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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관기초 교장

얼마 전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제목 하나를 발견했다. 기자가 옆에 있었다면 맞아 맞아 맞장구라도 쳐주고 싶었던 순간이었다.

"누구나 지칠 때 힘이 되는 '명대사' 한마디 있지 않나요?"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의 책 소개 글이었다. 집에만 머물러야했던 작년 한 해 명품 드라마 다시보기에 푹 빠져 살았다. 주인공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명대사였다. 드라마 속 말들은 어쩜 그리 구구절절 가슴을 후벼파는지 대사 한 줄에 가슴 아팠고 기뻤으며 공감 백배였다.

"힘들지? 근데 산을 넘다 보면 다음 산은 조금 더 쉽게 넘는 법을 알게 될 거야."

이 말은 드라마 명대사가 아니라 내가 10년 전에 했던 말이란다. 며칠 전, 같이 근무했던 영양선생님이 소통메신저로 짧은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내가 그 시절에 했던 한 마디가 학교 일로 힘들 때마다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단다.

10년을 거슬러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 직장인이었던 선생님은 겨우 23세의 어린 나이였다. 작은 학교였지만 급식 관련 업무를 모두 맡아서 해야 하는 책임을 어깨에 짊어지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함께 일하는 조리실무원들은 선생님의 엄마 나이뻘로 요리에 베테랑들이셨다. 게다가 학교는 유치원 아이들부터 60대 어른들까지 다양한 구성원들이 있으니 입맛도 모두 달라 적은 급식예산으로 모든 이들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쉽지 않았을 터였다.

지치고 힘들었던 어느 하루 내가 건넨 위로의 말이 평생 "마음에 남는 말"이 되었다니 나로서도 영광이고 감사한 일이다. 드라마 속의 명대사처럼 멋진 말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유시민 작가님의 말이 생각난다. 말이나 글로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건 불가능한 것이다. 혹시 내 어떤 말로 변화가 시작이 되었다 한다면 그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라고 했다. 준비가 되어 있었고 찾고 있었던 말일 뿐이라는 것이다.

내가 그날 선생님이 꼭 듣고 싶었던 말을 했었나 보다. 퍼즐을 맞추듯 선생님의 빈 마음 구석에 콕~ 들어가서 10년 동안 용기도 주고 위로도 하며 살아있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내 마음에도 오래 남아있는 말들이 있다. 초임 시절 40명이 넘는 반 아이들과 좌충우돌하며 학교생활을 했던 시기였다. 결혼하고 첫 아이를 낳아 키우느라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유독 그 시절을 생각하면 정신없었고 힘들었던 기억 탓인지 몸이 굳어지곤 하는데 햇살처럼 김성옥 선생님의 밝은 얼굴과 호탕한 웃음을 생각나면 긴장이 풀리게 된다.

"자기는 나이도 어린데 어쩜 그렇게 생각이 깊어!"

"김 선생은 표정이 밝아서 좋아. 웃는 모습이 정말 예쁘네."

내가 무얼 어떻게 했는지 기억나진 않는다. 허둥지둥 막내 교사가 얼마나 깊은 생각을 했으랴! 얼마나 많은 배려를 했을까? 까마득한 대선배님들 사이에서 나의 존재감이 있었을 리 만무한 상황이었다.

선생님은 그런 나를 지켜봐주고 좋은 점만 찾아내어 말로 표현해주셨다. 아직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시절 내가 하는 말에 맞장구쳐주시고 내가 가는 길이 맞다고 고개 끄덕여주셨다. 인정해주는 긍정과 칭찬의 말이 내 자존감을 높여주었고 길을 잃고 헤맬 때 다시 일어설 힘과 용기를 주곤 했다.

누구나 마음에 남는 말 한마디는 있을 것이다. 드라마 속 명대사든 일상 속의 평범한 말이든 내 마음의 퍼즐에 딱 맞는 한마디 말이다. 3월 새롭게 시작되는 새학기다. 진심을 담은 긍정과 칭찬의 한마디가 마음에 향기로 남는다는 것을 되새겨본다. 오늘은 어떤 따뜻한 말 한마디 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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