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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동광초등학교 교장

4월 말에는 시아버지 기제사가 있다. 간단하게 음식을 준비해 산소에 모여 제를 지낸다. 예전처럼 늦은 밤에 모여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한 지 몇 년 됐다. 퇴근하자마자 큰집으로 달려가서 밤늦게까지 음식 준비하고 제사 지내고 집에 오면 새벽이 되었던 그 시절이 벌써 먼일 같다. 사실 제사 문화가 이렇게 빨리 변할 줄은 몰랐다.

아버님에 이어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누군가 산소에서 제사를 지내자고 제안했다. 다들 쿨~하게 동의했다. 그 후로 4월과 8월 제사 때면 시누이들이 우리 집으로 온다. 남편은 6남매에 막낸데 우리 집에 다 모이게 된 것은 순전히 나 때문이다. 남편이야 자기 식구들이니 당연히 오면 좋겠지만 시누들 입장에서 보면 분명 올케인 내가 신경 쓰였을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난 시누이들이 와도 아무렇지도 않다. 아니 좋다. 그러니 내가 자처해서 그들의 친정이 된 것이다.

"요즘 누가 힘들게 집에서 만나요. 밖에서 만나서 식사하고 차 한잔하고 헤어지면 편한 것을…."

난 그 편한 것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1년에 두세 번 만나는 가족들이 부산서 서울서 먼 길을 달려오는데 식당에서 만나 얼굴 잠시 보고 뒤돌아서서 가야 한다면 너무 서운할 것 같았다. 정이 쌓이는 것은 함께 한 시간에 비례한다. 같은 공간에서 같이 먹고 자고 이야기하고 웃으면서 돈독한 정이 생기는 것이다. 외부공간에서 잠시 만나고 헤어지면 그럴 기회 자체를 갖지 못하는 것이니 내 집으로 오게 한 것이다.

사실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긴 하다. 미리 청소도 해야 하고 이부자리도 준비해야 하며 먹을 음식도 이것저것 준비해야 한다. 식사와 함께 다들 좋아하는 술이며 안주도 준비하는 정성이 필요하다. 보통 2박 3일 동안 함께 하는데 다행히 나는 그 일을 혼자 하지는 않는다. 손위 시누이들은 떡, 안줏거리, 제사 음식 등을 미리 택배로 보내기도 하고 싸 들고 오기도 한다. 나는 그저 그들을 있는 그대로 맞이하고 식구로 함께 할 뿐이다. 그리 생각하면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사실 만나서 하는 얘기는 늘 똑같다. 장남인 큰오빠만 좋아하셨던 할머니, 시골 친척들의 자식들 도시락을 10개나 싸느라 고생하신 어머니 이야기 등등.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또 하는데도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즐거워하며 얘기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하도 많이 들어서 지금은 들어서 아는 얘긴지 내 경험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렇게 나도 가족이 되었다.

내 옆에 남편이 있고 그 옆에 남편의 형, 누나가 있고 또 그 조카들이 있다. 포도 한 알 떼어내듯 남편만 똑 떼어내어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나도 그 포도송이가 될 뿐이다.

이번엔 특강도 준비하고 글도 써야 해서 마음이 바빴다. 시간을 분초로 쪼개어 마중도 가고, 음식 준비를 하다가,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다시 대화에 끼어들었다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무리 바빠도 나는 기꺼이 그들의 따뜻한 친정이 되어주고 싶었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도 형제자매 가족은 그대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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