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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관기초 교장

 운동장에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뛰어다니고 있었다. 마스크 없이도 숨찰 텐데 잘도 참는다. 그 즈음은 중국에서 마스크를 쓰고 달리기하던 아이가 쓰러져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한 후였다.

 "얘들아, 실외에서는 잠시 벗어도 돼."

 아이들은 하나둘 마스크를 벗었지만 땀이 난 손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다시 쓰는 아이, 주머니에 쑤셔 넣는 아이, 손에 그냥 들고 뛰는 아이들로 나뉘었다. 어쩌지?

 교감선생님이 어느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마스크 걸이를 사줬다며 사진을 찍어오셨다.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행사용 목걸이 명찰 줄을 마스크에 걸어주면 될 것 같았다. 당장 빼서 나눠주니 아이들은 손이 자유로워졌다며 좋아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문제가 드러났다. 끈이 너무 길어 치렁하고, 금방 보푸라기가 생겼고, 무엇보다도 예쁘지 않았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가? 아무리 비싸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줘도 안하는 시대가 아닌가!

 '한 번 만들어 볼까?'

 파는 것보다 저렴하고 예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재료구입이다. 온라인으로 재료를 산다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크기, 재질, 무게, 색상 등 고려할 것도 많았다. 한 사이트에 다 있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아니다. 배송료를 건건이 추가하면 배보다 배꼽이 크다. 이왕 마음을 먹었으니 도전이다.

 재료배송을 받고 야호! 환호성을 질렀다. 어쩜 이렇게 딱 맞는 사이즈를 구입했담! 만들기는 간단했다. 5㎜ 리본 62㎝ 양쪽에 레이스 캡을 꼭 조여서 붙인다. O링을 벌려 레이스 캡 고리와 개고리를 끼우고 동그랗게 다시 오므려주면 끝이다. 참, 제일 먼저 리본 끝의 올이 풀리면 안 되니 라이터로 살짝 지져주는 것이 필수하다.

 작은 선물용 비닐봉지에 담았다. 아직 뭔가 허전하다. 베이지색 크라프트지에 지난해에 잠시 배운 캘리그래피 솜씨를 발휘해 "관기숲 마스크 걸이"라고 썼다. 됐다. 됐어.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수업해야 하는 선생님들께 먼저 하나씩 선물했다.

 그 사이 온라인 쇼핑몰에는 똑딱이형 마스크 걸이를 비롯해 내 작품과 비슷한 모양도 나왔지만 우리 선생님들은 가볍고 세련되며 360도 회전돼 목에 감기지 않는 관기숲 마스크 걸이가 최고라고 했다.

 다음 날 아이들이 교장실로 찾아왔다.

 "교장선생님, 선생님 건 왜 달라요? 우리도 저거 하고 싶어요. 예뻐요." 교장실까지 와서 요청하는 당당한 아이들이다.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볼까도 고민했지만 금방 생각을 접었다. 5월 말부터 등교하기 시작한 아이들은 원격수업기간 동안 배운 것을 하나하나 되짚어줘야 한다고 선생님들이 입을 모았다.

 처음 '더 저렴하게'라고 생각했던 것은 역전됐다. 아이들 인원수만큼만 주문하면 몇 만 원이면 될 정도로 가격이 내렸다. 그럼에도 자체제작을 고집하는 것은 더 예쁘고 더 세련된 우리만의 작품을 위해서라고 위안 삼았다.

 틈틈이 시간 내고 밤늦게까지 작업을 했다. 처음엔 별거 아니더니 개수가 늘어나니 별 일이 됐다. 어깨와 팔목까지 시큰하다. 며칠 걸려 드디어 완성! 전교생에게 나눠 줬다.

 며칠 후 아침에 출근하는데 1학년 교실 창문 너머로 석민이가 손을 흔들며 나를 불렀다.

 "교장선생님, 이거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석민이는 얼굴 양쪽으로 살짝 늘어뜨린 마스크 걸이를 꼬집듯 쥐어 나에게 보이며 활짝 웃었다. 어깨 통증도 손목의 시큰거림도 싹 달아났다.

 아이들의 불편함을 해소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는 동안 관기숲 마스크 걸이는 우리들의 자부심이 됐고 아이들과 이어주는 마음 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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