고 서울로 인천으로 헤어져야 했다.

충북에서 교직 생활을 하는 친구들은 각종 연수나 회의 등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지만 떠난 친구들은 자주 만나지 못했다. 특별히 친한 친구들은 전화하고 함께 여행하거나 대소사에서 만나서 관계를 이어왔지만, 어떤 친구는 그러질 못했다. 서울, 인천, 경기 기껏해야 2시간 남짓 거리일 뿐인데 왜 이리 소원했는지 모를 일이다.

모두 8명이 만나기로 했는데 또 이런저런 이유로 결과적으로는 6명이 만났다. 34년 만에 처음 만난 친구도 있었다. 그런데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어제 헤어진 것 같단다. 그사이 퇴직을 한 친구가 반이고 아직 현직에 있는 사람이 반이었다. 우리들의 34년 후의 모습은 같으면서도 달랐다. 모두 자기 학교에서 최선을 다했고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고 했다. 한 일도 다양해서 도자기 작품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친구도 있고, 역사 관련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공부하는 친구도 있었으며 등단 시인도 있었다. 교장, 교감이 되기도 했고, 평교사로 퇴직을 하기도 했다. 어찌 됐든 다들 자신들의 공간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잘 살아왔음을 알 수 있었다.

퇴직한 친구들에게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물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분주하게 출근 준비를 하던 아침이 여유로워졌고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여행을 갈 수 있어서 좋단다. 늘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던 아이와 악성 민원 학부모에게서 벗어난 것이 무엇보다 좋아서 머리가 맑고 개운하단다.

아쉬움에 대해서는 마냥 좋다고만 한 친구도 있었고 내가 지내오던 시간과 공간이 달라지면서 불편함이 생겼다는 친구도 있었다. 아침에 프린트 한 장 하려고 했는데 집에 있는 복합기가 고장났다는 것을 미처 몰라서 난감했던 일, 각종 의무 연수가 부담이었는데 마음껏 연수를 들을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것이 혜택이었음을 깨달았다고도 했다. 살아온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로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4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친구들과 34년의 교직 생활과 4년의 대학 생활을 추억하며 참 다들 열심히 살았구나 싶었다. 대학 시절에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던 친구들이었는데 함께 하지 못한 그동안도 이 땅의 참 교사로 살아왔음을 이야기 속에서 알 수 있었다. 앞으로는 각자 선택한 시간과 공간이 달라서 좀 다른 삶을 살게 된 우리들이지만 뭐 그리 달라지겠는가! 사람은 잘 달라지지 않는 법이니 또 열심히 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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