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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관기초등학교 교장

까똑~ "엄마, 생신에 갖고 싶은 거 없으신가요?" 둘째 딸의 메시지다.

"고마워. 생각해보고 말해 줄게." 라고 답장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히 갖고 싶은 게 없다. 퇴근 무렵 핸드폰 케이스를 보니 낡고 색깔도 바랬다. 아침에 이어 간단하게 답변을 보냈다. "핸드폰 케이스^^"

조금 있으니 딸아이가 폭풍 메시지를 보내왔다. 띵동~ 이건 어떤가요? 띵동~ 저건 어떤가요? 다양한 디자인을 링크해 보내주며 고르란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생일날 현관 앞에 택배 박스 두 개가 놓여 있었다. 하나는 라이언 캐릭터 핸드폰 케이스였고 다른 하나는 오렌지와 골드가 섞인 산뜻한 카네이션 꽃다발이었다.

까똑~ "엄마, 꽃이 무사히 도착했나요? 어버이날이 가까워 이번에는 카네이션을 골랐답니다." 평생 엄마의 생일 꽃은 자기가 책임지겠다더니 올해도 잊지 않았다.함께 보내온 화병에 꽃을 꽂고 핸드폰을 새 케이스에 장착했다. 꽃을 볼 때마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릴 때마다 정성껏 선물을 고른 딸아이의 마음이 느껴져서 참 좋다.

카네이션을 보고 있노라니 엄마가 생각나 전화를 했다. 딸의 생일을 여전히 기억하지 못하셨다. 다섯이나 되는 딸 아들 건사하느라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다른 건 총명하게 다 기억하시는데 자식들 생일은 기억하지도 챙기지도 않으신다. 생일 얘기는 뺐다.

"엄마, 어버이날인데 뭐 갖고 싶은 거 없으세요?"

"다 늙어서 필요한 게 뭐 있겠노! 없다."

"그래요? 그럼 생각나면 말씀해주세요." 하고 끊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어버이날 빨간 카네이션 한 송이가 내 손으로 부모를 위해 뭔가를 산 유일한 것이었다. 어버이날 아침 부모님 가슴에 카네이션 한 송이씩 달아드리는 효도인 줄 알았다. 1년에 한 번 꽃을 달아드리는 그때가 부모님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날이기도 했다. 핀으로 살이라도 찌를까 온 신경을 다 쓰며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며 "엄마, 아버지 은혜 감사합니다."라고 겸연쩍게 말하고 어설픈 포옹이라도 해드리던 그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멋쩍다. 그나마 그것도 아니었으면 언제 우리 세대가 부모님을 안아드릴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제는 선물도 꽃도 사드릴 수 있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부모님들이 원하는 선물 1호는 현금이라길래 평소에 선물 대신 용돈으로 마음을 대신했다. 엄마를 만나면 이건 큰딸이 사줬다. 이건 며느리가 사줬다 하시는데 내가 드린 현금 선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으니 정작 내가 서운했다.

"이거 니가 사준 거 아이가!" 하실 때의 뿌듯함을 느끼고 싶어졌다. 이거 우리 막내딸이 사 준거라고 자랑하게 해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갖고 싶은 게 없으시단다. 뭘 사드릴까 고민하던 참에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야야! 니 선물 생각해보라케가 보이 내가 봄에 입을 티가 하나도 없다 아이가. 얇은 티 하나 필요하데이."

먼저 딸아이가 보낸 꽃 선물 사이트를 찾았다. 빨간 카네이션 대신 신세대 카네이션을 받게 해드리고 싶었다. 몇 송이 되지도 않는데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잠시 망설이다가 클릭, 클릭했다. 지금 아니면 영원히 못할 수도 있는 일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바빠졌다.

이젠 옷 차례다. 여기저기 사이트를 뒤져보았다. 엄마옷, 할머니옷, 어르신 옷 다 검색했지만 디자인도 가격도 사이즈도 마땅치 않았다. 딸아이처럼 링크 걸어서 이건 어때요 물어보기엔 80대 후반 할머니 울엄마에겐 버거운 일이었다. 딸아이 따라하기는 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내일은 엄마에게 딱 맞는 화사하고 편한 '티'를 찾으러 육거리 시장으로 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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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