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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동광초 교장

지난 5월 말 학부모 수업 공개의 날이었다. 많은 학부모님이 참관하러 오셨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의미 있는 배움을 위해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재미있는 교육활동을 준비했다. 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자세와 태도로 수업에 임했다. 교직원들도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교장인 나도 참관하러 오신 부모들도 만족했고 칭찬의 말을 쏟아 놓았다. 누구 하나 앞서거나 뒤처지지 않고 역할을 다하고 있었기에 누가 더 잘했는지 가릴 필요도 가릴 수도 없었다.

지난주, 공문이 하나 왔다. 교원성과상여금에 대한 설문조사였다. 적절한 문항에 체크를 해야 하는데 어디를 눌러야 할지 망설이느라 하나하나 읽고 또 읽었다. 교육공무원으로서의 태도, 학습지도, 생활지도, 전문성 개발, 담당업무 등의 영역에서 어디에 배점을 높여야 공정한 성과상여금을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누가 알지? 정량평가로 수업시수 1시간 덜 했다고 성과가 낮고 전문성 개발 1시간 더 많이 했다고 선생님의 교육적 성과를 높였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참 어려운 질문들이었다.

그때 남편의 밭이 떠올랐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만 자란 남편이 농사를 시작했다.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모르는 초보 중에 왕초보 농부이다.

반면 난 농부의 딸이다. 놀다가도 부모님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 밭일을 도왔다. 고추 따기, 부추 베기 심부름도 내 몫이었고 때론 논에서 피를 뽑는 일까지 했다. 대학 시절 여름방학이면 엄마의 콩밭에서 열무 뽑는 일을 돕느라 9월이면 새까만 얼굴이 되곤 했다. 농부의 딸로 늘 논, 밭 가까이에 있었는데도 농사짓는 법을 모르기는 나도 매한가지였다. 난 돕기만 했지, 농업경영인은 아니었다. 다만 최근 몇 년간 학교 텃밭 농사를 지어봐서 왕초보는 아니다.

남편은 이웃 어르신의 도움을 받아 거름을 뿌리고 로터리를 치고 두둑을 만들어 검은 비닐을 씌웠다. 상추, 옥수수, 양배추, 땅콩, 고추, 토마토, 야콘, 케일, 고구마, 대파를 심었고, 이웃이 분양해준 작물들도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다. 그렇게 남편의 밭은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

주말에도 바빴던 나는 5월 말, 농사전문가 지인과 남편의 밭에 가 보았다. 옥수수가 내 키만큼 자랐고 상추도 먹기 좋게 잎이 풍성해졌다. 여리여리한 토마토 가지가 굵어졌고 고구마잎도 무성해졌다. 겉으로 보면 제법 그럴듯해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성과가 좋아 보였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초보 농부의 밭고랑 사이를 다니며 자세히 들여다봤다. 상추가 옥수수 두 줄 사이에 심겨 있었다. 봄 상추를 다 먹고 나면 이 그늘에 무얼 심어야 할까? 토마토 모종에 지지대를 세우고 줄을 엮어 줬지만 어설펐고 무성한 잎 사이에 곁순은 그대로 있었다. 곁순을 따주고 줄도 꽁꽁 묶어 주었다. 아직 농사 용수가 없는 밭에 남편은 집에서 허드렛물을 모으고 냇가에서 물을 떠다가 열심히 물을 주었다. 앞집 아주머니는 자기 스스로 힘을 받아 자라게 물을 그만 주라는데도 어느 정도로 줘야 할지 몰랐다. 잎이 너무 무성하면 열매가 덜 맺힌다는데 어떤 결과가 있을지 모를 일이다.

초보 농부의 농사 결과는 금방 판가름 날 것 같다. 상추는 벌써 여러 가정의 밥상에 오르는 작은 성과도 생겼다. 옥수수는 8월, 땅콩은 9월, 고구마는 10월이면 수확시기이니 확인할 수 있다. 물을 너무 많이 줬는지 거름이 더 필요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교육을 농사에 비교하곤 하지만 그 성과를 알기엔 농사와는 달리 너무나 멀고 길다. 지금은 섣부르게 판단할 수가 없는데 자꾸 순위를 매기라고 하니 매번 마음이 부대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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