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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동광초 교장

젊었을 때는 2년마다 정기 건강검진을 할 때 별생각 없이 가서 하고 왔다. 검사결과지가 오면 한 번 읽어보고 휙 던져 버리고 관심을 두지도 않았다. 워낙 건강한 체질을 물려주신 부모님 덕분에 큰 병 없이 살아왔고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요즘은 사뭇 다르다. 건강검진 예약부터 결과가 나올 때까지 머릿속에 걱정이 떠나질 않는다.

어느 해부터 건강검진 통보지에 이상징후가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족력이 있는 혈압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고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의 수치도 간과할 수 없게 됐다. 하나둘씩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니 다른 사람들의 건강도 궁금해졌다. 다들 괜찮나?

최근 대면 모임이 조금씩 재개되면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처음엔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나 아이들 이야기 등 생활 주변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마지막은 건강이 주제로 이어졌다. 눈에 띄게 건강이 안 좋아 보이거나 나처럼 하나둘 문제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들은 함께 걱정을 나누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릴 때 잠시 운동선수를 했던 내 친구는 모든 운동을 수준급으로 하는데 건강에도 특이증상이 없다고 해서 부러움을 샀다. 이야기의 끝은 건강이 최우선이고 다이어트도 해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는 것으로 결론짓는다.

사람들은 새해 덕담도 건강, 만날 때도 건강하냐, 헤어질 때도 건강하라 하며 늘 건강을 말한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에도 이견이 없다. 나이 들어 대부분의 대화를 건강 이야기로 채우는 것을 보면 진즉에 더 건강을 위해 노력해야 했었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어렸을 땐 뭘 몰라서, 젊었을 땐 놀기 바빠서, 결혼하고서는 아이 낳고 키우느라 이래저래 미뤄 두고 챙기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라면이 무엇이냐고 묻던 난센스가 생각난다. 답이 "그때 그랬더라면"이라고 했다. 좀 더 일찍 운동했더라면, 몸에 나쁜 음식을 많이 먹지 않았더라면, 건강을 더 잘 챙겼더라면 하고 후회하기 전에 미리 잘 챙기라는 의미이리라. 나는 어릴 때 운동 하나 제대로 배웠더라면이 제일 끌린다.

학교에 롤러부가 있다. 며칠 전 3학년 여학생 둘이 교육감기 롤러대회에 나가 메달을 따 왔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금, 은메달을 획득해 온 아이들에게 축하와 격려의 말을 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훈련에 참여한 성실함의 결과로 좋은 성적을 냈다. 금메달도 기쁘지만, 트랙을 돌 때마다 너희들에게 건강이라는 선물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 같아 더 좋다, 롤러 하나 잘 배워두면 다른 어떤 운동도 잘할 수 있을 거라며 힘주어 얘기했더니 아이들이 배시시 웃었다.

동아리 축구팀도 대회에 나가 동메달을 하나 가져왔다. 메달을 아이들에게 전하며 너희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그 뜨거운 여름 운동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얼굴 하나 찌푸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준비기간에 쌓은 운동 DNA는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을 책임져 줄 기초체력의 곳간을 채웠다고 하니 4, 5학년 여자아이들 또한 배시시 웃었다.

아이들이 우리 나이가 되어 "그때 그랬더라면" 하며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게 쉽지 않다. 육성 종목에 기량이 엿보이는 학생을 발견해도 부모의 반대에 부딪히고 학원에 시간을 양보해야 한다. 꾸준히 훈련하는 성실함을 가진 아이도 드물다. 어릴 때 운동 하나 확실하게 배워두면 나중에 많은 돈을 들여도 얻을 수 없는 평생 유효한 기술 하나 얻는 것과 같은데 말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그때 그랬더라면" 대신 "그때 그랬길 잘했어." 하게 하자. 오늘은 내일의 그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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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