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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관기초등학교 교장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부지런히 익혀야 한다. 새로운 교수학습 방법을 연구하고 아이들의 흥미를 살피는 것도 꼭 필요하다. 교사들이 부지런히 연수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교사로 참여한 많은 연수들 중에 지금도 잊히지 않는 장면들이 몇 있다. 오래된 이야기다. 충남의 어느 소도시에서 전국 규모 연수가 있었다. 유명한 강사들이 화려한 자료를 선보이며 강의를 했고 그 능력에 감탄하며 내 열정까지 보태어 밤늦게까지 연수에 참여했다.

3일 째 아침 강사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연락이 닿지 않는지 연수진행자가 우왕좌왕했다. 30여 분이 지나서 독서코칭으로 유명했던 강사가 드디어 나타났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녀는 길을 잘못 들었노라고 사과하고 강의를 시작했다. 다른 강사들과는 달리 전면의 대형 스크린에는 아무 자료도 없었다. 늦게 도착해서 강의자료를 미처 띄우지 못한 줄 알았는데 아니란다. 원래 없단다. 바탕화면도 꺼 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시간도 안 지키고 사진 한 장, 자료 하나 없이 연수를 진행하는 것이 무성의하다 생각했다. 이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강사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읊으며 질문을 했다. "허름한 행색에 발목까지 내려오지도 않는 바지를 입고" 이 글의 주인공은 왜 이런 바지를 입었을까요? 집안이 가난하다, 형 옷을 물려받았다, 칠부바지가 유행이다 등등 여러 가지 답변이 나왔다. 단 한 문장이었지만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온갖 상상력을 끌어내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두 시간의 강의를 마쳤다. 독서교육과 창의성의 본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 화려했던 많은 강의들은 제목도 생각나지 않는데 지금까지 문장 한 줄로 시작해서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던 그 강사는 잊히지 않는다. 사족으로 문장 속의 주인공은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었다.

또 하나는 장학사 시절 학부모 연수에 참석했던 경험이다. 강의 경험이 풍부한 유명한 강사였다. 그녀는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들을 훈육하는 방법, 대화 방법이 과연 올바른가에 대해 상황별로 사례를 들어 1인극을 하듯 실감나고 재미있게 이야기했다. 한참을 웃으며 강의를 듣다보니 이야기 속의 엄마가 내 모습과 닮아 있었다.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내 조급함을 못 참고 아이를 다그치기만 하는 것이 꼭 나 같았다. 내가 얼마나 미숙한 부모였는지 아이들에게 얼마나 상처를 줬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강의 마지막에 그녀는 A4용지 한 장씩 주더니 두 손으로 구겨서 공을 만들게 했다. 그리고 구겨진 종이를 펼쳤다. 종이위에 새겨진 수도 없이 많은 실금이 아이들에게 내뱉은 엄마의 독설, 채근, 질책이라고 했다.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웃음기 사라진 강의실에 여기저기 작은 신음소리가 났고 내 눈가에 살짝 눈물이 고였다. 다행인 것은 구겨진 종이는 다시 새 종이로 만들 수는 없지만 아이들 마음의 상처는 부모의 사랑으로 지울 수 있다고 했다. 아직도 나는 사랑으로 그 상처를 지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요즘 연수의 홍수 속에 사는 것 같다.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기 위한 연수, 직책마다 의무적으로 들어야하는 연수 등 많기도 하다. 강사들은 그 시절보다 더 뛰어난 기술과 화려한 자료로 열강을 한다. 그런데 문장 한 줄, 종이 한 장으로 오래 감동을 주었던 그 강사님들 강의 같진 않다. 화려한 기술과 자료보다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본질적인 것으로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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